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란 무엇인가
정현철 민주노동자시흥연대의장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지난 추석연휴기간에 SNS를 뜨겁게 달구었던 칼럼의 제목이다. 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이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면 “친척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정체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쫒고 자유를 얻으라는 칼럼이었다.
칼럼에서 지적하듯이 “사람들은 평상시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정체성보다는 근황과 행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특이한 사태가 발생하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취임 100일을 맞아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신임시장의 정치철학이나 시정정책에 맞춰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그에 따른 인사를 발령을 하느라 분주해보인다. 시흥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8월말에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10월초까지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거리 곳곳에 “시흥시는 시민이 주인입니다”는 간판들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신임시장이 어떤 시정을 펼칠지, 어떤 정책을 집행할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려한다. ‘시민이란 무엇인가’
신임 신임시장은 취임사에서 시민을 45번이나 부르짖었다. 그런데, 시장이 생각하는 시민이란 무엇인가.
시흥시 인구는 45만명이다. 이들이 곧 시민이다. 하지만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는 시민인가 아닌가. 시흥시의 임금노동자수는 약 20만명이다.(통계청, 2017년 지역별 고용조사)
애석하게도 시흥시장의 취임사에서는 노동(자)이라는 말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조직개편안에도 노동(정책)은 없었다. 인사개편에도 이같은 상황은 반복되었다.
추석을 며칠앞둔 지난 9월21일, 시흥시청 개방회의실에서 ‘민주노동자 시흥연대, 시 보조금 사업 중단 및 시흥시 노동자 지원센터 설립 촉구 간담회’가 열렸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참석요청을 한 시청의 담당과장은 당연하다는 듯 ‘특별한 이유도 없이’ 불참하였고, 노사민정 팀장은 ‘귀향길에 올라’ 자리에 오지않았다.
김빠지고 맥빠진 간담회를 실무자에게 하소연하듯 진행하였다. 2012년 12월에 제정된 ‘시흥시 비정규직 및 영세`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지원 조례’를 이행하라. 지난 7월 17일 열린 민선7기 ‘시민눈높이의 정책운영을 위한 원탁회의’에서도 모든 정책을 통틀어 비정규센터 설립이 1위를 차지했다. 누구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죽어버린 ‘시흥시 (비정규직)노동자 지원센터’를 살려내라. 센터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1억1천만원에 달하는 노동관련 사업을 시흥연대와 시화노동정책연구소에게 무책임하게 떠맡기는 것은 직무유기다. 애꿎은 실무자만 괴롭히는 것 같았지만, 누구든 붙잡고 하소연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무료 노동법률강좌,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양성 및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문화 버스킹, 노동인권업 페스티벌, 비정규직 실태조사, 노동시간 단축 실태조사, 단시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 조사 및 노동조건 개선사업 등은 민주노동자 시흥연대와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언제 예산이 짤릴지 몰라” 전전긍긍 하면서도, “직접 예산을 받을 수 없어서 쓰리쿠션으로 돈을 받아 일을 해야하는” 더럽고 치사한 상황에서도 시흥시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를 위해 참고 견디며 해왔던 일들이다. 하지만 이제 더는 못하겠다. 시흥시가 책임있게 집행하라.
시흥시 노동자가 ‘안산시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는 웃픈현실은 그동안 시흥시가 시민의 대다수인 노동(자)을 외면한 결과다. 정치란 무엇인가. (끝). 2018.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