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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차 마심이 일상삼매 소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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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선풍중진불사회, 통도사 극락암 삼소굴서 극락선차 시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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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와 선(禪)은 ‘다선일미(茶禪一味)’ ‘선다일미(禪茶一味)’라 하여 같다고 말한다.
흘려듣는 유행가 가사 같던 ‘다선일미’의 참뜻을 입안을 감아 도는 차맛과 차향을 통해 어슴푸레 느껴볼 수 있다면, 차도 알고 선도 알게 되는 기회가 아닐까?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에서 4월 4일 열린 다도 시연회가 그랬다. 경봉선풍 중진불사회가 선보인 ‘극락선차 삼소다회’는 통도사의 빼어난 선지식이었던 경봉 스님(1892~1982)의 탄신 120주년과 열반 30주년을 기념해 스님의 선풍과 다맥을 소개코자 마련한 행사이다.
통도사는 수많은 선지식을 배출한 천년고찰이다. 통도사 경내를 중심으로 영축산 자락을 휘감아 도는 소나무 사이 너른 들에는 연밭 차나무밭 등이 있다. 스님들이 천년 넘는 세월을 가부좌를 틀고 수행해 왔으니, 또 사부대중이 관리해 온 너른 벌판에 차밭이 있으니 다도라 불릴 것이 있음은 당연하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 담장 뒤편에도 한때 야생차나무가 가득했다고. 조선시대 스님들이 노역에 시달리다 못해 차나무와 종이나무를 베어버렸다는 가슴 아픈 설명을 들으면서도, 스님들과 차와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생각이 든다.
극락암에 오르니 통도사 대중스님들이 왜 이곳을 “극락” “극락”이라 부르는지 알만 했다. 솔숲 굽이진 비탈길을 돌고 돌아 만나는 작은 암자, 눈앞에 펼쳐진 동화 속 같은 아름다움은 눈비 섞인 가운데 휘몰아치는 일진광풍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극락암은 경봉 스님이 50여 년간 머물다 입적한 곳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깨달았고, 이곳에서 후학을 제접하고, 이곳에서 긴 고요함에 들었다. 경봉 스님의 극락암 생활은 순간순간이 모두 수행이었고, 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문화로 남았다. 스님이 시(詩)·서(書)·화(畵) 삼절(三絶)에 선(禪)ㆍ차(茶)까지 오절(五絶)을 갖춘 대선사(大禪師)라 불린 까닭이다.
시연회는 경봉 스님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삼소굴에서 열렸다.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껄껄껄 이제야 만나 의혹 없어지니/ 우담화 꽃빛 온 누리에 흐르네.
(我是訪吾物物頭/ 目前卽見主人樓/ 呵呵逢着無疑惑/ 優鉢花光法界流)
삼소굴 대문에는 ‘일기일회(一機一會)’라는 스님의 선구(禪句)가 붙어 있다. “기회는 지금뿐이니 오직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씀이다. 스님의 글로 마음의 때를 씻어냈다면 삼소굴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놓인 물항아리에 손가락을 적셔 몸을 깨끗이 할 일이다. 다도는 경봉 스님의 영정에 합장하고 전각 안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연에는 원행 스님이 팽주로 나섰다. 스님은 고려대장경에 ‘청규’로 전하는 수십여 가지의 차 마시는 법을 문헌과 실제를 비교해 새로 정립했다. 원행 스님은 이날 문화재급 다관과 통도사ㆍ나주 운흥사 등에서 제다된 차 등을 이용해 녹차를 시작으로, 발우 공양, 황차, 극락선차를 선보였다.
녹차 시연에는 토우선생의 다관, 명나라 자주요 철회 찻잔, 청대 주석 잔받침, 고려 청자 자호, 청나라 출산석가도가 그려진 차칙이 사용됐다.
공양에는 굴림만두 쑥국, 봄나물 무침, 연근침, 능이초회 등 사찰음식이 발우와 송~원대 그릇에 제공됐다. 황차 시연에는 1930년대 제작된 은제 탕관, 청나라 청화백자 찻잔, 고려시대 청자 연화 퇴화문 차호, 고려 연봉형 숟가락 등이 사용됐다. 극락선차가 시연된 네 번째 음다에는 청대 자사다관, 청화백자나한도가 그려진 찻잔, 청대 주석 잔받침ㆍ차통ㆍ삼우도차칙ㆍ주석만자문 등이 쓰였다.
극락암 도감 혜원 스님은 “차 맛이나 격식을 따지려는 자리가 아니다. 지금 여기 살아가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차를 대접하며 선담(禪談)을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팔각화로 위 물주전자에서 물이 끓자, 원행 스님이 끓는 물을 다관으로 옮겼다.
원행 스님은 차통의 차를 대나무 차칙에 덜어 차를 우려냈다. 첫 잔을 건넸다. 입안에 차향이 그윽하다. 두 번째 잔은 숙우에 내놓아졌다.
혜원 스님은 “잔에 다시 따르지 않고 숙우에 내놓음은 이 자리에 함께한 이들이 모두 나눠 마실 수 있도록 각자가 배려해 스스로 양을 조절해 직접 따라 마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순서는 발우 공양. 흰 쌀밥, 쑥국, 봄나물 등 반찬이 담긴 발우 세 개가 각자 앞에 놓였다. 오신채(五辛菜)를 뺀 사찰음식을 뜨면 산천의 봄내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어 녹차를 발효한 황차가 내어졌다. 황차는 끓는 물에 바로 넣어 끓여 먹어도 돼 녹차보다 간편하다. 때문에 유학자들도 즐겨 마셨다는 것이 원행 스님의 설명이다. 시연회는 극락선차를 끝으로 회향했다. 극락선차는 극락암에서 기른 우전(雨前)을 깊이 우려낸 것은 맛과 향이 깊기로 유명하다.
극락선차 삼소다회 시연은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된다. 경봉선풍 중진불사회는 극락선차 삼소다회를 정기화해 일반 대중도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삼소굴 큰 방 한켠에는 경봉 스님이 적은 글이 걸려 있다. 이것이 ‘다선일미’의 참 뜻이리라. 밥 먹고 차 마시는 살림살이가/ 일상 삼매의 소식이라./ 이 소식을 알겠는가!/ 차.(喫飯喫茶人生/ 日常三昧之消息/會得麽/ 茶)
한편, 중진불사회는 삼소다회 시연 외에도 경봉 스님의 탄신 120주년과 열반 30주기를 맞아 암울한 이 시대를 헤쳐 나가는 고상하고 원만한 인격자를 양성하는 사업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7월까지 극락선차 삼소다회와 선문화체험 템플스테이를 개최한다. 미공개 됐던 경봉 스님의 유품 등을 특별전시하는 한편, 7월 16일 경봉 스님의 30주기 다례재에 맞춰 선문화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극락암 도감 혜원 스님은 “경봉 스님의 선양 활동이 한 해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통도선문화재단 설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
첫댓글 극락암소굴도 가고 싶고 그런 차회에 동참해 보고도 싶네요. _()_
발우 공양도 해 보고 싶고 차도 마셔 보고 싶어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