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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의 숲 카페》
## 제63화 ― 「일흔 살의 첫 월급」
부제: 돈으로 셀 수 없는 인생의 값어치
### 1. 숲속 카페의 목요일
봄 햇살이 숲속의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고 있었다.
밤새 내린 비 덕분인지 숲은 한층 짙어진 초록빛을 띠었다. 카페로 이어지는 돌길에는 작은 물방울이 남아 있었고, 계곡에서는 맑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간판에는 익숙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소진의 숲 카페
차 한 잔과 이야기 한 편이 기다립니다.
목요일은 카페가 조금 더 분주해지는 날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신지영이 직접 밥을 지어 손님들에게 내놓는 날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흰 셔츠에 짙은 회색 앞치마를 두른 지영은 커다란 냄비 앞에서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맛보았다.
“음, 오늘은 제법 괜찮은데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진이 웃었다.
“지영 씨는 매주 똑같은 말씀을 하세요.”
“매주 맛있으니까 그렇죠.”
“지난주에는 싱겁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손님들 건강을 생각해서 일부러 그랬던 겁니다.”
“그런데 소금은 왜 세 번이나 더 넣으셨어요?”
지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소진 씨는 참 기억력이 좋으십니다.”
“작가니까요.”
“작가들은 참 무서운 사람들이군요.”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오늘의 밥상은 보리밥과 시래기된장국, 두부조림, 애호박볶음, 무생채, 그리고 갓 무친 취나물이었다.
소진은 찻잔을 정리하고 있었다.
짧은 갈색 머리와 가는 테 안경, 아이보리색 블라우스 위에 베이지색 앞치마를 두른 그녀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숲길을 따라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2. 정성스럽게 접힌 지폐
노인은 일흔 살쯤 되어 보였다.
희끗희끗한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겼고, 오래 입은 듯한 남색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작은 천 가방을 들고 있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온 노인은 잠시 실내를 둘러보았다.
“어서 오세요.”
소진이 반갑게 인사했다.
“여기가 밥을 파는 날이 따로 있다는 카페 맞습니까?”
“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에요.”
노인의 얼굴에 안도하는 빛이 스쳤다.
“아이고, 잘 찾아왔네.”
지영이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시래기된장국이 아주 좋습니다.”
“그럼 밥 한 그릇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노인은 창가의 작은 탁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천 가방에서 낡은 지갑 하나를 꺼냈다.
지갑을 열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 안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낸 노인은 모서리를 반듯하게 맞추고,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눌러 폈다.
마치 오래 보관해온 귀중한 문서를 다루는 것 같았다.
소진이 다가가자 노인은 지폐를 내밀었다.
“밥값부터 내겠습니다.”
“천천히 드시고 나중에 계산하셔도 괜찮아요.”
그러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오늘은 먼저 내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오늘은 제가 번 돈으로 밥을 먹고 싶습니다.”
소진은 잠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손에 든 지폐를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남이 준 돈도 아니고, 자식들이 용돈으로 준 돈도 아닙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일해서 받은 돈입니다.”
### 3. 일흔 살의 첫 월급
소진은 노인의 마음을 헤아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노인은 조금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축하받을 일까지는 아닙니다. 일흔 살 먹은 사람이 월급 좀 받았다고.”
“첫 월급이라면 축하받을 만한 일이죠.”
그 말에 노인은 소진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첫 월급을 받으신 분처럼 기뻐 보이셔서요.”
노인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그렇습니까.”
지영이 밥상을 들고 다가왔다.
“따뜻할 때 드십시오.”
노인의 앞에 보리밥과 된장국, 정갈한 반찬이 놓였다.
노인은 밥상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야, 참 좋구먼.”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맛있습니다.”
“아직 드시지도 않으셨는데요?”
“제가 오늘 먹는 밥은 특별하거든요.”
노인은 숟가락을 들기 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첫 숟가락을 입에 넣은 노인은 천천히 씹었다.
“참 오랜만이네요.”
지영이 물었다.
“이런 된장국이요?”
“아니요.”
노인은 웃었다.
“제가 저 자신에게 밥을 사주는 게 말입니다.”
### 4. 이름 없는 노동
노인의 이름은 한영수였다.
올해 일흔.
젊은 시절부터 평생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스물세 살에 결혼했고,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웠다.
그의 하루는 늘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논에 물을 대고, 밭을 갈고, 비닐하우스를 손보고, 수확한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농사가 잘되는 해도 있었고, 태풍으로 한 해 수확을 잃은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영수는 다시 씨앗을 뿌렸다.
“평생 놀아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월급을 받아본 적도 없어요.”
소진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농사라는 게 그렇잖습니까. 돈이 들어오면 종잣값 내고, 비료값 내고, 기계 고치고, 애들 학비 내고…….”
노인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그러고 나면 제 몫이라는 게 따로 없더라고요.”
그는 웃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애들 크는 거 보는 재미로 살았으니까.”
세월이 흘러 자식들은 모두 독립했다.
아내와 함께 농사를 줄이며 조용히 지내던 영수는 몇 해 전부터 일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아내가 무릎이 좋지 않아 농사일을 접자고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편했다.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고, 비가 오면 논둑이 무너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이상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도 갈 데가 없는 겁니다.”
영수는 찻잔을 바라보았다.
“평생 그렇게 바쁘게 살았는데, 갑자기 아무도 저를 찾지 않으니까요.”
자식들은 아버지가 쉬기를 바랐다.
아들은 말했다.
“아버지, 이제 일 그만하시고 편하게 사세요.”
딸도 말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저희가 해드릴게요.”
고마운 말이었다.
하지만 영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자식들이 저를 생각해주는 건 아는데…….”
노인이 천천히 말했다.
“제가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된 것 같더군요.”
### 5. 쓸모 있다는 말
어느 날이었다.
영수는 동네 작은 도서관 앞을 지나가다가 안내문 하나를 보았다.
마을 어린이 텃밭 가꾸기 — 활동 도우미 모집
초등학생들이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프로그램이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법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영수는 안내문을 한참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웃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일흔 먹은 사람한테 누가 일을 맡기겠습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도 안내문을 보러 갔다.
그다음 날에도 갔다.
결국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기…… 텃밭 도우미 말입니다.”
젊은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네, 어르신.”
“혹시 나이가 많아도 됩니까?”
직원이 물었다.
“텃밭을 가꿔보신 적 있으세요?”
영수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한 오십 년쯤 했습니다.”
직원이 눈을 크게 떴다.
“오십 년이요?”
“농사만 지었습니다.”
그러자 직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르신, 저희가 찾던 분이세요!”
영수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
저희가 찾던 분이세요.
오랜 세월 동안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수는 몇 번이나 혼자 웃었다.
### 6. 작은 텃밭의 선생님
첫 출근 날, 영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아내가 물었다.
“어디 가려고 벌써 일어나요?”
“출근.”
“아홉 시까지라면서요.”
“첫날부터 늦으면 안 되지.”
“아직 네 시간이나 남았는데?”
“준비할 게 많아.”
영수는 깨끗한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오래된 모자도 솔로 털었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당신, 꼭 소풍 가는 애 같아요.”
“소풍보다 더 중요하지.”
“왜요?”
“출근이니까.”
그날 도서관 텃밭에는 아이들 열두 명이 모였다.
영수는 아이들에게 상추 모종을 보여주었다.
“이게 뭔지 아는 사람?”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풀!”
아이들이 웃었다.
영수도 웃었다.
“그래. 풀처럼 보이지. 그런데 이건 상추란다.”
다른 아이가 물었다.
“할아버지, 상추는 왜 땅에 심어요?”
“그래야 자라니까.”
“그럼 냉장고에 넣으면 안 자라요?”
영수는 잠시 생각했다.
“냉장고에서는 좀 춥겠지?”
아이들이 깔깔 웃었다.
영수는 아이들에게 흙을 너무 세게 누르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물을 줄 때는 모종이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일은 따로 있었다.
아이들이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상추도 잠을 자요?”
“할아버지, 지렁이는 집이 있어요?”
“할아버지, 토마토는 왜 빨개져요?”
영수는 오십 년 농사를 지으면서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들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아주 혼났어.”
“왜요? 일을 못 했어요?”
“아니. 애들이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아내가 웃었다.
“대답은 잘했어요?”
“반도 못 했지.”
“그럼 어떡해요?”
영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공부해야지.”
### 7. 일흔 살의 공부
그날부터 영수의 저녁 풍경이 달라졌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작은 수첩을 꺼냈다.
아이들이 물어본 질문을 적어두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었다.
어떤 날은 아내에게 휴대전화로 정보를 찾는 법을 배웠다.
“이거 누르면 되는 거야?”
“아니, 그건 광고예요.”
“광고는 왜 자꾸 나와?”
“그냥 넘겨요.”
“아이고, 공부하기도 힘들구먼.”
아내는 웃으면서도 남편을 도와주었다.
며칠 뒤, 영수는 아이들에게 지렁이가 흙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설명해주었다.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할아버지는 모르는 게 없네요!”
영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할아버지도 모르는 게 많아.”
“그런데 어떻게 알아요?”
“모르면 배우면 되지.”
그 말을 하면서 영수는 문득 깨달았다.
평생 남에게 무언가를 가르쳐본 적은 별로 없었지만, 자신도 여전히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그에게 새로운 하루를 선물했다.
### 8. 처음 받은 봉투
한 달이 지나고 첫 활동비가 지급되는 날이었다.
도서관 직원은 영수에게 말했다.
“어르신, 이번 달 활동비가 입금됐습니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고맙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몇 번이나 통장을 확인했다.
입금 내역에는 자신의 이름과 활동비가 적혀 있었다.
금액은 크지 않았다.
젊은 시절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해 벌던 돈보다도 적었다.
그러나 영수는 한참 동안 통장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그 대가를 자신의 이름으로 받은 돈.
그는 은행에 들러 일부를 현금으로 찾았다.
창구 직원이 물었다.
“어르신, 큰돈은 아닌데 현금으로 필요하세요?”
“예.”
“무슨 일 있으세요?”
영수는 쑥스럽게 웃었다.
“첫 월급이라서요.”
직원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시군요. 축하드립니다.”
그 말을 듣자 영수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일흔 살에 듣는 첫 월급 축하 인사였다.
그는 지폐를 반듯하게 접어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돈으로 뭘 할까.
평소라면 생활비에 보탰을 것이다.
손주들에게 과자를 사주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다르게 쓰고 싶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돈을 썼으니, 이번에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때 아내가 며칠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숲속에 밥 잘하는 카페가 있대요. 일주일에 한 번만 밥을 판다던데.”
영수는 그곳에 가기로 했다.
혼자 밥 한 그릇을 사 먹기로.
자신이 번 돈으로.
### 9. 가장 비싼 밥 한 그릇
이야기를 듣던 지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영수는 마지막 남은 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제가 참 별난 노인이지요?”
“아닙니다.”
지영이 대답했다.
“아주 멋진 분이십니다.”
영수는 손을 내저었다.
“뭐가 멋집니까. 그저 아이들한테 상추 심는 법이나 알려주는 건데.”
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르신, 상추 한 포기 심는 것도 누군가는 배워야 하잖습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오십 년 농사짓고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수가 웃었다.
“농사 안 지어봤으면 모를 수도 있지.”
“바로 그겁니다. 어르신이 아시는 걸 아이들은 모르고,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걸 어르신은 새롭게 배우시는 거잖아요.”
소진이 말을 이었다.
“서로에게 선생님이 되는 거네요.”
영수는 그 말을 천천히 되새겼다.
“서로에게 선생님이라…….”
지영은 빈 그릇을 정리하려다가 다시 물었다.
“오늘 밥은 어떠셨습니까?”
“참 맛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수가 웃었다.
“제가 평생 먹어본 밥 중에서 제일 비싼 밥이었습니다.”
지영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저희 밥값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닌데요?”
소진이 웃음을 참았다.
영수도 크게 웃었다.
“돈으로 따지면 그렇지요.”
그는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 밥 한 그릇 먹으려고 일흔 해를 살았으니까요.”
잠시 카페가 조용해졌다.
창밖에서는 새 한 마리가 낮은 가지에 내려앉았다.
영수는 다시 말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제가 번 돈으로 먹으니 밥맛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습니다.”
### 10. 뜻밖의 부탁
식사를 마친 영수는 소진에게 국화차 한 잔을 주문했다.
소진이 투명한 찻주전자에 국화꽃을 넣고 따뜻한 물을 부었다.
노란 꽃잎이 천천히 펼쳐졌다.
영수는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꽃이 물속에서 다시 피는 것 같네요.”
“말린 꽃도 따뜻한 물을 만나면 이렇게 모양을 되찾아요.”
“사람도 그러면 좋겠구먼.”
소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 때도 있지 않을까요?”
차를 마시던 영수는 천 가방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사실 오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글을 좀 봐주실 수 있습니까?”
소진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곳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몇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우리 텃밭의 어린이들에게
상추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습니다.
물을 주고 기다려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자라는 동안 할아버지도 함께 배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진은 글을 천천히 읽었다.
“직접 쓰셨어요?”
“예. 아이들한테 주려고요.”
“아주 좋은 글인데요.”
영수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맞춤법이 틀린 데는 없습니까?”
“몇 군데만 다듬으면 되겠어요.”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소진은 펜을 꺼내 조심스럽게 문장을 살폈다.
글을 다듬는 동안 영수는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잠시 뒤 소진이 종이를 돌려주었다.
“다 됐습니다.”
영수는 수정된 글을 읽었다.
“아이고, 훨씬 낫네요.”
“아니에요. 원래 글이 좋았어요.”
“작가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소진은 고개를 저었다.
“글을 잘 쓰는 데 꼭 어려운 말이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녀는 종이를 가리켰다.
“이 글에는 어르신이 살아오신 시간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좋습니다.”
영수는 한동안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
“오늘 참 많이 얻어갑니다.”
### 11. 아내에게 줄 선물
영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지영이 물었다.
“어르신, 다음 주에도 오시겠습니까?”
“글쎄요. 월급날마다 오면 좋겠지요.”
“그럼 매달 첫 월급 기념 식사를 하시는 겁니까?”
“허허, 월급이 매달 나오니까 첫 월급은 아니지 않습니까.”
“매달 새롭게 받는 월급이니까 매번 첫 월급 같은 마음으로 드시면 되지요.”
영수는 웃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앉았다.
“그런데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네.”
“이 밥을 집에 가져갈 수도 있습니까?”
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한 그릇만 더 부탁합니다.”
“누구 드리시려고요?”
영수는 조금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 집 사람요.”
소진이 웃었다.
“사모님도 좋아하시겠어요.”
“글쎄요. 평생 제가 벌어온 돈으로 살림을 했으니 별 감흥이 없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면서도 영수는 지갑을 다시 꺼냈다.
이번에도 지폐를 정성스럽게 폈다.
“그래도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말해주려고요.”
“어떻게요?”
영수는 잠시 생각했다.
“여보, 내가 첫 월급으로 당신 밥 사 왔다고.”
지영은 포장 용기를 준비하며 말했다.
“그 말씀은 꼭 하십시오.”
“왜요?”
“밥맛이 더 좋아질 테니까요.”
### 12. 아내의 대답
그날 저녁.
영수는 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포장한 밥을 올려놓았다.
아내 박순덕은 마당에서 말린 빨래를 걷고 있었다.
“여보.”
“왜요?”
“이리 와봐요.”
“무슨 일인데요?”
순덕은 손에 들고 있던 빨래를 내려놓고 식탁으로 왔다.
“이게 뭐예요?”
“밥.”
“그건 나도 알아요.”
“내가 사 왔어.”
순덕은 남편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밥을 사 왔다고요?”
“응.”
“어디 아파요?”
“아니, 멀쩡해.”
“그럼 무슨 바람이 불었어요?”
영수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오늘 월급 받았거든.”
순덕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아, 그랬어요?”
“그래서 당신 밥 한 그릇 사 왔지.”
순덕은 식탁 위의 포장 용기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고맙네요.”
영수는 쑥스럽게 웃었다.
“뭐, 밥 한 그릇 가지고.”
그런데 순덕은 곧장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대신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먹었어요?”
“먹었지. 아주 맛있게.”
“혼자?”
“응.”
“잘했네요.”
영수가 아내를 바라보았다.
순덕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왜?”
“당신이 당신을 위해 돈 쓴 게 처음인 것 같아서요.”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순덕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당신은 평생 뭘 사도 애들 것부터 샀잖아요. 새 옷을 사도 당신 건 나중이었고, 맛있는 게 생기면 식구들부터 먹였고.”
“그야 가장이니까 그렇지.”
“가장도 자기 밥 한 그릇은 사 먹어야지요.”
그 말에 영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순덕은 포장을 열었다.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퍼졌다.
“아이고, 맛있겠네.”
그녀가 밥을 한 숟가락 먹었다.
“정말 맛있네요.”
영수는 아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렇지?”
“다음에는 같이 가요.”
“그래.”
“그때는 당신 월급으로 나도 차 한 잔 사줘요.”
영수는 크게 웃었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그러자 순덕이 덧붙였다.
“대신 그다음에는 내 돈으로 당신 밥 사줄게요.”
“당신 돈이 어디 있어?”
순덕은 눈을 흘겼다.
“왜 없어요? 내가 모아둔 돈이 있지.”
“무슨 돈?”
“비밀이지요.”
영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평생 함께 살았어도 아내에게는 여전히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 13. 두 번째 방문
한 달 뒤.
목요일 오전, 소진의 숲 카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소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익숙한 노인이 서 있었다.
한영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작은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여성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영수가 인사했다.
“지난번에 왔던 사람입니다.”
소진이 반갑게 웃었다.
“기억하지요. 첫 월급 받으신 날 오셨잖아요.”
영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이고, 기억하시는군요.”
“그럼요. 오늘은 사모님과 함께 오셨네요.”
순덕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 영감이 하도 자랑을 해서 와봤어요.”
주방에서 지영이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도 맛있는 밥 준비했습니다.”
순덕은 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영감이 여기 된장국을 먹고는 며칠을 이야기했는지 몰라요.”
지영이 활짝 웃었다.
“그렇게 맛있으셨습니까?”
“아니요.”
순덕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기가 월급으로 사 먹은 밥이라고요.”
소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영도 머쓱한 듯 웃었다.
“아, 그쪽이 더 중요했군요.”
영수는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얘기를 꼭 해야겠어?”
“해야지요. 당신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밥상은 잡곡밥과 미역국, 두부조림, 버섯볶음, 오이무침이었다.
영수는 아내의 밥그릇을 먼저 챙겼다.
“많이 먹어요.”
순덕이 웃었다.
“당신도요.”
그 모습을 보던 소진은 문득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밥을 사준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내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나누는 일이기도 했다.
### 14. 텃밭에서 온 초대장
식사를 마칠 무렵, 영수는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이거 두 분께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소진이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색연필로 그린 그림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상추와 토마토, 작은 삽, 물뿌리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우리 텃밭에 놀러 오세요!
그 아래에는 아이들이 직접 쓴 이름이 빼곡했다.
영수가 설명했다.
“아이들이 다음 주에 첫 수확을 합니다.”
“벌써요?”
“상추가 제법 자랐어요.”
그는 뿌듯한 표정이었다.
“제가 여기서 글을 고쳐갔잖습니까. 그걸 아이들한테 읽어줬더니 말입니다.”
“네.”
“아이들이 저한테도 편지를 써줬어요.”
영수는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영수 할아버지, 우리한테 상추 심는 법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있어서 텃밭이 재미있어요.
다음에는 감자도 심어요.
소진은 종이를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영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 정말 큰일 하셨네요.”
영수는 손을 저었다.
“큰일은 무슨.”
그러나 그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그가 말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농사를 가르쳐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요?”
“알고 보니 아이들이 저한테 더 많은 걸 가르쳐주더라고요.”
영수는 창밖의 숲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나이 들었다고 해서 배울 게 없어지는 건 아니더군요.”
### 15. 월급의 진짜 값어치
며칠 뒤, 소진과 지영은 마을 도서관의 텃밭을 찾았다.
작은 텃밭에는 초록빛 상추가 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영수 할아버지!”
한 아이가 달려왔다.
“우리 상추 엄청 커졌어요!”
영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너희가 잘 돌봐서 그렇지.”
다른 아이가 물었다.
“할아버지, 이거 따도 돼요?”
“이제 따도 되지.”
“그럼 할아버지 먼저 드세요!”
아이는 가장 커다란 상추 한 장을 영수에게 내밀었다.
영수는 잠시 그 상추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고맙다.”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할아버지, 이것도요!”
“제 것도 드세요!”
“할아버지, 저는 두 장 드릴게요!”
순식간에 영수의 손에는 상추가 한 아름 쌓였다.
소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영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월급이 또 생겼네요.”
소진이 웃었다.
“이번에는 상추로 받으셨네요.”
영수는 아이들이 건넨 상추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건 돈보다 더 귀하네.”
아이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수의 얼굴에 번진 웃음만큼은 알아볼 수 있었다.
### 16. 첫 월급으로 산 것
텃밭 수확을 마친 뒤, 영수는 소진과 지영에게 다가왔다.
“두 분께 드릴 게 있습니다.”
그는 작은 봉투 두 개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직접 말린 상추 씨앗이 들어 있었다.
“이거 심어보세요.”
소진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카페 앞에 햇볕 잘 드는 곳이 있더군요.”
지영이 웃었다.
“그럼 내년에는 여기서 기른 상추로 밥상을 차릴 수도 있겠네요.”
“그럼 좋지요.”
영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런데 제가 첫 월급으로 산 게 사실 밥만은 아닙니다.”
소진이 물었다.
“또 무엇을 사셨어요?”
영수는 가방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꺼냈다.
새것처럼 반짝이는 연필 한 자루였다.
“이걸 샀습니다.”
“연필이요?”
“예.”
그는 연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아이들이 질문하면 잊어버리지 않으려고요.”
소진은 그 연필을 바라보았다.
“아주 좋은 선물이네요.”
영수는 웃었다.
“예전에는 제가 아는 것만으로 평생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는 연필을 가방에 넣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배워야겠어요.”
“무엇을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요.”
영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제가 아직 모르는 세상도요.”
### 17. 소진의 기록
그날 저녁.
카페 문을 닫은 뒤 소진은 창가에 앉아 작은 수첩을 펼쳤다.
지영은 주방에서 마지막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영수 어르신 참 좋아 보이셨죠?”
소진이 말했다.
“그러게요.”
지영이 대답했다.
“일흔 살에 첫 월급이라니, 참 멋진 일입니다.”
“지영 씨는 첫 월급으로 뭘 하셨어요?”
지영은 잠시 생각했다.
“아마 운동화를 샀을 겁니다.”
“운동화요?”
“네. 그때는 새 운동화 한 켤레가 그렇게 갖고 싶었거든요.”
“그 운동화 오래 신으셨어요?”
“아주 오래요. 밑창이 닳을 때까지.”
지영은 웃었다.
“소진 씨는요?”
소진도 잠시 생각했다.
“저는 책을 샀어요.”
“역시 작가님답네요.”
“그때는 제가 언젠가 책을 쓰게 될 줄 몰랐어요.”
“지금은 쓰시잖아요.”
소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서는 계곡 물소리가 들렸다.
소진은 수첩에 천천히 글을 적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집을 짓고, 누군가는 나무를 심고, 누군가는 자식을 키우며 자신의 시간을 남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일흔 살에 처음 받은 월급으로 밥 한 그릇을 사 먹는다.
그녀는 잠시 펜을 멈추었다.
영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돈은 액수보다 제가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소진은 다시 적었다.
월급은 일한 대가이지만, 그날의 월급은 한 사람에게 새로운 내일을 허락한 선물이었다.
인생에는 정년이 있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기쁨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다.
### 18. 숲속에 심어진 씨앗
며칠 뒤, 소진은 카페 앞 작은 화단에 영수가 준 상추 씨앗을 심었다.
지영이 옆에서 물뿌리개를 들고 있었다.
“여기쯤이면 잘 자라겠지요?”
소진이 물었다.
“햇볕도 좋고 흙도 괜찮으니 잘 자랄 겁니다.”
“언제쯤 싹이 날까요?”
“며칠은 기다려야겠지요.”
소진은 흙을 가볍게 덮었다.
지영이 물을 뿌렸다.
잠시 뒤 소진이 말했다.
“지영 씨.”
“네?”
“우리도 영수 어르신께 배운 게 있네요.”
“뭘요?”
“사람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요.”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추는 너무 깊이 심으면 안 된다는 것도 배웠죠.”
소진이 웃었다.
“그건 지영 씨가 더 잘 아시잖아요.”
“아닙니다. 저는 밥상에 올라온 상추만 잘 압니다.”
두 사람은 함께 웃었다.
그때 숲길 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구, 거기 그렇게 물 많이 주면 안 됩니다!”
고개를 돌리자 영수가 걸어오고 있었다.
손에는 작은 모종삽이 들려 있었다.
“어르신!”
소진이 반갑게 인사했다.
영수는 화단을 들여다보았다.
“씨앗을 심으셨군요.”
“네. 어르신이 주신 씨앗이에요.”
영수는 흙을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았다.
“잘 심으셨습니다.”
지영이 물었다.
“그럼 물은 이 정도면 됩니까?”
“예.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영수는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잠시 흙을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
“씨앗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요.”
“어떤 점이요?”
소진이 물었다.
“이렇게 작아도 안에 자랄 힘이 다 들어 있거든요.”
그는 손에 묻은 흙을 털었다.
“다만 때를 만나야 하지요.”
소진은 그 말을 조용히 되새겼다.
영수는 일흔 살에 새로운 일을 만났다.
그리고 자신 안에 아직 남아 있던 힘을 발견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흙 속에 잠들어 있던 씨앗이 봄을 만난 것과 같았다.
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와서 싹이 났는지 봐드리겠습니다.”
“꼭 오세요.”
소진이 말했다.
영수는 환하게 웃었다.
“그럼요. 이제 제가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으니까요.”
노인은 천천히 숲길을 걸어 내려갔다.
그의 걸음은 처음 카페를 찾아왔던 날보다 조금 더 가벼워 보였다.
소진은 그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내일도 나를 기다리는 일이 있다는 기쁨.
그것만으로도 삶은 다시 푸르게 자랄 수 있다.
숲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아직 싹이 나지 않은 화단 위로 햇살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소진의 숲 카페에는 오늘도 차 한 잔과 이야기 한 편이 조용히 남았다.
― 제63화 끝 ―
### 다음 편 예고 ― 제64화 「소진의 원고가 사라진 날」
어느 날 아침, 진소진은 밤늦게까지 써 내려간 원고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책상 위에도, 서랍 속에도, 평소 원고를 보관하던 가방에도 없다.
“분명 여기 두었는데…….”
지영까지 나서서 카페 구석구석을 찾아보지만 원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한 손님이 소진에게 뜻밖의 말을 건넨다.
“혹시 이 글을 쓰신 분이 사장님이세요?”
사라진 원고를 통해 소진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글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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