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아래서 사과 한 입 베어 물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그 가을의 초입에 보석처럼 아름다운 일곱 봉우리가 있다하여 칠보산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산,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함) 칠보산을 찾아 떠났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신비로움과 더불어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솔직히 가슴이 설레이기까지 하였다
산행전 준비동작을 간단히 마친 우리는 떡바위입구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싱그러운 산바람에는 분명 가을 냄새가 묻어 있었다.
여름내내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들도 불깃불깃 가을 색을 조금씩
칠하고 있었다.
헌데 왠지 별다른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 산행코스가 거의 완만하였고 기암괴석들도 여느 산들과 비겨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오르다보면 그래도 뭔가 눈에 번쩍 띄는 황홀경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후미에서 내심 천천히 살피며 올랐다.
목마름의 기대감을 안고 인내하며 오르고 또 올랐지만 감동을 느낄만한 풍경이 끝내는 시선에 안겨오지 않았다.
허전한 마음으로 정상에 다달았다 .
그나마 웃고 떠들며 동행한 디딤돌식구들이 있어서 그리고 도시락 까먹고 추억이 될 유머러스 모습의 사진을 남기고 하산후의 잊지 못할 명품 뒤풀이가 있어서 서글펐던 마음이 어느 정도 희석되었다. ...
귀가 버스에 앉아 칠보산에 대한 느낌이 시원찮아 다시 곰곰히 머리 속의 필름을 되풀었다....
우거진 푸른 잎으로 거대한 녹색양산을 만든 수목들,
암릉과 어우러져 하늘을 찌르고 선 소나무들, 떡바위,안장바위,거북이바위,
청량함을 더해주던 쌍곡폭포와 시원한 계곡수,
고독을 이겨내며 끈질게 생명의 노래를 엮어가는 길섶의 여린 구절초,...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로 칠보산은 이미 충분히 명산임에 틀림없었건만 난 왜 투정을 부렸을까?!... 무턱대고 새로운 것,특이한 것에 대한 추구,선입견,사소한 것에 대한 홀시,경우 따짐없는 비교... 이런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때문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누군가는 미소대신 눈물로 얼굴을 흐리며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꽃은 그대로 꽃이면 되는 것이고 산 역시 그대로 산이면 충분한 것이다.
진달래를 굳이 개나리에 비교하지 말아야 하고 칠보산을 굳이 백두산에 비교하지 말아야 할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교하려든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나친 인간의 욕심이고 불찰인것 같다.
곡선미를 갖춘 글래머의 여성도 여자지만 평범한 맞춤형의 체형을 소유한 여성도 필경 참한 여성인 것 처럼...
특별히 튀지도 않고 조용하면서도 푸근하게 있는 그대로 은근히 품어주는 칠보산,
그런 칠보산을 조용히 되새기면서 그리운 엄마의 품, 사무치게 그리운 엄마의 냄새를 떠올렸다. 보석처럼 아름답다는 일곱 봉우리에 대해 솔직히 지금도 궁금하지만 그 비밀이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영원한 수수께끼로 하여 칠보산은 더더욱 매혹적이고 길이 빛날테니깐!...
정녕 칠보산은 푸근한 엄마의 품이었다.
엄마를 기억하듯 눈 감는 그날까지 칠보산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