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하나 첩하나
不熱不寒二月天(부열부한이월천)-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이월 하늘밑에
一妻一妾諶可憐(일처일첩심가련)-아내하나 첩하나 견디자니 가련도 하오
側身臥處恰如川(측신와처흡여천)-몸을 비스듬이 하여 누우면 내천(川)자 같고
開口笑時混似品(개구소시혼사품)-입을 벌려서 웃을 때는 품(品)자와 같으리다
鴛鴦枕上三頭竝(원앙침상삼두병)-원앙침 위에는 머리 셋이 나란히
翡翠衾梩六肘比(비취금리육주비)-비취금 속에는 여섯 개의 팔이 나란히
免要西隣事已了(면요서린사이료)-겨우 서쪽 이웃에서 일을 이제 곧 마쳤는데
又被東邊打一擧(우피동변타일거)-또 동쪽에서 한번 치던지 들어놓든지 하란다.
이항복(李恒福)
구봉서 웃음이 있기에 그나마 숨을 쉬고 있습니다.
필자가 한의학의 한 분야인 사상의학(四象醫學)을 공부할 때에 습관하나가 생겼다.
특히 전철을 타고 자리에 앉아서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을 훔쳐보는 것이다.
그리고 길을 걸어갈 때도 마주 오는 사람을 보면서---
얼굴이 사각형으로 생겼으니 태음인(太陰人)
달걀모양의 미인형 소음인(少陰人)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았으니 소양인(少陽人)
친구끼리 걸어갈 때에 유난히 빨리 걷는 사람은 소양인(少陽人)
밥알을 헤아리면서 깨작깨작 먹는 소음인(少陰人)
술값 먼저 내는 친구는 소양인(少陽人)―---
어깨가 넓고 혼자 잘난 체 권위의식의 태음인(太陰人)
등등등---
사상의학(四象醫學)상으로는 다양한 모습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대부분의 얼굴에서 “웃음이 없는 모습”들이다.
표정이 굳어있다.
한국인 얼굴의 본바탕이 그렇다 치더라도
저렇게 예쁜 얼굴에 약간 밝고 미소 띤 표정을 지으면 정말 보기 좋을 것인데 대부분의 표정들이 무표정하거나 “저녁 굶은 시어머니 쌍판”처럼 찡그러져 있고,
여차하면 달려들 것 같고,
조금만 몸이 부딪쳐도 인상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얼굴들이다.
그런데 묘(妙)하게도 세상사는 요철(凹凸)이라
스마트폰이 보급된 후로는 전부 얼굴을 숙이고 있어
찡그리든 침울하든 얼굴자체를 바로 볼 수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 할까.
웃음 없는 표정들을 감추는 일대 르네상스의 시대라
한국인의 말과 표정에는 유머를 찾을 수 없다.
표정이 어둡고 침울하니 유머가 없을까?
유머가 없으니 표정이 우울해 보일까
친목 모임에 가서도 격(格)이 높은 농담(弄談)을 들을 수 없다.
겨우 한다는 유머가 “거시기 이야기는 부처님도 웃는다”는
천박한 표현의 섹스 이야기 정도다.
서양 영화를 볼 때에 특이한 것이 그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가 나오는 것이다.
유머가 있어야 낙천적(樂天的)일 수 있고
유머가 있어야 여유가 있다.
질 높은 유머는 서로를 행복하게 하며, 정작 당사자는 웃지를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런 농담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우리 사회의 말과 글과 표정에서는 위트를 쉽게 찾을 수 없다.
TV를 보아도 대부분 갈등으로 악쓰고,
명색이 취재하는 리포터들은 재치 없는 말솜씨에 호들갑만 떤다.
겨우 한다는 말이 네 살짜리 아이에게 “엄마 아빠중 누가 더 좋으니?”
하는 식이다.
코미디 프로도 전혀 우습지가 않다.
한국인은 유머가 없기 때문에 국민소득 3만달러가 되어도 “행복지수”가 최하위다.
굶기를 한국인 밥 먹듯이 하는 방글라데시 아프카니스탄등 아프리카 최빈국(最貧國)의 행복지수가 배불러 음식 버리는 한국인 보다 높다.
그 나라에는 배는 고파도 유머가 있다.
리듬에 맞춰 건들건들 걸음자체가 유머다.
유머 감각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천혜(天惠)의 선물이다.
걸쭉한 농담 뒤에 들리는 해맑은 웃음소리를 듣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영국의 은행가이며 인류학자인 존 러벅은
“마음이 메마르면 웃음을 잃기 쉽고, 웃음을 잃으면 삶까지 함께 메마른다.
진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유머 감각은 그래서 소중하다”
라고 하였다.
서양 사람들은 대통령이나 그 어떤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유머를 생활화 하는 것을 TV나 신문을 통해서 쉽게 볼 수 있다.
대통령과 장관, 장군과 사병 간에도 유머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목에 깁스한 우리나라 높은 어르신들에게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이 라디오 방송을 하려고 마이크 앞에 앉았다.
레이건은 음성 테스트인줄로 알고 농담부터 꺼냈다.
“친애하는 미국인 여러분, 우리는 5분 뒤 러시아를 폭격할 것입니다.
내가 폭격 명령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참모들이 화들짝 놀랐고 난리가 났지만 이미 대통령 목소리는 전파를 타고 흘러나갔다.
소련도 라디오를 들었고 전군 비상령을 내렸다. 사태는 별 탈 없이 수습됐다.
미국인들답게 방송 사고가 있던 8월 11일은
“대통령 조크 데이”로 즐기는 날이 됐다고 한다.
(2014년 5월 7일 조선일보 기사)
미국 대통령 농담은 기지(機智)나 애드리브가 아니라고 하였다.
백악관은 연설문 작성 팀에 유머 조크 담당을 따로 둔다고 하였다.
연설문에 유머나 조크를 넣기 위해서 외부 전문가를 끌어온다고도 하였다.
하이패밀리 공동대표인 송길원 목사가 쓴 “유머공방”에
천지창조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2044년 10월 달력을 기대하세요.
“10월 1일 토요일, 2일 일요일, 3일 개천절, 4~6일 추석 연휴, 7일 무조건 휴가, 8일 토요일, 9일 일요일”이다. 무려 아흐레 연휴!
100㎏ 넘게 나가는 남자를 상담하던 의사가 물었다.
“몸무게가 제일 적게 나갈 때는 얼마였나요?”
남자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3.3㎏이요”
자찬묘비명(自撰墓碑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로 유명한 버나드 쇼가 죽자
일간지 더 타임스는
유머와 위트의 달인이자 채식주의자(菜食主義者)였던 버나드 쇼의 죽음에 대해
“장례식 행렬에 염소와 소, 양 떼가 울면서 뒤를 따랐다”고 썼다.
버나드 쇼에 걸맞은 신문의 유머 감각도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서양은 대화자체가 유머로 구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최근에 영국의회의 흉내를 낸다고
“존경하는 누구 의원님” 하는 서두(序頭)를 종종 듣는다.
마치 양복위에 갓을 쓴 차림 같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말투다.
유머가 없고 웃음이 없는 사람의 인생은 스프링 없는 마차와 같다고 한다.
자갈길 위을 지날 때마다 덜컥거리니
피곤한 인생이 더욱 고단해진다.
유머가 없는 사람은 자갈길 인생과 같다.
어그제
KBS TV에 가수 인순이 토크드라마 “그대가 꽃”에 한국 코미디계의 거장 구봉서 선생이 출연하였다.
올해 90세 !
은백(銀白)의 깨끗한 머리,
아직도 녹지 않은 사탕이 든 볼.
천진난만 어린이 같이 익살스러운 표정
꾸밈없는 유머
파란만장했던 70년 코미디 인생을 회고하며
온 국민이 서글프고 배고팠던 시절에 한 시대를 웃게 했던 그의 악극단 생활 입문기부터 갑작스럽게 찾아온 일생 최대의 위기 그리고
구봉서표 최고의 입담까지 더해져 가슴 찡한 눈물과 웃음을 보면서
지난세월 국민소득 70달러시대 배는 등가죽에 붙은 어려운 때에도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유머에 배고픔을 잊고 살았던 기억을 새롭게 했다.
필자가 나이를 먹어서 기성코미디의 향수(鄕愁)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이분들은 정말 사람들을 웃겼다.
구봉서 선생님
절대로 송해 선생님의 “재촉?”에 신경 쓰시지 말고
오래동안 천진난만한 모습 익살스러운 유머 간직해 주세요
건강하게 오래 계셔서 우리사회에 유머의 불씨를 대대손손에
“씨불”로 전하게 하여 주세요
건강하세요.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