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日), 한일협정 문서 중 150쪽 '먹칠'… 두 한국인이 '독도' 찾아냈다
독도·해양영토연구센터 유미림 연구원 "뭔가 감춘 증거… 제목만 남고 내용 다 지워져" 일본이 1951년에 '독도를 일본의 부속 도서에서 제외한다'고 했던 '총리부령(總理府令) 24호'와 '대장성령(大藏省令) 4호'의 발견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옛 식민지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독도는 본방(本邦·일본 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본 스스로 인정했음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법령들의 발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사람의 말을 들어 본다. '총리부령 24호'와 '대장성령 4호'를 발굴해낸 인물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해양영토연구센터의 책임연구원인 유미림(柳美林·47) 박사다. 유 박사는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부속 도서가 아니라고 스스로 법령에서 밝힌 것은 지금까지 그들이 주장해온 '일본의 고유 영토설'이 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951년 3월 6일에 일본 내각이 공포한 '정령 40호'는 '조선총독부 교통국 공제조합이 소유한 일본 재산 정리에 관한 정령'이었다. 유 박사는 '재산 정리'라는 말이 들어간 당시의 일본 법령들을 모두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51년 6월 6일 이보다 하위법인 '조선총독부 교통국 공제조합이 소유한 일본 재산 정리에 관한 정령 시행에 관한 총리부령'이란 제목의 '총리부령 24호'가 공포됐음을 알게 됐다.
유 박사는 "이것이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에서 독도를 제외한다는 선언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본방'이라는 말은 넓은 의미에서의 '일본 영토'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총리부령 24호'의 최종 개정일이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부터 8년이 지난 1960년 7월 8일이라는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법학자들의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법적인 효력을 별개로 하더라도 현재 일본 외무성이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구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유 박사는 말했다. "삭제 부분, 피해보상에 일(日) 불리한 내용일 것" '일본에 보상 청구' 앞장선 최봉태 변호사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일본이 공개한 한일협정 관련 문서를 근거로 두 법령을 찾아낸 법무법인 삼일의 최봉태(崔鳳泰·47·사진) 변호사를 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최 변호사는 10년 넘게 대일(對日) 보상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년에 걸친 일본 정부와의 소송 끝에 지난해 7월 6만 쪽에 달하는 한일협정 관련 일본측 문서를 일본 외무성으로부터 건네받았다. 하지만 문서를 본 그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150쪽 분량에 해당하는 부분에 검은 먹이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삭제된 문서를 분석하던 중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을 찾아냈다. 1951년 3월의 '정령 40호'는 제목만 남겨진 채 그 아래 8줄이 새까맣게 지워져 있었다. 최 변호사는 이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유미림 박사에게 제보했고, 이를 통해 '독도를 일본 섬에서 제외한다'고 명기한 법령들이 발굴될 수 있었다. 그는 "은폐된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며 다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다. 최 변호사는 2000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맡았다. 그런데 미쓰비시 중공업측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피해자 보상이 다 끝났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한일협정이 어떻게 진행됐길래 저들이 저토록 오만하게 나오는 것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문서 공개를 거부하자 그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에 나섰고, 2005년 한국측 문서 3만5000쪽의 공개를 이끌어냈다. 1년 동안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의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한일협정 당시 일본 정부는 경제개발 협력 자금을 제공했을 뿐,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은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굴된 독도 관련 법령 내용은 먹칠된 150쪽 분량 중 25쪽입니다. 일본이 은폐하는 부분은 훨씬 더 많아요." 삭제된 부분에는 피해 보상 문제에서 일본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다.
입력 : 2009.01.05 03:10 / 수정 : 2009.01.05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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