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버스파업, 끝내 명분없는 공권력 투입
각계각층의 우려와 중재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행위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이 높았음에도 행정대집행이 결국 9일 오전 10시 호남여객을 비롯한 4개 시내버스 사업장에서 단행됐다.
이번 집행에는 경찰 30개 중대 2,400여명의 경찰병력과 250여명의 공무원이 동원됐고 각 사업장의 천막이 철거되고 오후 5시 기준으로 140대 중 110대가 출차됐다.
맨몸으로 저항했지만 사지 들려 해산돼고, 집단폭행도
호남여객의 경우 경찰은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조합원을 둘러싸고 해산을 시도했다. 일부가 웃옷을 벗고 맨몸으로 저항했지만 사지가 들려 사업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과 연대 하러 온 이들 대다수가 눈시울을 붉혔으며 명분 없는 공권력을 투입을 강하게 규탄했다.

▲호남여객 사업장에 경찰 5개중대가 배치돼 농성자들을 모두 사업장 밖으로 밀어냈다.
다른 사업장은 마찰 없이 출차와 농성장 철거가 이뤄졌지만, 조합원의 4~5배 되는 병력이 사업장에 들어와 운행할 수도 없는 버스를 무리하게 출차 시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던 조합원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신성여객은 오늘 12시 30분 경에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에게 조합원 3명이 집단폭행 당해 한강연합병원에 입원 중이다. 1명은 중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윤종광 수석부본장은 “참담한 심정이다. 명분없는 공권력 투입을 몇 차례에 걸쳐 경고했지만 결국 파업을 초장기 사태로 만드는 일을 벌였다”면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죽기 살기로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비장함을 비췄다.
또 버스파업 시민대책위 이세우 대표는 “노조 측은 사회적 합의안, 노동부 중재안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해결의지를 보였는데도 공권력을 투입했다”고 짚으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경찰은 물러서고 사측이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쟁본부, “우리에게만 준법과 도덕성을 요구하지 마라”
버스파업 투쟁본부는 오후 2시 명분 없는 경찰력 침탈 규탄과 중단 없는 투쟁을 선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전주시청 앞에서 열었다.

투쟁본부는 “한국노총이 3월 11일부터 버스를 회사 차고에 입고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미 출차 된 차량조차 운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버스출차에 병력과 공무원까지 동원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는 “버스파업을 좌초시키기 위한 사업주 편드는 행위로 명분 없는 도발이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투쟁본부장은 “조합원들의 분노를 설득하면서 평화적으로 파업을 진행해왔지만, 불법대체근로라는 위법행위를 하고 있고, 오늘 행정대집행을 하면서 영장 제시도, 근거제시도 못 했다. 납득할만한 단 한마디 설명도 못 했다”며 도리어 경찰과 지자체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저희에게만 합법 얘기하고 도덕성 얘기하지 마라. 이제 살기 위해서 불법 합법 구분하지 않겠다”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조합원들, 결연한 의지 다지며 삼보일배
기자회견을 끝낸 조합원들은 시청 노송광장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폭력경찰 농성장 침탈을 규탄하고 앞으로 투쟁을 결의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박사훈 공공운수노조(준) 버스본부장 “배가 고픕니다. 많이 지치기도 했습니다. 견딘 만큼 악 다물 이도 남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버스파업 정당성 관철하고 투쟁 승리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전했다.


삼보일배는 오후 3시 30분경에 시청 노송광장에서 시작해 전주 시내 민중서관 사거리에서 마무리됐다. (경은아 기자, 출처= 울산노동뉴스)
[관련 성명]
전북 버스파업에 대한 공권력 침탈을 규탄한다.
- 전북 버스노동자들에게 진정한 연대세력이란 오직 투쟁하는 노동자들뿐이다.
전국의 버스자본과 공권력에 맞서 92일차 파업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는 전북의 버스파업 현장 곳곳에 투입된 2000여명의 경찰과 공무원은 파업천막을 철거하고, 차고지의 버스를 끌어내갔다. 경찰과 용역깡패까지 동원한 앞도적인 물리력에 파업노동자들은 목을 조이고 사지가 들려서 끌려 나갔다. 신성여객지회 조합원 3명은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에게 폭행을 당해 입원중이며 한 명은 중상이다.
하루 15~16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에 150만원의 임금을 받고, 사고 시 비용을 노동자가 부담하며, 1인당 천만 원에 이르는 파렴치한 임금체불에 맞서 투쟁에 나선 버스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자는 아무도 없다. 어용노조를 깨버리고 파업투쟁에 나서면서 스스로를 투사로 바꾸어낸 이들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자는 아무도 없다.
이들의 피눈물을 도대체 누가 닦아줄 것인가? 민주당 따위는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초기부터 파업을 비난해온 민주당과 전주시에 대한 파업노동자들의 분노는 오히려 파업 대오를 견결히 유지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대연합/진보대연합에 발목이 묶여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지 않고 있다. 야권연대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투쟁정신으로 내일 아침을 맞이하자. 자본의 치졸한 음모와 국가의 물리력은 오직 노동자의 끈질긴 투쟁으로만 이겨낼 수 있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는 오늘 있었던 전북 버스파업에 대한 공권력 침탈을 규탄하고,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버스노동자들의 승리를 위해 힘차게 연대할 것임을 밝힌다.
끈질기게 투쟁해서 버스파업 승리하자!
2011.3.9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swc.jinbo.net)
[관련 기사]
버스 파업, 분노에서 희망으로
[기고] 파업 90일, 모두를 위한 투쟁이라는 자부심
최병윤(제일여객 조합원)
많이 힘이 든다. 동료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버티고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을까? 무엇이 우리를 여기에 서 있게 만들었을까? 돌아보면 참으로 분통이 터진다. 버스 노동자들의 한풀이가 이렇듯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그 한풀이가 끝날 때 이 파업 종식될 것이라 생각한다.
버스 파업을 시작하기까지, 역시나 되풀이되는 임금협상
2010년 7월, 내가 일하고 있는 제일여객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당시는 임단협 시기로 노조는 사측의 임금삭감, 노조와 협의 없는 일방적 운전자 채용, 노조 무력화 시도 등에 맞서 파업 찬반투표를 거친 후 7월 27일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이런 문제는 전주시의 모든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똑같이 겪고 있었던 것으로 파업은 전북지역 전체 버스 사업장의 계획이기도 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임금 협상은 언제나 그랬듯이 파업을 결정해 놓고 파업 하루 전날 “극적인 합의 도출”로 결말이 났다. 조합원들의 찬반을 묻지도 않고 “극적인 합의”는 노동조합에 받아들여져 조합원들이 결정한 파업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위원장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한국노총에서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석달 열흘이라도 파업투쟁해서 사업자를 굴복시키자며 떠들더니 파업을 시작하기 하루 전 어이없는 합의안을 받아들이고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당시 합의로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은 기본급의 4.5%로 꽉 채워 일했을 때 약 7만원 정도였지만, 지부장의 임금은 70만원이나 인상되는 기막힌 합의였다.
한국노총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뿐, 다시 파업 결의
우리 조합원들은 이에 분노했고 도저히 한국노총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들이 모여 “한국노총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민주노총으로 가입했다. 당시 우리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은 오로지 “한국노총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제일여객 뿐만 아니라 다른 버스회사의 노동자들도 한국노총에서 체결한 임금협상에 반발해서 함께 민주노총에 가입하게 됐다. 그러자 회사의 노조 탄압은 더욱 거세졌고, 우리는 다시 파업을 결심하게 됐다.
▲ 제일여객 농성장
파업 투쟁 내내 견뎌야 했던 지독한 추위,
분노로 밀어온 투쟁, 우리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자부심 생겨
한 겨울 파업에 돌입한 우리가 맨 처음 맞아야 했던 것은 지독한 추위였고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 투쟁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 달 정도면 마무리될 것으로 여겼었다. 대부분의 조합원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몰랐던 사업주들의 비리도 속속 드러나고, 행정기관과 정치권의 무능과 사업주와의 유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투쟁이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 체불임금 지급 등 우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민의 문제도 포함돼 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우리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커지고 있다.
처음 파업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노동자는 민주노총이니, 한국노총이니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었고, 노동운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항상 벌어 먹고살기에 급급한 평범하고 가난한 노동자일 뿐이었다. 다만, 우리가 버스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버스 사업주들의 거짓과 비리를 다른 시민보다 가까이서 보고 느끼는 것을 시민에게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을 몸서리치게 알게 됐고, 행정과 정치권력이 서민을 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은 항상 돈 있는 사업주와 힘 있는 정치권력을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됐다.
90일이 돼가는 긴 싸움, 사업장에서 당해온 억압을 과거 한국노총이 방어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저항과 분노가 이렇게 엄청난 것이었다는 것에 나 스스로 놀라고 있다. 희생을 감수한 동료의 싸움을 보면서 그들이 존경스럽다. 파업대오와 함께하지 않고 사업주에게 붙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운전자들을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분명 생활고 때문에 파업에 참여할 수 없었던 그 노동자들도 처음에는 사업주와 한국노총에 분노했던 사람들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파업 90일차!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그 대답은 뒤돌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버스 파업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정, 그리고 전주 시민을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우리 버스 노동자들이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무리의 끈을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저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어용 노동조합을 심판해야만 하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긴 파업 투쟁을 거치면서 더욱 단단해진 우리는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있다. 그리고 분명히 이 파업 투쟁 정리되는 날, 모든 노동자와 시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출처= 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