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
역병에 뺏긴 일상
단계별로 회복할 때
여전하게 새벽이면 눈을 뜨고 창을 열고
생각을 풀어내어 글도 쓰고 시도 짓고
찬물을 들이켜서 더부룩한 속을 비우고
시장기 가득 안고 삼시세끼 거르지 않고
마음 맞는 지인들과 우스개도 주고받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세상일을 눙치면서
내일도 푸른 하늘을 삼이웃과 그려가는
소시민
일상일지라도
넉넉하다 말하리
위로
고희에 엎어져도 그만하면 다행일세
무거운 몸뚱이로 돌부리에 걸렸다니 쯧, 쯧, 쯧 조심 좀 하지 그랬나? 팔꿈치 혈종이야 한 달이면 사라지고 손목 염증조차 보름이면 없어질 터 뼈마디 부러진 데 없고 얼굴도 멀쩡하니 한여름 무더위가 살짝 걱정이나 팔다리 다 드러낼 일 뭐가 그리 잦을까?
가끔은
자빠진 채로
하늘 봄도 괜찮네
어느 향원 미수 잔치
삼대를 이어오신 텃세 누린 미수 잔치
차린 게 별로지만 마음껏 드시이소 부모를 잘 만나고 고향만 지키다가
논밭전지 건사하며 아들딸 유학시켜 한 밑천씩 노나준 뒤
여러 단체 뒷전에서 큰 기침만 뱉았는데 아직껏 큰집 문턱 밟지 않고
신문에도 나지 않은 채 이러구러 살고 있소
삐삐한 번 차지 않고 011만 썼는데도
풀뿌리 시의회에 뒤쳐진 채 발 담구어도 재선하니 폼납디다
앞장서서 외치기 보다 뒤따르며 기침함이 돋나뵈진 않았지만 실속은 있습디다
집안 후인들에게 한마디 당부하자면 1등만 노릴 게 아니라
끝까지 완주하는 것도 괜찮은 삶이더란 말이지
아무튼 오늘은 부조도 필요 없소
나와 같이 한세월 같이 지낸 인연들 뿐이니
허리띠 풀어도 좋소 공짜 뷔페라고 쳐 둡시다
동짓달
서늘한 바람에
권주가를 뿌리며
초복 땜
무더위 식히려는 땜질도 가지가지
단오부채 손에 잡고 태풍을 불러볼까
삼계탕 끓여놓고 이웃사촌 모아 볼까
육개장 어탕국수에 수박도 쪼개 놓고
민소매 반바지 차림
죽부인을 껴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