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연가
이영희
찌는 듯한 무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에 나는 새로운 길의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마포의 한 학원에 등록하고, 일주일에 5일을 저녁 시간대에 수업을 받으러 나가고 있다.
3개월 정도의 이론과 실습을 통해 8월 말에 국가자격시험을 치르고, 그 시험을 합격하면
요양보호사가 되는 과정이다.
그간 살아오면서 온갖 자격증을 갖고는 있지만 ‘요양보호사’란 자격은 특수 자격증이어서
앞으로의 내 삶에 많은 변화를 줄 것임에는 틀림없다.
내 나이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이 나이에 요양보호사 라는 시험을 치르려 하는 내가 문득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그것도 힘든 수련의 과정을 통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습득하는 자격증이라 더욱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뚜렷한 목표가 있기에 내 노년은 보람되고 바쁜 일상이 계속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87세 되신 노모가 요양원에서 6년째 지내고 계신다.
자주는 못 뵈어도 매월 또는 매주 정기적으로 휴양에 필요한 약과 보조 음식을 갖다드리곤 하는데, 어머님은 매일 딸이 오는 날을 기다리신 듯, 환한 얼굴로 나를 반기신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마음과 몸을 헌신하신 우리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살을 보면 그 옛날 청순하고 피부 고운 얼굴로 이 딸 뺨에 뽀뽀도 해 주시던 어머니의 그 젊은 시절 얼굴이 떠올라, 가끔씩 마음 아프곤 한다.
세월은 누구도 잡을 수도 없고 막을 수 없는 사람의 숙명인 것을 어찌하랴!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 어머니를 잘 관리해 주고 있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늘 아픈 마음이 드리우는 것을 막을 길 없다.
“아! 내가 우리 어머니를 가까이서 보살펴 드려야지”
이것이 내 요양보호사 자격증의 시작이 되었다.
자격증 취득 후의 진로는 아직 미예정이지만 난 열심히 8월 말 있을 자격시험에 꼭 합격할 결심이다.
며칠 전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귀가하는 늦은 시각에, 도심을 가로질러 싸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앰블런스를 보면서 아! 언제인가는 돌아가실 어머니가 생각났고,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요양보호사’의 길 속에 어머니와 함께 해야 한다는 내 나름의 소명감이 가슴에 꼭 모아졌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래 오래 사셔야 해요!”
내 ‘여름날의 연가’는 지금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이영희 프로필>
수필가, 가수/ 한국신춘문예 수필 등단/ 신인작품상 수상/레크리에이션 강사/ 노래 강사/ 웃음치료사 강사/ 대한민국효도대상(2017)/ 사회봉사대상(2018)/ 제13회 대한민국독도가요제 대상(2017)/ 공로상(스포츠닷컴 2019))스포츠닷컴 국회출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