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아이 만보에게
늙은 엄마, 아부지의 절실한 바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늦둥이 만보야! 반가워~
‘겁보만보’를 읽는 내내 네가 진짜 부러웠어. 넌 늦둥이 외아들이어서 엄마, 아부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형제가 없으니까 비교당할 일이 전혀 없었잖아?
흠...난 달랐어. 1남 7녀 꼬마네집에 다섯째 딸이어서 위로 언니가 넷이고, 아래로 여동생 둘에다 남동생만 물고빨고 이뻐라 하는 엄니, 아부지가 있었을 뿐이야. 진짜 고달팠겠지?
언니들 등살에다 동생 셋이 줄줄이 사탕으로 버티고 있으니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뭐든 잘해야만 엄마, 아부지의 눈길을 쪼끔이라도 받을 수 있었어.
휴... 그러고 보면 나... 참 힘들게 살았다!!!
노란 테두리의 동그란 이름표를 가슴에 떡하니 붙이고 초등 1학년에 입학한 겁보 만보를 보면서 내 모습도 떠올랐어. 가만보면 초등 1학년 무렵에는 뭐든 겁날 수 밖에 없잖아? 뭐든지 다해주는 엄마 아부지 품을 떠나서 ‘초등학교’라는 거대한 공간에 낯선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맞딱뜨려야 하니 가슴이 쪼그라들고 콩닥거릴 수밖에! 그치?
만보야!
난 널 충분히 이해해.
뒤늦은 감은 있지만, 엄마 아부지가 ‘겁보 딱지떼기 대작전’을 벌이는 모습은 진짜 눈물겹고 흥미진진했어. 만보의 겁을 없애주려고 심부름을 보낼 때마다 늘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부지랑 시장에서 만나기’ 미션을 펼치는 엄마의 노력은 아들이 ‘겁보’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하는 부모의 모습이어서 큰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
물론 한 고개, 두 고개, 세 고개를 모두 훌쩍 넘어 아부지랑 시장에서 만나는데 성공한 용감한 아이, ‘만 가지 보물’ 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만보 너야말로 정말 자랑스러웠어.
“아이고, 어른들도 못 댕기는 길을 뭔 수로 넘어왔어야?”
아이고 아줌마가 물었어.
“가다 보니 길이 나오던디유.”
만보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어. (80쪽)
이 장면이 제일 통쾌했어.
그 누구보다 용감한 아이 만보야!
참, 말숙이는 부지깽이 들고 세 고개를 잘 넘었는지 무척 궁금해.
다음에 만나면 꼭 이야기 해주렴~^^
2016년 9월 22일 목요일 아침
*** 초등학교 1학년 1반이었던
삐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