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진주신문 가을문예 심사 결과 순천 지역에서 싹쓸이를 했다. 또 시·소설 부문 당선자 모두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생이다. 진주신문 가을문예 운영위원회(위원장 박노정)는 올해 시 당선자로 ‘봄날의 부처님’외 5편을 응모한 김애리나(23·순천)씨를, 소설 당선자로 ‘간이정류장’을 응모한 양관수(50·순천)씨를 선정했다.
시 당선자 김애리나 씨는 해남 출신으로 순천대학 4학년에 재학중이며 양관수 씨는 같은 학과 05학번 만학도이다.
시 본심을 맡은 김명인 교수는 “‘봄날의 부처님’이 수상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즈넉한 절간 속에서 춘정을 불러와 부처님까지 노곤한 봄의 색정 속으로 밀어 넣는 능청이 선자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소설 본심을 맡은 한승원 교수는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이 작가의 작품이 가장 작가수업이 탄탄하다싶어 당선작도 정했다”고 말했다.
2005년 진주신문 가을문예는 지난 31일 ‘2005년 진주신문 가을문예’공모 마감 결과 시 부문은 총 142명 1083작품을 소설부문은 총 94명 172작품이 응모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시상식은 12월 10일 동방호텔에서 진행될 계획이다.
이 날 시상식에는 윤재근(한양대)명예교수의 문학강연도 준비돼 있다.
신선한 신인 작품을 읽는 즐거움
시 심사평
예심을 거쳐 선자에게 넘겨진 작품들 중 몇몇은 서정적인 밀도와 수사적 개성이 남달랐다.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응모해 온 것은 해를 거듭할구록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진주신문 가을 문예’의 저력이 아닐까 짐작했다. 마지막까지 되풀이해서 읽었던 시편들은 아래 여섯 분의 작품들이다. ‘검은 열매를 먹는 새’ 등은 상상력의 다양성과 깊이가 살펴졌으나, 촘촘한 심상들이 한 시편 속에서도 파편화이 되어 있어서 작품의 집중력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행간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시를 주밀하게 끌고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딱따구리 경전’ 등은 견고하게 지어진 시의 집을 대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구옥이 되어버렸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었다. 작시를 어떤 울타리 안에만 가두려 애쓰지 말고, 예측 불가지한 상상력의 들판으로 과감하게 방목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를 탐독하지 마라’등은 잘 짜여진 시적 구조에 실린 탄탄한 사유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작품의 골격만큼 심상 또한 선명하게 부조되었는가는 의문이었다. 스스로를 전환의 자리로 내몰아야 할 것으로 믿어졌다.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등은 시의 내밀함이 돋보이지만 관념에 기대는 실험은 결국 공허할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신체를 처절하게 관통해가는 내출혈적인 경과가 더 필요하리라 생각했다. ‘킨카주’ 등의 시편 앞에서 선자는 오래 망설였다. 불행한 이들을 꽃으로 받아 안음으로써 스스로 만개하는 사랑의 시화도 감염적이었지만, 그것을 건사하는 언어 또한 나무랄 데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선이 굵은 서정과 강건한 문체적 마력도 쉽게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다만 심상과 심상 사이의 삐꺽거리는 단층들이 수상자의 뒷자리에 이 분을 서게 한 것이리라. ‘봄날의 부처님’이 수상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즈넉한 절간 속에서 춘정을 불러와 부처님까지 노곤한 봄의 색정 속으로 밀어 넣는 능청이 선자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했기 때문이다. 돌연한 이 파격은 풍경을 압도하는 상상력의 힘일 것이다. 이 응모자는 또 다른 시편인 ‘A컵의 우주’, ‘안녕? 물고기!’등에서도 섬세한 시적 교직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수상을 축하하며, 큰 시인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해 가시길 당부한다.
개성과 능청의 시편들
시 심사평
심사를 할 때마다 나는 희망한다. 참신한 신인을 발견하게 되고 그의 작품을 읽게 되는 줄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본선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단편 ‘복어’ ‘오늘 밤은 헨리 폰다와’ 중편 ‘죽도사설’ ‘섬들은 언제 하나가 될까’ ‘금장도’ ‘간이정류장’ 등 6편을 골라내어 깊이 읽었다. ‘복어’는 문장력이 있지만 작품을 쓰다가 만 듯하다. 소설 문법을 보다 확실하게 익혀야 한다. ‘오늘 밤은 헨리 폰다와’는 죽음을 앞둔 시아버지와 장미의 틈에서 사는 여인의 이야기인데 밀도가 떨어진다. 여성 작가다운 섬세한 묘사적인 서술이 아쉽다.
‘금장도’는 증권투자로 재산을 날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앓고 있는 여인의 이야기인데, 말미에서 동창인 시골 농부와 몸을 섞는 것이 갑작스럽고, 그런 다음 곧바로 남편과 딸과 세상과 화해를 하는데 설득력이 없고, 전체적으로 늘어진 느낌이다. 단편으로 압축했으면 어떨까. ‘섬들은 언제 하나가 될까’는 15년 전에 모습을 감춘 남편의 출현과 점차로 화해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인데 짜임새가 튼실하지 않다. 남편으로 하여금 그렇게 되도록 작용하는 것은 이념으로 인한 분단이다. 그 이념의 비극을 극복하고 하나로 아우르려 하는 의도는 알 수 있지만 지루하고 산만하다. ‘죽도사설’은 정여립이 지은 책 ‘죽도사설’을 번역하며 잠행하다가 결말에서 내가 경찰에 잡히게 되는 액자 소실인데, 그것이 앞에서부터 훤히 내다보인다.
‘간이정류장’은 소재로 신선하고 문장이 감각적이고 짜임새도 좋다. 부의 축적과 신분상승의 광기로 말미암아 파멸해가는 사람들의 실존을 무리 없이 형상화시키고 있다는 데에 호감이 간다. 중편으로서의 무게도 있고, 헤어진 남자를 찾아가려고 꿈꾸는 결말이 슬프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이 작가의 작품이 가장 작가수업이 탄탄하다싶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시 당선 소감
봄날의 부처님
신문사에 작품을 부치던 날이었다. 그날, 꿈에서 부처를 만났다. 거대한 부처가 내게로 저벅저벅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목이 아프도록 부처의 얼굴을 올려보다가 얼른 합장을 했다. 합장을 하면서 어떤 소원하나를 빌었는지 가물가물 했다. 꿈속에서도 소원을 비는 철부지가 가여웠는지 부처는 빙그레 웃으셨다. 그리고 얼마뒤에 당선통보가 왔다. 너무 기뻐서 터진 웃음이, 곧 눈물로 바뀌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소식을 막상 듣고 보니,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빠를 힘껏 안아드렸다. 내가 글을쓰겠다는 꿈을 품게 된것은 순전히 부모님 때문이었다.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나의 유년시절, 아버지는 서점의 직원이셨고 어머니는 책 세일즈를 하셨다. 날마다 무거운 책 짐을 나르는 아빠와, 추운 겨울에 코가 발갛게 얼어도 책 한권을 팔기위해 거리 집집을 누비는 엄마. 나는 한번도 부모님이 부끄럽거나 챙피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다만, 당신들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그 책들이 너무도 지겨웠었다. 그래서 생겨난 나의 꿈은, 훌륭한 작가가 되어서 내 책만 파는 서점을 부모님께 지어드리고 싶다는 황당한 바람이었다. 다행히도 나의 황당한 바람을 현실로 옮기기 전에, 부모님은 서점을 개업하셨다. 이제, 우리 서점에 내 이름으로 된 시집 한권 놓을 바람으로 지금보다 더욱 치열하게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감사드려야 할 분이 너무 많다.
고등학생 시절,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힘이 되어주신 땅끝문학회 김경윤 선생님. 모교의 곽재구, 송수권, 김길수, 안광진 교수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지금쯤 눈 동그랗게 뜨고 자기 이름 찾고 있을 친구들아. 한결같이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평강왕자 창성선배와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더욱더 정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시 당선 소감
봄날의 부처님
신문사에 작품을 부치던 날이었다. 그날, 꿈에서 부처를 만났다. 거대한 부처가 내게로 저벅저벅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목이 아프도록 부처의 얼굴을 올려보다가 얼른 합장을 했다. 합장을 하면서 어떤 소원하나를 빌었는지 가물가물 했다. 꿈속에서도 소원을 비는 철부지가 가여웠는지 부처는 빙그레 웃으셨다. 그리고 얼마뒤에 당선통보가 왔다. 너무 기뻐서 터진 웃음이, 곧 눈물로 바뀌었다. 손꼽아 기다리던 소식을 막상 듣고 보니,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빠를 힘껏 안아드렸다. 내가 글을쓰겠다는 꿈을 품게 된것은 순전히 부모님 때문이었다.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나의 유년시절, 아버지는 서점의 직원이셨고 어머니는 책 세일즈를 하셨다. 날마다 무거운 책 짐을 나르는 아빠와, 추운 겨울에 코가 발갛게 얼어도 책 한권을 팔기위해 거리 집집을 누비는 엄마. 나는 한번도 부모님이 부끄럽거나 챙피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다만, 당신들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그 책들이 너무도 지겨웠었다. 그래서 생겨난 나의 꿈은, 훌륭한 작가가 되어서 내 책만 파는 서점을 부모님께 지어드리고 싶다는 황당한 바람이었다. 다행히도 나의 황당한 바람을 현실로 옮기기 전에, 부모님은 서점을 개업하셨다. 이제, 우리 서점에 내 이름으로 된 시집 한권 놓을 바람으로 지금보다 더욱 치열하게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감사드려야 할 분이 너무 많다.
고등학생 시절,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힘이 되어주신 땅끝문학회 김경윤 선생님. 모교의 곽재구, 송수권, 김길수, 안광진 교수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지금쯤 눈 동그랗게 뜨고 자기 이름 찾고 있을 친구들아. 한결같이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평강왕자 창성선배와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더욱더 정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소설 당선 소감
지도를 따라 지리산을 등산하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헤드랜턴을 지도 삼아 걸었습니다.
혼자 하는 산행이었는데 몸이 탈진하기 직전에 차가 다니는 길에 다다랐습니다. 다행히 앉아 쉴 곳이 보였는데 주위에 인기척이 전혀 없는 군내버스 간이정류장이었습니다.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 없이 주저앉아 쉬었습니다. 밤이 깊은 탓에 어디인지, 무슨 차를 어떻게 타야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시골 들판에 덜렁 놓여있는 깜깜한 간이정류장에서 혼자 마냥 앉아 있었습니다.
삼사십 분정도 지난 후에야 저 멀리에서 자동차의 불빛이 보였습니다. 안락한 승용차였습니다. 차 안에서 간이정류장을 소설 제목으로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주신문 가을문예가 제 앞에 멈춰 섰습니다. 혼자 주저앉아 있는 저에게 문을 열어주었고, 소설이라는 미로 속으로 대려다 주려고합니다. 주제넘게도 저는 편승했습니다. 저는 과분한 좌석에 편히 앉아 긴장합니다. 어디까지 대려다 줄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글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저를 꾸짖어주시는 순천대학교 문창과 교수님들, 늘 애정으로 감싸주는 순천대학교 문창 학우들, 사랑합니다.
진주지역 문인 여러분과 진주신문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반드시 좋은 소설을 빚어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