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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의 새벽 편지1063
의상조사법성게63
동봉
능인이여, 해인이여!(6)
생명위한 보배비가 허공중에 내리는데
중생들은 그릇대로 각자이익 얻는구나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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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그동안 참 많이 가문다 싶었는데
그나마 좀 해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눈을 즐기는 견공犬公만큼이나 기뻤다
서울 시내 거리는 질척이고
자동차는 죄다 거북이걸음이었지만
서울을 빠져나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서울을 벗어난다
곤지암 우리절 일요법회를 보기 위해
아침 7시 종로 대각사를 출발한다
떠남은 돌아오기 위해서다
아침에 서울을 벗어난다는 것은
분명 오후에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아침에 서울을 떠날 때는 신이 나고
오후 서울로 돌아올 때는 마음이 편안하다
곤지암 우리절 주변은 워낙 눈이 많이 내려
이러다가 서울 못돌아가는 거 아닐까
법회 내내 내심 걱정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오후 들어서며 날씨가 많이 풀렸다
법회가 끝나고 연화원에서 주최하는
'수화사랑 음악회 및 후원의 밤'에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폭설로 인하여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음은 걷잡을 수 없도록 기뻤다
왜냐하면 그동안 너무 가물었기 때문이다
속담에 "자식 입에 밥 들어갈 때와
제 논에 물 들어갈 때가 가장 기쁘다"던가
가뭄이 계속되면 농부들은 애가 탄다
어디 농부들 뿐이겠는가
2007년도 겨울이었으니 10년 전이다
지독한 가뭄으로 허드레 물은 물론
마시는 물까지 그예 바닥이 나고 말았다
전세계가 온통 가뭄으로 인하여
어디고 할 것 없이 물확보에 힘을 쏟았다
우리나라는 영동 지역에 가뭄이 심했는데
아프리카 머물다 잠시 한국에 나왔을 때
평창에 있는 아는 시인의 집을 찾았다
그때 그 시인이 말했다
"세상에서 물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자 이렇게 말했다
"물 한 방울이 보석보다 값집니다 스님"
나는 그 때《법성게》내용을 떠올렸다
"우보익생만허공雨寶益生滿虛空"
그랬다. '우보익생만허공'이었다
'비雨가 곧 보배寶다
생명生에게 이익益을 주는 빗물이
온萬 허공虛空에 가득하다'고 하였는데
이리 가물어서야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나는 그 때 그 시인의 손을 잡고
"우리 좀 더 희망을 갖고 견뎌봅시다."
라는 말 밖에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비雨가 보배寶다
나는《법성게》에서 이를 '보배비'로 새겼는데
여기에는 꽤 오래된 역사가 숨어있다
30년도 넘은 가물가물한 오래 전
어느 큰스님의 해석을 보고 나서
우보雨寶를 '보배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물론, 지금도 많은 주석가注釋家들은
우보雨寶를 '보배비'로 풀고 있다
30년 가까이 나는 나의 이 해석에 대해
단 한 번도 나의 어리석음을 느끼지 못했다
보배비로 해석하려면 원문이
'우보雨寶'가 아니라 '보우寶雨'이어야 한다
원문이 어떻게 놓였든 풀이는 동일하다는
수구受舊적인 이들도 꽤 많은 편이지만
아무튼 '비가 곧 보배'와 '보배비'는 다르다
비의 가치성에서는 비슷할 수 있다
'비가 곧 보배'이거나 '보배로운 비'는
큰 뜻에서는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 없다
평범한 비雨가 보배寶가 되는 데는
나름대로의 깨달음으로부터 나온 말이다
그러나 보배비는 다르다
보배비는 소재 자체가 보배로 되었으며
그 보배가 마치 비가 내리듯 쏟아짐이다
꽃비의 소재는 반드시 꽃이고
돈벼락은 반드시 소재가 돈과 관련이 있다
뜻밖의 횡재를 만났을 때 쓰는 말이다
이와 견주어 보배비도 마찬가지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보배비 물질 소재가
보석이거나 보석처럼 값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보배비로 풀어서는 안 된다
비雨는 보배寶다
그 비가 어떤 비든지 다 보배다
안개비, 이슬비, 보슬비, 부슬비, 날비
가루비, 잔비, 실비, 가랑비, 싸락비, 발비
작달비, 장대비, 주룩비, 달구비, 찬비
채찍비, 여우비, 지나가는 비, 소나기
바람비, 도둑비, 누리비, 궂은비, 웃비, 해비
꿀비, 단비, 목비, 못비, 악비, 복비, 바람비
모다깃 비, 우레비, 이른비, 늦은비, 마른비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 따위가 있고
큰 비, 오란비, 일비, 잠비, 떡비, 술비와
봄장마, 건들장마, 늦장마, 가을장마
억수장마, 비꽃, 는개, 먼지잼, 개부심
우박, 보름치, 그믐치, 악수, 억수, 비보라
백중물, 칠석물, 낙종물, 복물 따위와
비거스렁이, 비보라, 비얼음, 비바람, 빗발
비설거지, 빗길, 빗물, 비안개, 비옷
빗방울, 빗줄, 빗줄기와 함께
산돌림과 같은 재미있는 이름들도 있다
일비, 잠비, 떡비, 술비 이름이 참 곱다
여기서 일비는 봄비를 뜻하고
잠비는 여름비를 뜻하며
떡비는 가을비를 뜻하고
술비는 겨울비를 뜻한다
봄비가 내리면 못자리, 모내기, 모종하기
나무심기 등 일을 다그쳐 해야 하듯이
여름비에는 잠 자고
가을비에는 떡 해 먹고
겨울비에는 술이나 푼다 해서 생긴
계절에 따라 붙은 재미있는 비 이름이다
비 우雨 자를 놓고 보면
비는 하늘一 높이 위로 증발巜된 물이
대기권冂에서 화학적인 변화를 거쳐
바다 위 땅 위로 곧게丨떨어지는 물방울이다
빗방울 크기에 따라 이슬비라든가
큰비로 구분할 수도 있는데
보통 가랑비라든가 보슬비 이슬비 따위는
빗방울 지름이 0.2mm 이상의 크기다
0.2mm가 채 안 되는 빗방울은
내리면서 증발하기 때문에 빗방울이 될 수 없다
적운積雲과 적란운積亂雲에서
만들어져 내리는 소나기는
천둥thunder과 번개를 동반하곤 한다
한자로는 뇌우雷雨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서든 샤워sudden shower다
몸에 물을 끼얹는다는 샤워shower가
어쩌면 이 소나기에서 온 말이거나
소나기에서 몸에 물을 끼얹는
샤워란 말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만큼 소나기는 동이로 퍼붓는 느낌이다
비우雨 자 자체 부수에 획수는 총8획이다
'비'는 비유를 많이 갖고 있는데
첫째 많은 모양의 비유
둘째 흩어짐의 비유
셋째 가르침의 비유
넷째 벗의 비유 따위가 있다
그렇다면 비는 어디에서 오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야 하고
비가 내리면 대지와 자연은 윤택해진다
비 우雨 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모양을
글자로 표현한 그림문자象形文字다
비 우雨 자의 소릿값인 '우'는
집 우宇, 깃 우羽 자와도 관계가 있다
하늘一 위로부터 덮는다冂는 뜻이다
그리고 빗물巜이 아래로 내리거나
수증기가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이다
비 우雨 자는 비 또는 구름을 뜻하는데
기상氣象에 관한 뜻을 두루 나타내고 있다
비 우雨 자가 부수로 들어간 한자는
이처럼 모두 기상과 관련이 있다
비雨 안개霧 눈雪 구름雲 번개電
우레雷 우박雹 서리霜 이슬露
아지랑이䨠 장마霖 진눈깨비霙 등
그 바탕에는 비 우雨/㲾 자와 관련이 있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이겠지만
이처럼 너무 가물어도 보통 걱정이 아니다
따라서 삼재三災에서 수재水災를 든다면
지나친 폭우와 장마, 홍수 만이 아니라
너무 가물어 물부족 고를 겪음도 물삼재다
아! 어제는 눈길 때문에 힘들었지만
비가 보석임을 알았으니 그나마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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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위키낱말사전 - https://ko.m.wiktionary.org/wiki/%EB%B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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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