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2년 8기로 여명학교를 졸업한 정하민입니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 신대원 3학년에 재학 중이며 교회의 청소년부 교육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조명숙 교감님이 교장으로 취임하시면서 축사를 받고 싶은 사람으로 졸업생을 지목하시고 제가 선정되어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명학교 졸업생 중에는 정말 훌륭하고 멋있는 선배들이 많은데 “왜 나일까?” 고민해 보니 제가 여명학교를 다닐 때 뛰어난 모범생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여명학교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학교가 기독교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로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드리는 채플은 고문을 받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항상 맨 뒤쪽에 앉아서 머리를 푹 숙이고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가사 중에서 하나님이나 예수님 같은 단어가 나오면 “에이 또 그놈의 하나님이냐” 하고 다시 머리를 푹 숙이곤 했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학교 근처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힘없는 친구들을 괴롭히고, 선생님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면서 대들기가 일쑤였습니다. 요즘 교회에서 말 안 듣는 청소년부 아이들을 보면서 “그때 우리 선생님들이 이런 심정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역 중에 예배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딴짓하거나, 잠을 자는 친구들을 보면 “니가 나보다 낫다. 너넨 그래도 교회라도 나왔지.”라고 생각되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명학교에 감사드릴 것이 많습니다. 여명학교는 저에게 산파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제가 일반 남한 학교에서 불량학생이라고 쫓겨났을 때 여명학교가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만약 그때 여명학교가 저를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둘째, 여명학교는 저에게 꿈을 찾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공장이라도 취직하려면 고졸 졸업장이 필요해서 여명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도 대학에 갈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나라와 민족을 품고 통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특별히 조명숙 교장 선생님께 감사드릴 것이 있습니다. 첫째, 선생님은 저에게 욕을 해주신 분입니다. 제가 화를 못 참고 여명학교의 선생님 한 분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고 험하게 굴었을 때, 선생님께서 저를 지하실로 끌고 가서 실컷 욕을 해 주셨습니다. 20살이 넘도록 누군가 나를 위해서 눈물로 혼을 내준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이셨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가 그런 욕을 고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째, 조명숙 교장 선생님은 저와 우리 탈북민 청소년에게 감동을 주셨습니다. 아마, 선생님만큼 우리 탈북청소년들을 위해서 저렇게 진심으로 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 우리 탈북민들을 위해서 저렇게 울어주는 남한 사람도 있구나.” 하며 마음에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여명학교가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명숙 교장 선생님의 눈물과 기도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빌립보서 2:17-18절의 말씀 나누고 싶습니다.
“만일 너희 믿음의 제물과 섬김 위에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 이와 같이 너희도 기뻐하고 나와 함께 기뻐하리라.”
본문에 사도바울은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나는 기뻐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전제’는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제사 용어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불을 피워놓고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제사 때 ‘불’이 없으면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은 사람이 붙인 불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온 불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불이 365일 24시간 내내 활활 타오르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이 불을 맡은 사람들이 바로 제사장들과 레위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북한에 있을 때 불을 많이 피워봐서 알지만 이 불을 항상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특히 번제 때 불에 한꺼번에 많은 곡식을 태우거나, 송아지나 양과 같은 짐승을 올려놓았을 때, 그 피가 불 위로 떨어지면 연기가 시꺼멓게 나다가 불이 픽 하고 꺼져버리기 쉽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전제입니다. 전제는 꺼져가는 불에 독주나 포도주 기름을 부어서 불을 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캠프파이어를 할 때 나무가 불이 잘 붙도록 휘발유를 붓는 작용과 흡사합니다. 빌립보 교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공동체의 불이 위태로웠습니다. 바울은 이 빌립보 공동체를 위해서 자신을 전제로 드림으로 생명을 바쳐서라도 공동체의 불길을 지켜내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입니다.
여명학교는 성경적인 가치관으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학교입니다. 지금까지 우기섭 전 교장 선생님과 이흥훈 전 교장 선생님께서 여명학교를 지켜오셨다면 이제는 조명숙 교장 선생님께서 여명의 불을 지켜내실 것입니다.
여명학교의 앞길에는 비바람도 불고 들짐승들의 공격을 받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조명숙 교장 선생님께서 홀로 애쓰지 않도록 후원자분들과 목사님들, 또 여러 동문들과 학생들이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기뻐한다.”라는 바울의 고백처럼 조명숙 교장님과 우리 모두가 고백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