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사랴 (부사 :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우리말에서 진짜 쌍둥이로 볼 수 있는 것은 무얼까. 말 세계의 쌍둥이 빌딩, 즉 쌍둥이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쌍둥이 가운데서 좁은 문을 나와 세상 구경을 먼저 한 아이를 선둥이, 나중에 나온 아이를 후둥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쌍둥이에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수정란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선둥이와 후둥이가 반드시 같은 성(性)이고, 여러 가지 형질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로 호흡을 맞추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연예인 가운데는 일란성 쌍둥이들이 많다. 멀리는 바니걸스(고정숙, 고재숙 자매)로부터 가까이는 수와진(안상수, 안상진 형제), 량현량하(김량현, 김량하 형제) 등이 가수로 인기를 얻었다. <개그 콘서트>의 강주희, 강승희 자매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수정란이 자란 것이므로 선둥이와 후둥이가 성이 다를 수도 있고, 외모나 성질도 일란성 쌍둥이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쌍둥쌍둥’을 보자. ‘매우 연한 물건을 조금 크게 단번에 자꾸 썰거나 베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쌍둥’이 쌍둥이로 쓰이고 있으니 완벽한 쌍둥이 말이다. ‘부랴부랴’와 ‘부랴사랴’를 보자. 둘 다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지만, ‘부랴부랴’는 같은 말의 되풀이, ‘부랴사랴’는 비슷한 형태의 말의 반복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부랴부랴’는 일란성 쌍둥이 말, ‘부랴사랴’는 이란성 쌍둥이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랴부랴’는 불이 났다고 외치는 소리 “불이야불이야”가 줄여서 된 말이라고 한다. 그러면 ‘사랴’는 어떤 말의 준말일까. “(아이고 내) 살(肉)이야”, 불에 데어 살이 따갑거나 아프다는 얘기? 아니면 “(아이고 내) 살(生)이야”, 불 때문에 살이가 고달프게 됐다는 한탄? 그것도 아니면 “(사람)” 살려“의 준말?
★ 아버님께서 한시바삐 자리를 뜨셔야 하겠기 때문에 부랴사랴 떠났던 것인데….(염상섭의 소설 「택일하던 날」에서)
★ 부랴사랴 외부대신 집으로 달려가는 교자가 있었다.(유주현의 소설 「대한제국」에서)
밑두리콧두리 (명사 : 확실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자꾸 캐어묻는 근본)
알나리깔나리,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가시버시 같은 말들은 ‘부랴사랴’와 마찬가지로 선둥이와 후둥이의 모습이 다른 이란성 쌍둥이 말들이다. ‘알나리깔라리’는 남 보기에 부끄러운 행동이나 차림을 했을 때 아이들이 놀리는 말인데, 알나리는 원래 나이가 어리고 키가 작은 사람이 벼슬을 했을 때 농으로 일컫는 말이었다. 원래는 ‘아이 나리’였는데, 알나리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 나이가 많고 키 큰 사람이 벼슬을 하면 ‘모를 나리’라고 놀렸을까, 아니면 ‘어른 나리’라고 놀렸을까. 어쩌면 알나리와 비슷하게 ‘어른 나리→얼나리→얼라리’로 변하는 과정을 거쳤을지도 모른다. 표준어로 ‘알나리깔나리’라고 하는 사람보다는 비표준어로 ‘얼라리꼴라리’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그러면 우리가 “어, 왜 이래?” 또는 “어쩌면 이럴 수가?”라는 뜻으로 쓰는 “얼라리?”는 또 어디서 튀어나온 말일까.
미주알은 똥구멍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을 말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밑두리콧두리’처럼 무엇을 꼬치꼬치 속속들이 캐어 묻는 모양을 가리킨다. 똥구멍까지 뒤집어 보듯 캔다는 얘기겠다.
부부(夫婦)를 뜻하는 토박이말로 가시버시가 있는데, 가시는 아내를 뜻한다. 그렇다면 버시는 당연히 남편을 가리키는 말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다. 버시는 ‘알나리깔나리’의 깔나리, ‘미주알고주알’의 고주알이나 ‘밑두리콧두리’의 콧두리와 마찬가지로 별 뜻이 없이 다만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이라는 것이 대부분 어원학자들의 견해다. 즉 남자는 있으나 없으나 대세에는 지장이 없는 존재, 필요 불가결이 아니라 불필요(不必要) 가결(可缺)한 여자의 부속품 같은 존재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이란성 쌍둥이 말들은 겉모습은 병렬(수평․평등)이지만 속내는 직렬(수직․불평등)에 가까운 것이다. 슬프다.
★ 과부 할미는 밑두리콧두리 별것을 다 묻는다는 실뚱머룩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첫댓글 거참! 우리말이 아름다운 것은 알겠는데 이렇게 어려워서야 원! 기껏 들어본 게 '쌍퉁쌍퉁', '얼레리 꼴레리', '부랴부랴', 미주알고주알' 거기에 '가시버시' 정도이니. '부랴사랴', '알라리깔라리', '밑두리콧두리'는 오늘 처음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가시버시에서 버시는 당연히 남편을 이르는 말인줄 알았는데 단지 운을 맞추기 위한 거였군요..남편이 불필요가결한 여자의 부속품 같은 존재라~~~맞는거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ㅎㅎㅎ잘 읽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어디서 찾으셨을까요. 수고 많으시네요.
가시버시는 이 저자의 주장과 4학년 교재 언어와 의미의 견해가 조금 다릅니다. 주의하셔서 보세요. 누가 올려주실 분~
언어와 의미 교재 126쪽부터 128쪽까지입니다. 워드 찍어볼까 하다가 포기했슴다...^^ 결론만 말한다면 '가시버시'는 '가시밧'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며 '밧'은 '밖'의 또다른 표기로 '바깥에서 활동하는 사람, 사내, 남편'의 의미도 함축한다고 보았어요. 따라서 '가시버시'의 '버시'는 '밧'으로부터 변했고 여기에 접미사 '이'가 붙어 '바시'가 되었다가 '버시'로 변한 것으로 판단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