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나만의 생활을 즐긴다.' '코쿤족'들의 좌우명이 있다면 이 정도 될 것 같다. 이들은 일종의 칩거증후군을 갖고 있는 '나홀로족'들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동면족'이라고도 불린다.
코쿤족이란 용어는 원래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페이스 팝콘이 '불확실한 사회에서 단절돼 보호받고 싶은 공간'이라는 의미로 코쿤(Cocoon·누에고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일정한 수입원을 가진 직장인들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피해 자신만의 안락한 공간으로 찾아들어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원룸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TV를 보고 인터넷 웹서핑에 빠진다. DVD영화 관람이나 음악 감상 등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최근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게임방, 비디오방, 통신판매업, 음식배달업 등의 코쿤 비즈니스가 발달하고 있을 정도다.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가 조사한 결과 직장인 가운데 55%가 자신을 코쿤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쿤족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혼자가 편하기 때문(63%)이 가장 많았고,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서(22%),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서(15%) 등이었다. 요약하자면 직장생활의 대인 스트레스를 돈 들여가며 주말에까지 이어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남의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쿤족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했는지 모른다. 부모를 떠나 혼자서 직장생활을 하는 20~30대가 크게 늘어난 세태도 그 배경이 됐을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이태백' '삼태백' 시대의 불안하고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빠듯한 수입에 의존하는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 '칩거생활'이 아닌지 모르겠다. hyun@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