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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자 거창신문, 거창한뉴스와 11.18.자 거창신보)
천막 하나가 뭐라고 17일 군수는 천막을 기어이 부수고 말았다. 죽음을 걸고 백마고지를 사수했다고 그의 신하들과 이 밤 축하연을 하실라나?
거창한뉴스는 거의 교도소를 찬성하는 지지자의 글을 비온 뒤 죽순 나듯 실었고 반대글은 가뭄에 콩나듯 실었다. 그 중 압권이다 싶은 공무원노조의 이름으로 실린 글을 한 편 읽어보자. (11.18.자 거창신보에도 실렸다)
첫 느낌은 섬뜩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읽어보고 글쓴 주체가 공무원노조인지 아니면 개인의 글인지 확인해야 했다.
대단히 위험하고 무지한 글을 곱씹으며 비판하고자 한다.
'지금 이 사태는 군수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한이 있어도 반대쪽의 주장처럼 백지화나 위치이전은 선택할 수 없는 카드라는게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라고 공노조는 주장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 대한 법률 조항이나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법률 조항을 제시할 수 없는게 이 문제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군수가 반대하거나 신성범 의원이 하지 않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중지되는 사업인 까닭이다. 법무부 조차도 민원과 사업비를 이유로 이전을 요구했는데 굳이 군수와 국회의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서명을 조작해서 벌인 일이다. 그러니 그들이 안하겠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업을 공무원 노조는 되돌릴 수 없는 사업으로 그들의 정치적 판단에 동조하고 있다. 이는 누가 보아도 공노조가 정치 중립의 의무를 위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해야할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이 그것도 집단의 힘을 빌려 갈등을 조장하고 분란을 키우고 있으니 참으로 위험하고 섬뜩하다. 앞에서는 대안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놓고서는 군수에게 '대안이 있다면 대안을, 없다면 대화든, 사업추진이든 행정력을 집중하십시요'라고 부추기고 있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행정력을 집중하라는 말은 밀어부치라라는 뜻밖에는 안 나온다.
'대화'는 단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쓴 치졸한 낱말이다. 왜냐면 바로 위의 글에서 '평행선은 어느 한 쪽이 기울어져야 만날 수 있다'라고 대화를 전혀 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내비췄기 때문이다. 대화는 양쪽이 의견을 말하고 조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한 쪽의 일방으로 기울이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명령'이다. 글의 머리에 적었던 자신들의 자조처럼 어쩌면 공노조의 영혼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기우는 방법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평행선은 양 쪽이 기울면 더 빨리 만나는 건 모르고 있다. 범대위는 이미 교도소 반대에서 교도소 위치 이전으로 기울려 한다. 그러면 군수는?
노조에 대한 시각도 무지인지 무대뽀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노동조합은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간섭보다 의견제시를 주요 노선으로 삼고 있습니다'라고 거창군 공무원 노조의 입장을 밝혔다. 풀어 쓰면 '군수에게 아부하겠으니 진급을 시켜주시오'라는 뜻이다.
기억에도 새롭지만 2002년 수많은 공무원의 구속, 수배, 해임을 딛고 공무원노조를 출범시켰다.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고 부당한 명령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의견제시를 노조의 노선이라고 해괴한 주장을 했다. 그것은 노선이 아니라 탈선이다. 차라리 노동조합을 해체하는 것이 그나마 염치가 있어 보인다.
공무원 연금삭감이 부당하다고 의견 제시만 하면 되지 왜 공무원노조는 연금 삭감을 반대하며 투쟁하는가?
어리석기 한량없는 거창군 공무원노조를 위해 사전을 찾는 수고를 다시 한 번 해보았다.
'노조', '노동 조건의 개선(改善) 및 노동자의 사회적ㆍ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조직한 단체'.
글 내용에는 "작년에 거창에서 공무원을 폭행해서 실형 1년4월의 형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며 군민을 협박하기도 하고(작년에 일어난 공무원에 대한 폭행사건과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군민들의 저항을 비교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또 "교사가 학생을 포기할 수 없듯 공무원도 군민을 포기할 수 없다"며 공무원과 군민의 관계를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에 비유하는 황당함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여차하면 군민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협박으로 들리는 것은 우리들만의 과민한 반응일까?)
순진한 아이가 칼을 들면 위험하다. 그러나 무지한 어른이 칼을 들면 더 위험하다. 아이는 자신을 다치게 할뿐이지만 어른은 다른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까닭이다. 공무원은 개인으로서도 공권력의 칼을 휘두를 수 있다. 하물며 조직을 만들면 위력이 몇 배가 된다. 그런데 칼을 들고 노는 꼴이 망나니와 다름없다. 거창군의 미래가 암울하고 참담하다.
(2014.11.18. 행동하는언론소비자연대 거창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