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2024년 새해에 우리 신자분 모두에게 주님의 평화를 진심으로 빕니다. 각 신자들의 영 안에 부어주시는 평화가 넘쳐흘러 가정으로 사회로 나라로 그리고 전 세계를 평화롭게 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런데 평화는 무엇일까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화를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을 계발하고 완성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즉, 누구나 안정된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완성할 수 있는 조건이 채워진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전쟁이 없는 것만이 아니라 좋은 가정, 좋은 교육, 좋은 직장이 보장된 사회 그리고 행복하게 가정생활과 결혼생활을 하고 마침내 존엄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상태를 모든이가 누릴 수 있는 것이 평화라고 가르칩니다. 이 평화는 우리 인류사가 단 한 순간도 체험한 적없는 상황입니다. 그러기에 더욱 절실히 주님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런 정신에 입각하여 시대에 흐름에 따라, 그 시대에 평화를 저해하거나 애매함을 가져다 주는 상황에 대해 해석하고 올바른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올해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평화의 날 메시지의 내용은 인공지능과 그에 합당한 사용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IT를 이용하여 삶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기술의 발전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지 그 자체가 발전을 의미하거나 인간의 능력의 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전제하십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그저 하나의 기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반드시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가 노력하여 필요한 도덕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기준은 전 세계를 위한 공동선과 인류애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것을 전쟁에만 사용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교황님의 가르침을 조금 소개합니다.
“알고리즘과 디지털 기술을 설계하는 이들이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가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술의 무한 확장에는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적절한 책임 교육이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시야를 넓혀 기술-과학 연구가 개인과 공동체의 온전한 발전에 봉사하면서 평화와 공동선을 추구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평화를 증진하기 위하여, 즉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창조주로부터의 사명을 잘 완수할 수 있고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 세계가 학문적으로도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 부분에서 일치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인공 지능이 온전한 인간 발전을 증진하는 데에 사용된다면 이는 농업, 교육, 문화에 중요한 혁신을 가져오고, 모든 나라와 민족의 삶의 수준을 높이며, 인간의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증진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참으로 인간적인 전망과 바람은 분명 알고리즘의 윤리적 발전을, 곧 가치관이 신기술의 길을 인도하도록 하는 알고리즘 윤리(Algor-ethics)를 목표로 하는 학제 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연구에서 출발하여 실험, 설계, 생산, 배포,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윤리 문제들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의 현실 특히 일상에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IT 기술이 쓰여지는 곳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많은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돕지만, 또한 동시에 우리를 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교황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올바르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기술을 누리고 사용하여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새해를 시작하며 인공 지능 유형들의 급속한 발전이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불의의 사례들을 늘리지 않고, 전쟁과 갈등을 종식시키며 우리 인류 가족을 괴롭히는 다양한 형태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다양한 종교를 따르는 이들, 그리고 선의를 지닌 모든 이가 조화를 이루어 함께 일하여 디지털 혁명이 제기하는 기회는 받아들이고 도전에는 맞서며 미래 세대에게 더욱 위대한 연대와 정의와 평화를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메시지의 결론에서)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