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선근증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96)
47세의 L씨는 원래 허리가 아파 치료를 받던 환자였는데, 어느 날 침 치료를 받다가 갑자기 부인과 상담을 청해온 환자였다. 원래 평소에도 월경 때 출혈량이 많으면서 통증이 있어 고생을 했었는데, 모 여성전문 병원에서 검진을 했더니, 병원에서 ‘자궁선근증’ 진단을 내리고 빨리 수술하자고 권유를 했다고 한다. 또한 자궁선근증과 더불어 2센티미터 크기의 자궁근종도 발견되었기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도 수술받기를 꺼려하고, 당장 수술을 해야 할 만큼 시급한 상황도 아니었기에, 일단 보존요법으로 한약 치료부터 하기로 했다. 실제 수술은 모든 치료 방법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선택해야 할 방법이므로, 병원에서도 결국 수술 대신에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수술 전 자궁근종 치료제’를 투약하게 되었다.
<진단과 치료>
원래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자궁이 커지는 것을 말하는데, 자궁선종이라고 부르며, 심한 경우 전체적으로 자궁이 커져 마치 임신 한 것처럼 자궁이 커질 수도 있다. 주로 월경과다와 월경통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출혈이 심해 빈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골반통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1/3의 환자에게서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제대로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더불어 분명한 원인 또한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양방에서는 주로 수술을 권유하는 편이다. L 씨의 경우에도 수술을 권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양방에서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자궁전체를 절제하는 외과적 수술이지만, 자궁절제를 원하는 않을 경우에는 호르몬 분비 자궁 내 장치를 삽입하거나 경구 피임약이나 진통제를 사용하며, 자궁내막을 소작하는 치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심지어 엉뚱한 처방이 내려지기도 한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L 씨의 경우에도 오히려 자궁근종을 치료하는 약물을 처방받고 있었다. 사실 자궁근종치료제를 복용하는 정황은 2주분 한약을 복용하고 난후에서야, 환자가 실토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약의 부작용에 자궁이 두터워지며 출혈이 생기는 것이 있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에, 두 번째 한약복용시기 부터는 양약 복용을 중단시켰다. 사실 첫 번째 한약을 복용하고 난 다음에는 그다지 큰 차도를 못 느꼈었는데, 그 약 복용을 중지한 이후로 한약의 효과가 나기 시작했으며, 세 번째 한약을 복용한 후에 그 약의 성분이 다 빠져나가자 드디어 치료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월경이 정상화되면서 출혈양도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첫날과 둘째 날까지는 월경 량이 많다가 셋째 날 이후에 양이 확 줄어들고 깔끔하게 끝났으며, 통증도 예전처럼 심하지 않았다고 매우 신기해하였다. L 씨의 경우, 차음 생리를 시작한 초경 때부터 지금까지 생리가 불규칙하고 출혈양이 너무 많아 외부 출입을 못하고 통증도 심했었는데, 일생 처음으로 정상적인 월경을 경험한 것이라 매우 신기해하였다.
L 씨의 한약은 주로 습담과 어혈을 풀어주는 내용의 처방이 이용되었는데, 자궁선근증이 바로 자궁내막 조직이 불필요하게 커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기혈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현상인데, 이 중에서도 특히 어혈을 풀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왜냐하면 어혈이 생리불순을 일으키며, 월경통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혈이 심하면, 자체가 스스로 기혈순환을 방해해서 더욱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L 씨에게 어혈을 풀어주며 기혈순환을 촉진시키는 한약을 처방하였다.
또한 타고난 성격이 섬세하고 예민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쉽게 받는 성격이었는데, 이 또한 호르몬조절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기혈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심기를 보강시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약재도 추가 처방하였다. L 씨는 2주 분씩 3회에 걸쳐 총 6주간의 한약 처방을 복용한 후에, 정상적인 월경 주기와 출혈량을 되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