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 요양원 입원 중인 친척이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장례식장(빈소)에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내일 아침 일찍 장례식장에 와서 도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친척 집엔 자식이 두 명뿐이고 손자들은 어리고 상주를 해야 하기에, 빈소에서 문상객 접대 등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장례식장에서 부의금 접수라도 해야 하나 하고 갔으나, 친척이 입소했던 요양원 행정 직원들이 9시에 출근하여 확인해 보니, 이름이 비슷한 옆 침상 사망자를 친척으로 착각하여 잘못 통보하였다고 했다.
예전 대가족 시대 농촌에서 자랄 때는 할아버지, 아버지 형제가 많아 도와주는 친척들이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많았다. 3촌, 4촌, 5촌, 6촌…. 친척들 대부분이 같은 동네에 모여 살거나 인근 마을에 살아 초상이 나면 친척들은 부고를 전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등 손님 접대를 하고, 마을 사람들은 꽃 상여와 만장 깃발을 제작했다. 친척이나 동네 사람들이 많아 적재적소 배치가 가능했다. 동네 어린이들이 만장(깃발)을 들고 가는 용돈 벌이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의 산업사회는 핵가족 시대라 가족이 단출하고 친척들도 전국에 흩어져 살아 애경사에 같이할 친척들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사촌, 외사촌, 고종사촌, 이종사촌 등과 수시로 만나서 한 식구처럼 지냈다. 부모님 세대 어른이 살아계실 때는 친척끼리 교류가 잦아 잘 알고 지냈지만 부모님 세대 어른이 돌아가신 지금엔 형제 모임 외엔 자식들 세대 아이들이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 서먹서먹하거나 서로 모르고 지내기 일쑤다.
사망 통보를 받은 친척은 밤중에 장례식장, 화장장, 장지 마련 등을 알아보고, 부고 통보 등으로 부산을 떨었는데, 사망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한바탕 해프닝(happening)을 벌였다. 요즘은 핵가족 시대라 상을 당해도 직계 가족 외엔 도와줄 방계가족도 소수라 남의 힘을 빌려야 한다.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에서 기본적인 서비스는 담당하더라도 기타 화장장, 장례식장, 장지 선정, 손님 안내 등의 일은 상을 당한 가족이 해결해야 한다. 필자가 임종했을 때를 미리 보는 것 같았다
필자가 어렸을 때 부친이 돌아가셔서 상복 입고 상여 따라가면서 형제들과 장난치던 기억 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가 모친 장례를 치를 때는, 불효자 소리를 들을까 봐 몇 시간 후면 태워질 수의나 관도 고급으로 해야 했고, 곧 땅에 묻힐 유골함도 비싼 것으로 구입해야 했다. 수의 대신 평소 입으시던 옷으로, 관이나 유골함도 실용적인 제품으로 해도 좋을 텐데 불효를 하는 것 같아 그러지 못했다. 요양원 입·퇴원이나 연명치료중단, 장례의식 간소화 등의 중요한 결정은 배우자나 본인이 결정해야지 자식들은 불효자라 생각해서 그러지 못한다.
죽음이 두려워 애써 외면하고, 나에겐 아직 먼 일이니 생각하지 말자 던 죽음이, 이 일을 겪고 나서는 나의 일이고 바로 앞에 닥친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등을 생각하게 되었다. 연명치료중단, 봉안당이나 수목장 등을 희망하는 사전장례의향서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다. 10여 년 남은 수명(남자 평균 80세, 여자 86세), 내일이라도 닥쳐올 일인데 마음의 준비 - 하고 싶은 것하고 버릴 건 버리고 놓아 줄 것은 놓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