불모도에서 보낸 하룻 밤
시간이 남아도는 오월
한가로움이 긴 하품으로 이어지던날 걸려온 전화 한통
-허사장님 우리 전복 따러 갈래요 자연산 전복
-우잉! 어디로 가는데요?
-불모도라고 그 왜 작년에 송**씨가 다녀왔다는 그곳 말이예요
-아 기억 난다 맞아요 그때 내년에 같이 가자고 해서 콜했던 적이 있었어요
-당연히 가야지요
며칠뒤 새벽 6시 기상을 해서 출발을 해야하는데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붙잡혀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집에돌아왔으니 취침은 세시경 달랑 세시간 자고 일어나려니 몸이 천근 만근이다
그래도 주섬 주섬 아이스 박스 두개(하나는 내꺼.하나는 지인꺼 전에 내가 빌려 왔던것)랑 여행 필수품들을 챙겨
차에싣고는 시동을 걸었지요 그리곤 정신 무장용 해장 담배를 입에 물었습니다
아! 차량 운전 초보자들을 위한 주의 할점 하나 짚고 넘어가죠
차는 시동을 건 연후 약 3~5분 정도 공회전을 시켜 주어야 차가 수명도 길어지고 연비도 좋아지고
엔진이 부드럽게 말을 잘 듣는다지요
시동 걸자마자 부웅하고 출발하면 엔진만 시끄럽고 잘 나가지도 않고 연비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 유의하시길....
자 출발!
이른 새벽이라 생각했는데 아니 부지런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도로가 정체현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시간은 다가 오는데 차는 기어가고
하는수없이 전화기를 들수 밖에..
-이 사장님 길이 밀려요
-맘 편하게 오십시요 ㅎㅎ
약속시간을 30분이나 어기고 약속장소에 도착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고
다시 출발 옆자리에 앉은 나는 상상에 빠졌습니다
한마리 몇만원한다는 자연산 전복을 잡아 이걸 회로 먹어야하나? 끓여서 먹어야?
아니 죽을 쒀서? 아니지 이것 저것 다해 먹어보는거야 ㅋㅋㅋ
중간쯤 휴게소에서 다른 팀과 합류를 하고 배가 고팠던 나는 밥을 먹고 가자 했더니
도착해서 먹자고하길래 하는수 없이 주변을 둘러보니 꽁보리떡?이라는 광고가
어라! 저건 뭐야? 호기심에 살펴보니 괜찮을듯
두개를 사서 내놓았더니 일행들도 다 아침을 굶었나보다
맛 있다며 얌냠이다
다시 차에 올라 찾아 간곳은 보령 화력발전소 옆에 위치한 작은 포구
12시 배란다 현재 시각 10시 반 한시간 반의 여유가 있다
식당이......?없다 라면을 끓여서 간단히 요기를...잠시 눈을 붙일까??
얼레 근데 이게 웬일? 여행을 추진한 송사장 삼겹살을 안사왔단다 추가로 낚시 바늘과 미끼도...
이 사장님과 둘이 차에 올랐다
금방일줄알았던 정육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40여분을 뒤져 드디어 찾아낸곳
정육점과 낚시 가게가 나란히 ㅋㅋ일단은 낚시 가게로...
아 이런 가게 문이 닫혀있다 것도 자물통으로...좌절감
그래도 기운을 내정육점 문을 열고 고기는 사서 싣고 다시 낚시와 미끼 사러 간곳은 대천시내
물어 물어 낚시점을 찾아 낚시는 샀는데 미끼는 없단다--이런 환장할
전화가 왔다 배가 도착했다고...
기다리라고 하세요 어차피 12시 예약이니까
다시 미끼를 산다고 이젠 달음박질이다
음 아까 보니까 시장통이 저쪽이었어 물오징어 물오징어 어딨는거야
뭣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물은 안보이고 건어물만 이그 이그
허둥 지둥 하는 모습에 한 가게 아주머님
-뭘 찾으시우?
-물 오징어요
-그건 저쪽 골목인데 하며 가리키는곳은 좀전에 두번 왔다 갔다한곳
어흐야! 투정할 겨를도 없다
물오징어 두마리를 사들고 부랴부랴 차를 내몬다
막판 비포장도로를 흙 먼지를 일으키며 배에 오른 시각은 정확히 12시
참 나 그제야 한숨을 돌린다
배는 고프고 ...
그래도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위를 달려가는 450마력 쌍발 엔진의 시원한 질주에 배 고픔을 잊고
다시 상상속으로 빠져든다
점점 자욱해지는 안개속으로 배는 속력을 늦추는데
시원한 바닷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돌고 머리카락을 흔드는 바다위의 봄은 오늘과 내일의 일정을 어떻게...
우선 섬에 도착하자마자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원투 낚시로 우럭을 잡아 회를쳐서 소주 한잔
글고 오후엔 삼겹살에 또 한잔하며 저녁 식사 그담엔 고대하던 목적의 전복을 잡아 지지고 볶고 썰어 밤이 지새도록
술잔을 들어 인생을 노래하는거야~~~~~~~~~~~~~~
한시간을 달려 드디어 도착한곳은 불모도라는 섬
일박이라는데 웬 짐은 그렇게 많은지
첫눈에 들어온것은 원시의섬이다
짐을 둘러메고 갯바위를 넘고 좁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순간 무쏘가 한대 눈에 보인다
얼레 섬에 웬 자동차가??
낑낑 거리며 차량 앞에 도착할즈음 시동을걸며 차에 짐들을 실으란다
눈을들어 둘러보니 가파른 경사의 시멘트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출발한 차량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데 여기저기 갖춰진 섬의 시설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모도는 개인 섬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주인장의 정성이 엿보이는 정원과 태양열 집열판 펜션과 주변시설들...
짐을 풀고 라면을 끓여낸다
나는 그 사이에 달래를 캐와서 뚝뚝 끊어 익어가는 라면위에 뿌린다. 그향이 들어가면 맛이 훨씬 좋아지겠지?
한강이다. 싱겁기는, 나는 짭쪼름 쫄깃이 좋은데
여섯명이라 물잡기가 그랬나? 반은 냄비에 반은 압력솥에, 냄비의 라면이 없어질때쯤
송사장 압력솥의 뚜껑을 여는데
갑자기 뻥하는 소리
어 뭐야? 이런 이런 라면 절반 이상이 폭발과 함께 흙바닥으로 분산을 시도 해 버렸네
어쩌나 다치지 않은것도 천만다행
라면 국물에 햇반을 넣고 죽을 쑤어 배를 채우며 이슬이를 부른다
뽀 한번에 달래를 쌈장에 찍어 압안 가득 향기가 울려 퍼지게하며 오후의 평화와 행복을 잠시 받아들여본다
자 낚시하러 갑시다 채비를하고 낚시대를 둘러멘다
아름드리 소나무 우거진 섬의 능선을 따라 간곳은 깍아지른 절벽을 아슬 아슬타고 내려
깊이가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와 하얀 파도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갯바위 위
대박날것 같은 예감으로 낚시대를 힘차게 휘둘러 중년의 여유와 기쁨을 함께 던져 본다
릴이 풀리고 감기고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싯점
이사장님의 잡았다라는 소리와함께 릴을 감아 올리는데 올라온것은 손바닥 보다 조금 작은 우럭 ㅋㅇ
어종 관계없이 큰놈에 만원 내기 했는데 ....
코웃음속에 계속되는 낚시 행위가 지쳐 갈 무렵 이번엔 송사장이 좀전에 잡은것보다 반이 적은 볼낙
회를 뜨면 두점이나 나올까???
일단은 그 두마리로라도 다시 이슬이를 불렀다
작은 놈들이라 그런가 식감이 아주 부드럽다
그걸로 낚시는 끝이었다 결국 나는 한마리도 못건져 올리고
숨을 헐떡 거리며 절벽을 기어올라 숙소로 발걸음을 터덜 거리는데
어디선가 더덕의 알싸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기에 주변을 뒤지기 시작
이 사장님도 합세해서 수색작전을 펼쳤건만 이무슨 게릴라도 아닌것이 그리도 꼭꼭 숨었는지 찾아 낼수가 없는걸
포기 각서를 써서 제출하는 심정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삼겹살을 굽고 쏘시지 볶고 김치를 썰고 후다닥 해치운 저녁 식사의 포만감속에
이슬님의 향기는 어둑해진 불모도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비추어 줍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여주인의 덕장체험권유에 인당 이만원의 비용을 50% 할인한 금액에 합의를하고
우리는 드디어 전복을 향해 장비를 챙겨들고 힘찬 가슴으로 먼저 덕장 체험을 나갔다
물빠진 덕장 고기가 널렸으려니 했더니 보이지를 않는다
플래쉬가 않좋은가 ? 배를 몰아 우리를 데리고 왔던 직원이 (이젠 그냥 가이드라 하자) 엄청나게 밝은 플래쉬를 들고 오더니 고기를 가르킨다
저기 고기다 소리와 함께 일행중 한명이 팔뚝만한 숭어를 들어 올린다 이어서 바로 또 한마리
-놔둬 나둬 나도 손 맛좀 보게 ㅋㅋ
나도 한마리 잡았다 맨손으로 한마리, 묵직하다 펄떡이는 그놈 힘을 왜이리 좋은지 야호!
이어서 낙지 ,간재미 ,여기 저기서 잡았다라는 즐거운 비명과 웃음 소리
흙탕물이 심해져 다시오기로하고 전복 잡으러 이동
아무것도 안보인다 가이드 뒤를 졸졸 가이드가 짚어 준다
-저기 해삼
-어디? 안보이는데
-거기요
한참을 들여다 보니 드디어 보인다
잉 ~~징그러
그래도 눈 딱 감고 한마리
15분정도 지나자 이젠 제법 눈에 잘 들어온다
첨엔 작은 놈도 잡아 넣었는데 나중엔 눈에 차지도 않는 해삼들,큰놈도 지천이다
큰 놈만 골라 담는다. 게도 널렸다 물리기도 수차례 사냥의 재미가 랜턴의 불빛들이 춤을 추는 사이 사이로
순간 순간 엔돌핀을 자극한다
근데 도대체가 전복은 어디로 간겨???
단 한마리도 보이지를 않는다
넘 많아 이젠 그만 잡기로하고 철수를 한다
돌아 오는길 가이드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낙지 잡아준다고
한 양동이 가득잡은 게와 해삼 소라등을 들어 달라기에
날카로운 갯바위 위를 들고 가는데 죽을 맛이다
먹을것만 챙기고 남은것들은 망에담아 바닷물에 저장을 한뒤 숙소로 이동을 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허리 통증이 심하다
아 피로가 밀려 온다
잠시 허리를 펴기 위해 누웠는데 얼마나 잤을까?
이 사장님이 이불을 깔아준다
포근해서였나보다 아주 깊은 잠에 빠져 버렸네
남들은 밤새 회떠 먹고 소라 삶아먹고 해삼 낙지 잡아먹고 불모도의 추억을 쌓았는데
나는 잠만 자고 꿈속에서 공주님과 데이트만 했나보다 에구 에구
좀 깨우지라고 투덜 거리는 아침 깨워도 모르더란다 ㅋㅋㅋ
싱그러운 햇살, 맑은 공기와 바람소리, 소나무와 소박한 잔디 정원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
잔잔한 감동으러 가슴을 적시는 아침을 맞아 봅니다
아침식사를하고 시간의 여유가 있길래 어제 못다한 우럭의 한을 달래기위해
낚시대를 들고는 펜션 바로밑 하늘 계단을 타고 바닷가로 가서 다시 바다를 향해 힘차게 스윙을 한다
세번이나 던졌을까 배가 온다고 올라 오라는 소리, 이그~~~
짐을 챙겨 바닷가 모래 사장으로 이동하니 탁트인 넓은 바다는 가슴을 후련하게 밝은 햇빛으로 우리를 맞으며
반갑게 인사를하고 1박이 아쉬운 우리는 누군가가 건네주는 더덕을 벗 삼아 불모도의 마지막 이슬이를 들어 올렸다
저기 멀리 우리를 태우고 갈 배가 들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