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10봉중 4,5번째로
밀양 천황산, 재약산 다녀왔습니다.
1,000m가 넘는 영남알프스중
유일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또 1일 2산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날은
비록 맑은 날의 화려한 조망 대신
안개·부슬비·바람 속의
짖궂은 날씨속에서
천황산과 재약산의 능선을 걸었지만
산행의 고생보다는
오히려 보이지 않아서
더 깊었던 산행이었습니다.
늘 함께하던
세 분 형님들과
이번엔
김명순 누님도
함께 합류하셨습니다.
이번 산행은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행의 출발점을 높였습니다.
그런데 산에 올라보니
날씨가 엄청 심술을 부리고 있었죠.
흐린 하늘에 부슬비는 내리고,
능선에는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짙은 안개가
산을 통째로 삼켜버렸습니다.
평소라면
눈앞에 펼쳐졌을
영남알프스의 장쾌한 능선과
산그리메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가 소강 상태가 되자
산행을 시작합니다.
조망을 기대하고 왔다면
아쉬웠을 날씨다지만
이상하게도 이날의 산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개가 짙어질수록
산은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뜸했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능선이
묘한 운치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천황산과 영남알프스 특유의
시원한 산그리메는
온통 안개 속에
숨어버렸습니다.
앞사람의 모습조차
안개 속으로
흐릿하게 사라질 때면
우리가 걷고 있는 곳이
현실의 산인지,
잠시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인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멀리
완만한
능선 닿는 곳 향해
나아갑니다.
시원한 조망은 없었지만
대신 운치가 있었고,
화려한 풍경은 없었지만
낭만이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출발한지 1사간여만에
천황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날은 부슬비와 바람,
짙은 안개 속에서 걷다 보니
한 걸음 한 걸음이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재약산을 향해
다시 나아갑니다.
내리막 만났지만
깊게 내려가면
높리 올라가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에
맘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날씨 좋으면 훤히 보일
돌아다 본 천황산은
짙은 운무때문에
희미함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빗소리와
바람소리 사이로
억새 흔들리는
소리 들립니다.
안개 사이로
억새가 흐릿하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들 한꺼번에
몸을 눕힙니다.
평소라면
사진 찍느라
바빴을 길인데
오늘은
사진을 찍어도
온통 회색입니다.
그래도
몇장 찍고
다시 걷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숨이 조금씩
차오르고,
능선에
올라서니
다시 바람이
얼굴을 때립니다.
길지 않은
오르막 지나
마지막 가파른
암릉 헤치고
우뚝 솟은
암봉 정상 섭니다.
넓지 않은 작은 평원
다시 돌아와
잠시 커피 한 잔하며
휴식 취합니다.
가끔 지나온
사진을 보다보면
어떤 사진은 한참을
들여다볼때도 있습니다.
사진 속에는
지금보다
젊은 내 모습도 있고,
함께 산을 올랐던
얼굴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연락이
뜸해진 사람도 있고,
어느새 산행을 쉬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때는
그저 한 번의 산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 한 번의
산행들이 모여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훗날,
오늘같은
낭만산행도
기억에 많이
남을것 같네요.
산해을 마친 후
잠시 근처에
있는 호박소에
들러 구경합니다.
홍일점으로
첨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함께 능선을
걸어준 것이
고마웠습니다.
산에서 맞은
부슬비와 바람을
간짜장 한 그릇씩으로
녹여내고..
대구로 출발합니다.
조망 대신 안개를 보고,
산그리메 대신 억새를 보고,
맑은 하늘 대신 비와 바람을 만난 하루..
이런 날은
산의 모습보단,
산의 분위기를 품고
내려왔다고 해야겠죠..
오히려 비가 오고
날씨가 안 좋아서
한적했고,
낭만이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여서 좋았던
산행이었습니다.
#2026년 9월29일 다녀왔습니다.
#비오고 바람불고 안개 잔뜩 끼고 걷지 않으면 감기 걸릴 날씨였습니다 .
#밀양케이블카 능선~천황산~재약산 왕복 9km정도,
비 땜에 1시간 기다린후 오전 11시 산행해
오후 4시에도착, 약 5시간정도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