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을 맡았던 박은빈이 미국미평가협회가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 시네마 엔 TV’ 창립 행사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박은빈이 열연한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한 일인으로서 기분 좋은 기사였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은 학원생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를 자주 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그 드라마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그건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다른 걸 본다고 하자 나를 이상한 선생님 취급했다. 주위에서도 이 드라마에 대해 떠드는 걸 자주 들을 수 있어서 도대체 어떤 드라마이길래 그런 걸까 하고 휴가 첫날 작정하고 1편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휴가 동안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미뤄두었던 독서도 하고 등산도 다녀오자 계획했는데 이틀을 우영우 드라마 정주행하면서 보내버렸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고 나서 자폐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내가 자폐라고만 알고 있던 건 정확한 용어가 ‘자폐 스펙트럼’이었다. 빛은 여러 파장이 중첩되어 있고 빛이 분광기를 통과하면 파장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의 띠가 나타나게 된다. 스펙트럼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자폐가 한 가지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광범위하고 종류가 다양하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 용어였다.
드라마를 집중해서 봤는데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의문은 우영우처럼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사람이 사회의 인정을 받으며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게 현실에서 가능한가 하는 것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우영우가 법지식에 천재적인 능력을 가져 머릿속에서 법조문을 페이지 넘기듯 기억해낼 수 있기때문에 통쾌하게 법정에서 상대편 변호사의 변론을 반박하고 승리를 이끌어낸다.
드라마여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로펌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넘어가기엔 씁쓸한 면이 있다. 현실의 ‘우영우’는 72%가 무직이고 월급은 다른 사람의 절반 정도라고 한다. 내 지인의 자녀도 자폐를 앓고 있다. 그 아이를 어릴 때 본 기억으로는 졸졸 흐르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수도꼭지를 틀어두지 않았는지 살펴야 했고 음료수병의 뚜껑을 열어서 쏟지 않도록 지인이 주의했던 게 기억난다. 그 아이가 성인이 돼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괜히 지인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우영우’가 보여준 것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도 나와 다름없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자폐 스페트럼이라는 병명이 말해주듯 자폐의 다양한 범주를 이해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조금 뒷받침된다면 더 많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우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지인에게 전화해서 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고 아들이 아픈 가시 같은 존재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걸 같이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