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일) 두 번째 캄보디아 신년(쫄-들어가다, 츠남-년)을 맞으며
캄보디아의 신년은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캄보디아를 통과하는 4월 15일 입니다. 공식 공휴일은
14, 15, 16일 사흘인데 대부분의 학교는 2주 동안 방학을 합니다. 신년 1주일 전부터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학교에는 학생들이
많이 결석을 하기도 합니다. 평소에도 학교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쫄츠남이 가까워 오면
결석하는 학생들이 생겨서 수업분위기가 더욱 조성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신년 분위기는 선교사들의
사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주로 프놈펜에서 사역하는 경우는 사람들이 모두 시골로 떠나기 때문에
교회는 많이 허전합니다. 그래서 신년 연휴가 되면 선교사들도 여행을 많이 떠나는 현상이 생깁니다. 선교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도 거의 한 주일씩 방학을 하기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하기에
좋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캄보디아에 와서 두 번 째 맞는 신년 연휴를 앞두고 저희 부부의 느낌은 아직은 캄보디아 생활에 좀 익숙하지
못한 듯 합니다. 신년 연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의 경우는 무언가 부지런히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선교에 대하여 고민해야 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연휴를 즐기려는 생각이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을 데리고 이웃 나라로 며칠씩 휴가를 떠나는 선교사를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좀 어색합니다. 특히 이번 캄보디아 신년은 부활절을 앞둔 고난 주간입니다. 한인교회에서는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를 한다고 하지만 선교사들에게는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이 한국에서만큼 의미가 크지 않는 듯 합니다. 이유는 항상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이 캄보디아 신년인 쫄츠남(4월 15일)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캄보디아 교회는 성탄절은 그런대로 행사를 하면서 좀 화려하게(?)
지내지만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은 캄보디아 신년인 쫄츠남에 가려서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듯 합니다. 쫄츠남에는
가정마다, 마을마다, 절마다 요란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춤
파티가 며칠씩 이어집니다. 전축이나 음향기기를 장만해서 음악을 들어놓는 것이 무슨 자랑인양 얼마나 음악을
크게 트는지 모릅니다. 잔치도 장례도 마찬가지 입니다. 새벽 5시만 되면 잔칫집이나 초상집의 스피커에서는 요란한 음악이 시작됩니다. 특히
잔치집은 저녁 10시, 심지어 12시까지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춥니다. 이런 잔치, 명절 분위기를 즐기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고난주간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그리고 성 금요일 한 끼라도 금식을 하도록 가르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당연히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더
나아가서 언어가 되지 않고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신앙을 가르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선교사는 무엇보다 언어와 성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쫄츠남과 고난주간을 맞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작년 고난주간에는 주일예배는 계속 한인교회에 참석했었고 새벽기도회라도 몇 차례 참석했습니다만 이번 고난 주간은
주일예배는 센터에서의 어린이 주일학교로 대체되고 새벽기도회는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있지 않아서 영적으로는 상당히 긴장이 풀어져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전혀 묵상과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캄보디아
성경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기쁨과 감동을 누립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 사역에 대해서 많은 묵상과 하나님께
아뢰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번 고난 주간은 아내와 함께 한인교회에서 열리는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늘 낮에 센터에서 돌아오는 점심시간쯤 벌써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고 거리는 차들이 적어 평소보다 훨씬
한산하였습니다. 오늘부터 3-4일 동안은 조용한 명절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면서 휴일을 보낼까 생각해 보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캄보디아 성경책을 열심히 읽는 일 이외는 달리 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창세기
남은 부분과 로마서를 다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독일에 있는 큰 딸이 아내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독일 드레스덴의 한인교회도 내일부터 특별새벽기도회를 하는데 첫날 대표기도를 큰 딸이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금요일 새벽에 하기로 되었는데 사정이 바뀌어 내일 새벽에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연주회가 있어서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되니 아빠가 자기 대신 기도문을 작성 해서 메일로 보내달라는 부탁입니다. 사정이야 어떻던 이런 기회에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기도문을 작성하게 되는 것도 저에게는 유익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의 선교지를 향한 눈물 어린 기도에 힘입어 캄보디아 신년명절연휴와 겹치는 이번 고난 주간을 깨어 기도할 수 있도록 이모 저모로 간섭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