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정신에서본인간복제문제/김정한
윌무트 박사 팀에 의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만든것과 유사한 역사적 대 사건이다. 몇 년전 미국의 제리 홀 박사 등이 사람의 수정란을 복제하는 인간배자복제(humanembryo clones)에 성공하였고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많은 논란 끝에 마침내 복제배자를 폐기 처분하였다. 현재 배자복제 기술은 중요한 농작물은 물론 양, 소, 돼지 등의 상업적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배자복제에 의해 탄생한 원숭이, "네티"와 "디토"가 공개되었다. 유전공학적으로 처리된 이들 농,축산물들은 유용한 단백질, 영양소, 의약품 등의 경제적인 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자복제는 단순한 수정란의 복제기술로서 일란성 쌍둥이, 세쌍둥이, 네쌍둥이...등의 출생과 생명공학적으로 유사한 수준임에 비해, 윌무트 박사팀에 의한 복제양 "돌리"는 수정란이 아닌 성숙한 양의 체세포로부터 한 마리의 완전한 양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으로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된다. 수정란이 가지고 있는 DNA 유전정보나 성숙한 개체의 몸세포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의 내용은 동일하지만 일단 수정란이 발생 분화하여 개체가 완성되면 세포들의 역할이 전문화되고 분화과정을 유도하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대부분 "off"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포유동물의 몸세포로부터 완전한 개체를 발생시키는 일은 성공하지 못했다. 윌무트 박사팀은 암양의 유전세포를 떼어 낸 후 전기적인 충격을 포함하여 간단한 조작으로 잠자고 있는 몸세포 유전자들의 스위치를 "off"에서 다시 "on"상태로 전환시키는 일에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그 결과에 비해 과정이 너무나 간단하기 때문에 마치 "콜럼부스의 달걀"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순수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역시 유전자들의 정상적인 "on-off" 스위치 고장으로 발생하는 암과 유전질환 등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인간은 배자복제에 의한 복제인간 제조기술을 이미 완성해 놓았고, 금번 "돌리"의 출생으로 몸세포 복제에 의한 복제인간 제조가 문턱에까지 와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2년 이내에 복제인간이 탄생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과연 우리가 이것을 할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인간집단의 의견 수렴이다. 우리는 소수의 과학자와 정치가들이 밀실에서 결정한 핵무기의 개발과 사용이 지난 50년간 그리고 지금도 전 인류를 핵공포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고 있는 역사의 교훈을 명심하여야 한다.
개성도 없고, 얼굴도 없는 복제양을 만드는 일과 인격을 갖춘 인간을 복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인간과 양을 구별짓는 것은 그들을 구성하는 생화학적인 요소가 아니고 사람이 갖는 정신적, 영적인 특성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본능 위에 각자의 자유의지를 가진 영적인 존재이며 각자의 개성과 인격은 유전자의 구성에 의해서 전적으로 결정되어 지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 성장하는 환경과 경험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 베토벤이 오늘 뉴욕의 할렘가에서 태어난다면 그로부터 월광 소나타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이 인도네시아의 정글에서 출생하였다면 그가 상대성이론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아마 지금 도망치는 토끼와 사슴을 두고 어느쪽을 잡아먹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인가를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막연하게 뉴턴이나 모짜르트 같은 천재들이 많이 복제될 수 있으면 나쁠 것이 없잖는냐고 생각하지만 동일한 기술로 히틀러나 스탈린도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또 마이클 조던같은 우수한 농구선수를 복제했으면 하지만 10명의 마이클 조던이 다섯명씩 편갈아 시합하는 게임이 과연 더 재미 있을까?
또 남자들은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같은 미녀가 좀 많으면 손해볼 것 있겠느냐 하지만 여자들은 클락 게이블이나 로버트 테일러같은 미남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와 여러분같은 보통 사람들은 차츰 도태되고 말 것이다. 세상의 조화와 안정성의 유지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에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복제인간 제조기술을 사용하여, 나와 모든 면에서 동일한 "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내가 나인 것은 성장과정의 역사성에서 볼 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이다.
왜 사람들이 복제인간에 계속 흥미를 가지는 것일까? 과학의 끝없는 진전에 호기심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장에는 주로 육체적인 "이용성"에 관심이 있다고 본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는 장기이식에 의한 수명연장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현재 신장, 심장, 골수 등 타인의 장기를 이식하지만 이식후 거부반응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계속 사용하여야 연명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그것이 타인의 장기인지 자기 자신의 것인지를 구별하는 능력이 있고 만약 타인의 살이 우리 몸에 이식되면 우리 몸의 일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모든 인간은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각자의 고유한 인격과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도 각 개체 마다 면역학적인 고유한 특질을 가지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이 장기이식이란 극단적인 조처로 수명을 연장하도록 하셨다면 개체간의 거부현상을 미리 면제해 두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인간복제가 장기이식에 매력을 주는 것은 거부반응 문제의 해결과 필요한 장기를 손쉽게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만약 복제인간제조가 사회적으로 용납되면 도처에, "복제인간제조회사(주)"가 설립될 것이고, 주문에 의한 인간 장기의 생산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Human Body Shop, Inc."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순전히 이런 목적으로 제조, 사육되는 "복제인간"의 인권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와같은 일들이 보편화되면서 일어날 생명경시현상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성경은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말씀하고, 특별히 인간은 하나님 자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과 인격이 존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고 임신하여 자녀를 낳고, 그들을 양육하여 가문과 혈통을 이어가는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인간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이다. 이제 인간은 자식 대신 유전학적으로 자기와 동일한 복제된 "자기"에게 모든 것을 대대로 물려주므로써 유전정보의 희석이 없이 대를 이어 갈 수 있게 된다. 외모는 비슷하지만 개성이나 행동이 나와는 전혀 다른 복제된 "나" 사이의 촌수는 어떻게 매겨야 할지? 나의 아내와의 관계는? 나의 자식들이 복제된 "나"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 과연 하나님 노릇을 대신 할 것인가?
하나님의 선하신 보호와 인도하심 대신 지식을 아는 선악과를 선택한 인간은 에덴동산을 쫓겨나면서 몰수 당한 여생에의 꿈을, 장기이식이나 인간복제기술을 사용하여 좀 불완전 하지만, "릴레이"(Relay)형식으로라도 이루어보겠다는 집요한 반항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과거 핵무기 등장의 악몽을 되새기면서 한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인간복제문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20세기 마지막 또 하나의 "바벨탑"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