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으로 접어든 2011년 1월 10일, 초우문학회 경원 시창작반의 신년하례회 겸 아호명명식이
성남 야탑역 부근의 ‘전주토속한정식’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신년하례회’는 초우문학회의 수장이신 문복희 교수님(이하 선생님으로 호칭)을 중심으로
몇 분의 원로 시인을 모신 자리에서 새로운 한 해를 맞는 각오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초우문학회의
결속을 도모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 귀한 자리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신 모상철 원로 시인,
장삼현 원로 시인, 그리고 한기수 초우문학회 회장 등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새해를 여는 화두는 ‘청천세심(淸泉洗心)’으로, 선생님께서 손수 정성들여 쓴 글씨를 벽에
붙이시고는, 맑은 샘물에 마음을 씻듯 정갈한 마음과 몸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소망을
전하셨습니다. 덧붙여 에너지 언어의 중요성과, 다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식구와 가족의 의미,
그리고 서로간의 관심과 보살피기(배려하기) 등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기본적인 마음과, 작년에
출범한 초우가족의 앞날에 명심해야 할 자세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뒤를 이어 한기수 회장께서
인사말로 새해의 덕담을 주셨습니다.
(신년하례회 광경)
간단하게 신년하례를 마치고 이어서 ‘아호명명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등단 시인이나 문인들 간에
서로 부르기 좋은 호를 초우문학회를 이끌어 가시는 선생님께서 주시고, 작년에 시조문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한 배상운, 최양숙, 김건호 세 분 시인께서 받게 되었습니다. 작년 초에는 재작년에
문단에 오르신 선배 세 분(우석(牛石) 한기수님, 단우(旦又) 고운석님, 시우(時雨) 이종현님) 역시
아호를 받은 바 있으니 이번이 두 번째 아호명명식이 되는 셈입니다.
아호라 함은 태어난 직후에 받은 이름과 성년이 되면서 받는 이름인 자(字) 이외에 별명으로 부를
수 있는 또 다른 이름으로, 옛날에는 선비나 사대부들이 즐겨 가졌습니다. 하나 또는 수십 개의 호를
남긴 어른도 있었으니, 그 호는 그분의 일면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였습니다.
초우문학회와 경원 시창작반을 통하여 시인이 되신 분들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아호로써 서로를
칭한다면 그것 역시 품위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 분 시인이 선생님께 예를 드리는 모습)
행사장의 구조가 좌식이 아니고 협소한지라 아호를 내려 주시는 선생님과 받는 세 분이 예를
행하기가 수월치 않았습니다. 손수 붓글씨로 쓴 세 분에게 드릴 아호를 가운데 자리한 상에 두고
세 분은 선생님을 향해 큰절로써 예를 올렸습니다. 맞절로 답례를 하시는 선생님의 표정은 형언키 어려운 감격이 서려 있었습니다. 세 분에게 차례로 아호를 주시며 뜻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배상운 선생의 아호는 ‘송헌(松軒)’인데 《장자》에서 나온 내용 “송백지무 헌헌장부
(松柏之茂軒軒丈夫)"로 "추위에도 변치 않는 송백의 청정함이 헌헌장부의 고결한 군자일지니!"라는
뜻이랍니다. 송헌 선생의 데뷔 시조인 ‘겨울 소나무’와 훤칠한 외모도 아호를 지으심에 참고를
하신 듯합니다.
최양숙 선생의 아호 ‘함지(含芝)’는 《역경(易經)》에서 나온 말로 “함장가정 지란지화(含章可貞
芝蘭之化)”로 “빛남을 머금고 바르게 할 수 있으니 벗 사이에 좋은 감화로 이끌어 나가는 미쁜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천생 한국의 여인상인 함지 선생의 정숙함과 온유함이 항상 그렇듯이
주변을 편케 하리라는 생각입니다.
김건호 선생의 ‘다일(多一)’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구절 “부다익과 유정유일(裒多益寡
惟精惟一)”에서 구한 것으로, “많은 것을 덜어 적은데 더함으로 정(精)하게 하고 한결같은 오직
한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아울러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지신 까닭으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다니엘’처럼 큰 일꾼이 되라는 교수님의 배려가 숨어있는 아호인 듯합니다.
(좌로부터 송헌(松軒) 시인, 문복희 교수님, 함지(含芝) 시인, 다일(多一) 시인)
아호를 받은 세 분은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은잔에다 각자 정성으로 준비한 미주를 따라 올렸으며,
그 은잔은 본 행사 후에 아호를 받는 세 분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경원 시창작반을 통해 배출된 세 분 등단 시인에게 아호를 주시는 선생님께서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하십니다. 아마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친혈육 이상의 끈끈한 정을
느끼셨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그것은 아호를 받으시는 세 분 시인 역시도 마찬가지로써 말씀
한 마디, 눈 맞춤 한 번에서도 모두 우러나는 정이 느껴져서 사뭇 애틋하였습니다. 아호를 받는
세 분 시인께서 호를 받은 감회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다일 시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아호를 받을 때부터 수상하던 그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단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그저 서있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요.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흘리는
사나이 눈물이 천언만어의 웅변 보다 더 가슴에 와 닿았으니까요. 아마 선생님을 만난 후에 공부를
한 이후 오늘날 등단 시인으로써 스승이 주시는 호를 받는 일련의 일들이 무척이나 감격스러우셨던
가 봅니다.
행사의 말미를 빌어 이번에 다섯 번째 시집을 출간하신 선생님의 ‘별 이야기’ 출간을 축하드렸고,
선생님께서는 손수 서명하신 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제목처럼 별 이야기를 90편이나 모아
시집으로 엮으신 선생님,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귀하고 고운 시집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부단히 주옥같은 시를 쓰시는 것을 우리는 마땅히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자리를 함께하신 장삼현 원로 시인과 모상철 원로 시인께서 시집 출간에 대해 축하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두 분 원로께 감사드립니다.
(앞줄 좌로부터 장삼현 원로 시인, 모상철 원로 시인, 문복희 교수님, 한기수 회장님, 허순복님,
뒷줄 좌로부터 주낙균님, 허필란님, 다일 시인, 김숙자님, 함지 시인, 공한성님, 송헌 시인, 권혁범,
박형주님, 성보용님, 정규호님)
아호를 받은 세 분 시인이 함께 자리한 원로 어른과 시우들에게 미주를 따르니, 주고받는
술잔에서는 주향이 넘치고, 오고가는 덕담에서는 기쁨이 넘쳤습니다.
매일 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싶게 즐거운 연회 자리는 차차 붉어지는 얼굴색과 함께 점점
무르익는 가운데, 부족한 대로 진행을 맡았던 저는 대략의 공식적인 행사가 마무리되매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아무쪼록 오늘 아호를 받으신 세 분 선배,
송헌 시인님,
함지 시인님,
그리고 다일 시인님!!
지금처럼 멋진 모습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여서 멋진 아호를 문단에 깊이 각인시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자리에 함께하신 원로 시인과 문우들께서 신묘년 새해에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시는 멋진 한 해가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2011년 1월 11일
(행사 후에 바로 소개했어야 될 글을 이제야 올리게 됨을 사과드립니다.)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무국에서 할일을 기다리다 못해 올리셨군요. 자상하신 사람내음 차 향기님 감사합니다.
올 한해는 청천세심 하는 한해가되 시기를 기원합니다.
시린 몸에 반가운 햇살이 금방 윙크 하며 ,아호 받으신 송헌 배상운 선생님,함지 최양숙 선생님,다일 김건호 선생님 들께 흐뭇한 미소.....!그 모습을 보았씁니다,축하 드리고,앞으로 넓고 좋은 자리에 향기를 기대합니다.
건강 하시고,승리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