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은, 7장에서 사도 바울이 고백한 옛 질서, 즉 율법 아래에서 느꼈던 실패와 좌절감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해결되었다는 힘찬 선포로 시작합니다. 1~2절을 보겠습니다.
1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죄를 받지 않습니다.
2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성령의 법이 여러분 각자를 죄와 죽음의 법에서 해방하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죄를 받지 않는답니다. 죄를 떠나 늘 의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육신이 연약하여 할 수 없었던 것을 하나님께서 자기의 아들로 대신 감당하게 하셔서 율법의 요구를 완성시켜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육신을 따라 살지 말고 더욱 성령을 따라 살라고 사도 바울은 권면합니다. 그렇게 그리스도인이 성령을 따라 살면 피조세계도 함께 구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19~22절을 보겠습니다.
19 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 피조물이 허무에 굴복했지만, 그것은 자의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굴복하게 하신 그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21 그것은 곧 피조물도 사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22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해산의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 본문은 사도 바울의 뛰어난 성찰을 보여주는 글입니다. 피조세계는 인간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신음하면 피조물도 신음하고 인간이 기뻐하면 피조물도 기뻐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인간이 만든 비극이 자연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오염으로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뛰어남을 뜻하는 말이겠지만 그런 의식의 교만함이 인간 자신에게도 불행을 가져올 뿐 아니라 자연계 전체에도 불행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이제는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들 자신의 파멸로 그치지 않고 피조세계 전체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도 바울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봅니다. 피조물이 하나님의 자녀들의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답니다. 바울이 오늘날과 같은 환경오염의 폐해를 예상하지는 못했겠지만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세상이 인간의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느꼈을 것입니다. 고대 세계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재해가 인간의 죄로 인한 신의 징벌이라고 해석했으니까요. 그러므로 인간 세계가 변하면 자연의 세계도 변할 것을 바울이 내다본 것입니다.
그 옛날 선지자 이사야가 꾸었던 꿈, 그러니까 인간이 전쟁 도구인 칼과 창을 녹여 쟁기를 만들고 삽을 만들면 피범벅이 된 자연이 풍요로운 열매를 맺는 생명의 동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이 살면 자연재해로 멍든 세상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오늘날 현대인들이 사도 바울의 혜안을 통해 배워야 할 점입니다. 자연과 사람이 분리될 수 없고, 인간의 무책임한 소비가 자연의 재앙으로 연결되어 인간세계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심각한 기후위기를 통해 절절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된 삶에 대한 힘찬 확신으로 로마의 교우들을 격려합니다. 35~39절을 보겠습니다.
35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곤고입니까, 핍박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협입니까, 또는 칼입니까?
36 성경에 기록된 바 "우리는 종일 주님을 위하여 죽임을 당합니다. 우리는 도살당할 양과 같이 여김을 받았습니다" 한 것과 같습니다.
37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일에서 우리를 사랑하여 주신 그분을 힘입어서, 이기고도 남습니다.
38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들도, 권세자들도, 현재 일도, 장래 일도, 능력도,
39 높음도, 깊음도, 그 밖에 어떤 피조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고, 그분이 친히 보증해 주시기에, 세상 그 무엇도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하심으로부터 우리를 분리시킬 수 없다는 것을 논리정연한 자신감으로 설파하며 로마 교인들을 격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하나님의 사람들도 이런 진취적인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신앙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는 예수 안 믿어서 지옥 갔는데 그래도 자기는 천국에 가게 되었다고 찬송하는 신앙이 아니라, 우리는 세상을 있게 하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과 연결된 사람들이기에, 세상과도 연결되어 있고, 그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어갈 책임이 있다고 믿는 신앙, 또한 하나님께서 그런 우리와 함께 하시기에 그 무엇도 우리를 가로막을 수 없다는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신앙이 한국 교회에 꽃피는 그 날을 고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