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무형의 폭탄이 있다. 그것이 바로 혼례전의 ‘홍색폭탄(紅色炸彈)’이다. 사람들의 경제수준과 물가가 오르면서 ‘결혼축의금’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며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축의금과 관련된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 여성 다니아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그와 남자친구는 100달러의 축의금을 전했다. 며칠 후 이 친구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다니아의 축의금이 너무 적다는 불평의 글을 올렸다. 다니아도 자신만의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그녀는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거액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에게는 100달러도 버거운 금액이다.
이처럼 축의금을 주고도 감사 인사를 받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축의금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의 봄과 가을은 ‘축의금’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이다. 한국매체가 4월에 보도한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의 결혼 축의금은 평균 6만원, 좀 친한 사이이면 10만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70%의 한국인들은 결혼축의금을 부담스럽게 느낀다고 한다.
영국인들의 ‘홍색폭탄’에 대한 관심사는 ‘주머니사정’ 보다 ‘체면’이다. 통계에 의하면 영국인들이 결혼식에 참석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440파운드(약74만6,306원), 약 1주간의 임금과 맞먹는다. 이 비용의 4분의 3은 옷차림에 사용되고 100파운드(약16만9,615원)만이 신혼부부의 축의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한 사람이 1년에 다섯 번 결혼식에 참가한다고 계산해도 한 달 소득을 고스란히 소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 불황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영국 젊은이들은 간단한 ‘축의금’형식을 주장한다. 영국 젊은이 맥코스는 “내 친구는 계좌를 개설하여 모든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조금씩 입금을 하게 한다. 그것으로 자신들의 신혼여행 자금이 마련되면 만족을 한다”고 말했다.
실속 있고 빈틈없는 독일 사람들은 축의금을 물건으로 대신한다. 결혼을 앞둔 부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백화점을 찾아 결혼에 필요한 물건을 선택하고 목록을 작성하여 가격표를 첨부해 친구들에게 보내면 친구들이 신혼살림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보낸다.
혼례식을 매우 중시하는 파키스탄의 어느 사회인사는 축의금 풍속에 대해 “사회 기대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 사람들이 재정곤경에 빠지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느 곳이든 청하지 않아도 찾아드는 ‘홍색폭탄’은 사람들을 인정과 경제적인 모순에 빠지게 만든다. 축의금은 원래 친구들 사이에 주고받는 우정의 소통, 축복 전달의 수단이다. 하지만 축의금 금액을 제한하지 않는 현상이 축의금 본래의 의의를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다.
형편을 따지지 말고 형식과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진지한 우정을 그 속에 담기만 하면 ‘축의금’이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우정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그런 본의가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