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운암요산회 제29차 정기산행지는 경남 밀양과 울산에 걸쳐있는 명산 재약산(載藥山 1,189.2m) 이다.
재약산은 얼마전에는 천황산(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죽은 뒤 허준으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해부하게 했다는 얼음골이 있는 그 천황산....)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천황산은 일제시대때 일본천황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여 우리의 옛 고 문헌에 의거 다시 찾은 원래의 이름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천황산 사자봉(1189.2M), 재약산 수미봉(1108M)이라고 나란히 있는 두 산을 독립산으로 취급하였으나 이제는 전자를 재약산 사자봉, 후자를 재약산 수미봉으로 부른다. 하지만 밀양시의 무관심인지 아직도 산정에 서 있는 이정표에는 여전히 천황산, 정상석에도 천황산으로 적혀있다.
영남의 밀양, 청도 일대 해발 1,000 미터 이상의 준봉들로 이루어진 영남알프스 산군중의 하나인 재약산은 산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정상 일대 사자봉 주변은 억새지대가 일품이다. 재약산은 유명한 얼음골, 표충사, 층층폭포, 금강폭포등 수많은 명소를 지니고 있으며,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 능동산, 신불산, 취서산으로 이어지는 억새풀 능선길은 한국의 억새산행의 대표적인 코스이다.
이번 운암요산회의 산행에는 경주고산악부 13기 학생들이 합동산행을 한다. 이제 산행에 입문하는 초년병들로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9_cafe_2008_10_23_20_44_490063459f3f4)
산행의 들머리인 표충사 뒤를 두르고 있는 재약산. 1200m대라서 높이가 제법 된다. 영남알프스라는 거대한 산세 가운데에는 명찰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재약산 아래 대찰 표충사가 있고, 영축산으로 넘어가면 한국 최대의 선원 통도사, 가지산을 넘으면 석남사, 운문산을 넘으면 운문사가 있다. 그래서 예부터 이 일대의 산길은 아무리 험준해도 산승의 표연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3_cafe_2008_10_23_20_44_4900634f55fc3)
표충사에서 영면하신 한국 근대의 선승 효봉선사의 부도비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7_cafe_2008_10_23_20_44_4900636b20752)
표충사 지나 재약산으로 오르면서 나타나는 아름다운 계곡.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여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물이 거의 다 말라버렸다. 가뭄이 자뭇 심각하다. 김영삼 정권 때의 혹심했던 가뭄 이래로 가장 심한 것 같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16_cafe_2008_10_23_20_44_4900637f36e03)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물은 없다. 위의 유명한 금강폭포도 아마 그 수량이 형편 없을 것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4_cafe_2008_10_23_20_44_4900639160955)
계곡은 가을색이지만 여전히 물은 없다. 그저 가을만 즐기자. 자연은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인 것이다. 가물어 단풍도 말라 비틀어져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그저 이 가을을 즐길 뿐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9_cafe_2008_10_23_21_02_4900640e7bd74)
출렁다리를 건너는 경주고산악부 13기. 그들은 오늘 첫 산행에 나선다. 그들의 선배들이 히말라야, 매킨리 등지에서 활약했지만 그 선배들도 처음에는 나와 이렇게 산행을 시작했었다. 아이들의 얼굴 표정들이 마냥 밝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다를걸. 아마 똥색이 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10_cafe_2008_10_23_21_02_4900641883e99)
된비알을 오르는 운암인들. 너무나 가물어 발을 내 디디면 먼지가 풀썩풀썩 올라온다. 코에 먼지가 들어가 콧물이 흐른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8_cafe_2008_10_23_21_02_490064224b49b)
너덜지대를 오르기 시작하는 운암인들. 아까보다 먼지가 덜 나서 좋기는 하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16_cafe_2008_10_23_21_02_4900643b276f8)
잠시 휴식을 취하는 운암인들. 운암은 이 산행을 기점으로 몸집을 불리기로 한다. 항상 10명 정도로 산행을 했지만 이제는 조금 키우자는 의견들이 강하다. 미송과 단미의 표정은 밝지만 발반장은 뚱하다. 우리의 일꾼 송산은 언제나 여유가 있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1_cafe_2008_10_23_21_02_4900644deeae2)
너덜지대 상단부를 통과하는 운암인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7_cafe_2008_10_23_21_02_49006462736b4)
너덜지대에서 쩔쩔매는 경고산악부 새내기들. ㅋㅋㅋ 안강 촌놈 이병학이 죽으려고 한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1/11_cafe_2008_10_23_21_12_4900682a6fcf5)
드디어 나타나는 재약산 주 능선.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1/11_cafe_2008_10_23_21_12_4900682ce098b)
뒤 돌아본 표충사를 확대하여 촬영한다. 처음부터 계속 가파른 오르막으로 산길이 이루어져 있어 모두들 힘들어 한다. 하필 날씨는 한여름 날씨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1/4_cafe_2008_10_23_21_12_49006833a82d7)
드디어 크게 나타난 정상부. 바위 부분 왼편 약간 뾰족 튀어나온 것이 정상 적석탑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1/11_cafe_2008_10_23_21_12_49006841ccc2e)
이 능선은 배내골에서 시작해 능동산을 거쳐 얼음골 길과 합쳐서 정상으로 오는 길이다. 이 코스도 아주 좋은 코스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2/3_cafe_2008_10_23_21_16_49006a8a08387)
능동산 코스. 저 뒤로 가지산이 보인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2/11_cafe_2008_10_23_21_16_49006a8c993dd)
사자평 방면 건너편에 수미봉이 보인다. 사자평은 억새의 평전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많이 훼손되었다. 하지만 옛 위용은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사자평으로 내려섰다가 바로 우측으로 표충사로 내려 갈 것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2/10_cafe_2008_10_23_21_16_49006a9d09b59)
정상에 선 경주고산악부 13기. 재약산은 당국의 무성의로 아직도 일제식 이름, 천황산으로 되어 있다. 아직도 '일본천황, 만세?'인가? 산악부 13기의 면면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전부들 촌놈들이다. 청송, 춘산, 안강, 후포, 영덕, 경산, 칠곡, 외동....등등 하하하! 전부 촌놈들이다. 저래도 촌에서 경주고로 왔으면 출신 중학교 전체에서 1,2위를 다투었던 놈들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2/5_cafe_2008_10_23_21_16_49006aa94f4e9)
운암인들. 태공님이 오시니 사진의 무게가 꽉 잡히네. 우리는 이름이 잘못된 천황산이라는 정상석을 버리고 정상의 적석탑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2/9_cafe_2008_10_23_21_16_49006ab5d9fec)
눈앞에 펼쳐진 사자평. 예전에는 한국 최고의 억새밭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황폐시켰다. 넓디 넓은 평전이 1000m 고지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래서 이름하여 영남알프스다. 건너편에 보이는 봉우리가 수미봉으로 예전에는 저곳을 재약산이라고 했다. 수미봉에 올라 좌측으로 나아가면 유명한 고사리분교가 나온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고지에 있는 초등학교였다. 이 사자평에 사람들이 상당 수가 살았다는 얘기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2/2_cafe_2008_10_23_21_16_49006ac3376b3)
이제 우리들은 사자봉에서 사자평으로 내려선다. 이제 밥 먹을 곳을 찾아야지.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15_cafe_2008_10_23_21_21_49006bf9a3a01)
벌써 사자봉이 멀어진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12_cafe_2008_10_23_21_21_49006c0e1b19b)
사자평 어느 곳, 바위 위에 펼친 점심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많아 즐겁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2_cafe_2008_10_23_21_21_49006c1f12060)
명태꼬다리와 쇠고기, 이것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도루묵 조림, 젖갈김치, 배우우거지 쌈 등이 쏟아져 나왔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8/3_cafe_2008_10_23_21_21_49006c3238c68)
그대로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자평의 억새밭. 옛날부터 있던 막걸리집은 이제 더 발전해 한창 성업 중이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6_cafe_2008_10_23_21_28_49006cd0b4f07)
사자평에 선 태공과 발반장 부부. 유난히 산을 좋아했던 발반장님의 불만이 남편이 산에 오지 않고 평생 낚시만을 즐겼다는 사실인데 이제서야 산에서 남편을 되찾았다. 태공님이 나이가 드셨는지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낚시에 질리셨는지 산에 나오신다. 울릉도 성인봉 등반 이후 빠지지도 않고......낚시 실력은 여전해 11월 함월산행에서는 직접 민물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을 끓여와 서비스하시겠단다. ㅋㅋㅋ 운암인들 또 한번 잘 드시겠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4_cafe_2008_10_23_21_28_49006cd89b126)
사자평에 선 경주고산악부 13기. 멋도 모르고 산악부에 가입한 학생들. 어쩌면 이들 중에 히말라야에 우뚝 설 사나이가 나올 지도 모르지. 1기 김동영은 트랑고타워에 섰고, 2기 신동섬은 히말라야 칸첸충카에 섰고, 2기 최성호는 북미 매킨리, 히말라야 스판틱봉, 그리고 남극에 서지 않았는가?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평생 산을 즐기며 살아갈 지도 모른다. 산사나이 2기 최성호는 지금도 나에게 말한다. "선생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런 삶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셔서요!"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7_cafe_2008_10_23_21_28_49006ce8d4393)
재약산 억새풀은 고사리 분교에서 수미봉에 이르는 수미봉 주위와, 사자봉 주위에 널리 퍼져 있다. 고원지대라서 그런지 저지대 억새보다 키가 작은데다 잎새도 가늘고 투박하다. 꽃 이삭은 거친 산정의 바람에 시달려서인지 뭉툭하고 짧다. 그래서 가는 바람에는 이삭 끝의 낭창거림을 보기 어렵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16_cafe_2008_10_23_21_28_49006cead478a)
하산하여 뒤돌아본 재약산 산 능선. 가뭄으로 먼지 속의 산행이라 고생들이 많았지만 가을산의 정취에 흠뻑 젖었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97/15_cafe_2008_10_23_21_28_49006cff45ec7)
표충사에 도착한 단미. 그린색의 상의는 내가 특별히 선물한 것이다. 사이즈가 경주, 울산에는 없어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표충사는 신라 진덕여왕때 창건하고 서산대사가 의병을 모집한 곳이다. 절 이름에 충성할 충자가 있는 것이 특이한데 이 절의 내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절은 부처를 모시고 산신령을 모시는데 이 절은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이름이 드높은 사명대사와 서산대사, 그리고 기허대사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있다. 승려이지만 나라의 운명이 위급할 때 나라에 충성을 바쳤던 고승들을 모시고 있기에 절 이름이 표충사인 것이다. 거기에다 표충사에는 아예 서원당까지 들어서 있다. 유학을 가르치는 서원이 절 속에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적극적인 사회 참여라는 쪽으로 생각해야 겠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101/6_cafe_2008_10_23_21_30_49006e611fb98)
표충사를 떠나면서 본 표충사 전경이다. 표충사 주위는 송림이 울창하다. 석탑과 사우들도 정갈하다. 원효가 창건했으며 사명대사와 효봉스님을 배출한 대찰로 특히 유품 전시관을 두고 해마다 향사를 지내는 등 사명대사의 호국성지로 유명하다. 전시관에는 국보 75호인 청동합은향완과 보물 467호인 삼층석탑, 선조가 하사한 금란가사 등 보물과 문화재들이 가득 진열돼 있다.재약산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