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 칼럼: 기독교적 포퓰리즘
성철스님이 죽고, 내가 좋아했던 법정스님도 죽고,... 이제 불가에서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분은 제 짧은 소견으로는 법륜스님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그렇습니다. 목사의 입장에서 참 부럽습니다. 대중이 좋아하고 대중이 따라준다는 것은 ‘진리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혼자서만 깨달고, 혼자서만 즐기는 ‘진리’는 이미 진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중을 깨우고, 대중이 그 진리 가운데에서 살아가도록 이끄는 것이야 말로 참 선생의 할 일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종교가 어떠하든 선생으로 따른다는 것은 법륜스님에게는 행복이고, 목사인 저에게는 참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더욱이 목사로서 자존심이 상하기도 합니다. 책을 좋아해서 늘 서점을 들러 좋은 책을 구경하는데, 베스트셀러 중에 항상 2~3권은 스님들의 책이 꼭 끼어 있습니다. 제가 책방을 놀이터 삼은 지가 거의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데 거의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요즘같이 시대를 이끌 지도자가 갈급한 시점에서 더욱 스님들의 책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오랜 시간 동안 목사님들의 책은 베스트셀러로 등록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서점에서 외에는 아무도 목사님들의 책을 찾지 않는 것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세상에 진리를 선포하고, 세상을 진리로 깨워야 할 목사의 이야기가 대중에게 별로 영향력이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대중이 문제입니까? 아니면 전하는 자들이 문제입니까? 후자라는 생각이 저를 참 많이 괴롭힙니다. 목사가 쓴 책이 대중에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포퓰리즘”(이 말은 대중과 영합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이념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대중인기주의로 사용합니다.)적인 책을 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귀에 달콤한 책이 아니라, 대중을 깨우치고, 새롭게 하는 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스님들의 책은 결코 포퓰리즘이 없습니다. 그저 잔잔한 깨달음을 대중에게 전해서, 그들이 올바로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목사님들의 책이 더 “기독교적 포퓰리즘”에 가까웠습니다. 우리만(?) 잘 살고 구원받아 하나님의 나라를 누리며 살자는 것입니다. 대중을 향한 걱정, 시대를 향한 눈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목사가 불교를 찬양한다고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다만 목사와 진리, 진리와 대중, 믿음과 신앙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려고 한 것입니다. 주말, 진리를 깨달고, 진리 가운데 살아가는 시간이 되시길 바라며, 저도 과연 하나님께서 목사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지를 더욱 깊이 고민하는 주말을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