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구절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막상 숫타니파타에서 이 대목을 접하니 우선 '무소'가 어떤 동물인지가 궁금했습니다.
무소는 물소와 같은 표현인데 주로 물에 사는 솟과에 속하는 짐승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인도와 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한다고 하고 그 몸체가 거의 코끼리 만한 놈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소나 기린 등의 뿔과 무소의 뿔은 진화된 과정이 다르더군요.다른 짐승의 뿔들은 머리를 감싸고 있는 뼈가 돌출하여 뿔로 변화된 것이고, 무소는 피부가 변화하여 각질화 된 것이라고 합니다.
무소(물소)의 종류 중 숫타니파타에서 말하는 소는, 그 중에서도 뿔이 이마 정 중앙에 하나만 불쑥 돋아난 코뿔소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인도산 물소 중 '외뿔소'가 이 경구經句의 주인공인 셈입니다.연상을 해보면 정말 당당한 모습이 멋져 보입니다.
실제로 이 무소의 힘과 뿔의 위력 때문에 사자도 함부로 덤비지 못한다고 합니다.
호기심에 무소란 말이 들어간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찾아보니, ‘못 할 일이 없음’이라고 짤막하게 답이 나와 있었습니다.
독자들께서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끝나는 아래의 구절들을 읽으시며, ‘무소불위’가 아닌 무소처럼 당당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붓다의 말씀을 새겨보시길 바랍니다.
너무나 간명하고 명확한 구절들이라 설명이 되레 본 뜻을 음미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제 말씀은 덧붙이지 않습니다.
읽으신 후 여러분도 ‘………하지 말고(혹은, 것처럼 등등) 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라고 자신만의 구절을 만드시면, 언젠가는 후손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한번 시범으로 만들어 볼까요?
‘신도들이 무지하다 한탄하지 말고, 보시 잘 안 한다고 무시하지 말라, 그들은 모두 미래의 부처이고 나의 스승이다.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
(1)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쓰지 말고, 모든 생물을 그 어느 것이나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른다. 애착에서 고통이 생기는 것임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 친구를 좋아함이 지나쳐 마음이 얽매이면 본 뜻을 잃는다. 가까이 사귀면 그리 될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애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 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 동행이 있으면 쉬거나 가거나 섰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남이 탐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 동행이 있으면 유희와 환락이 있다. 또 자녀들이 있으면 애정도 매우 크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싫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8)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남을 해치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무엇이든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 두려움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9) 어떤 이는 출가해도 불만이 많은 사람이 있다. 마치 집에 사는 재가자와 같이 그러하다. 다른 사람의 자식에 관심을 두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0)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성실하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가라.
(11) 그러나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성실하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지 못하면 마치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2) 우리는 참으로 친구를 얻는 행복을 기린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동등한 친구와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이러한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에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3)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즐겁게 하지만, 갖가지 모양으로 마음을 어지럽힌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러한 우려가 있음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4) 사교모임을 즐기는 이에게는 잠시라도 해탈에 이를 여유 없다. 태양의 후예가 한 말씀을 명심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5) 그릇된 견해의 왜곡을 초월하고 감각의 욕망을 제어한 이는,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에게 이끌릴 필요가 없다'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6) 유익함을 보지 못하고 그릇된 행동을 일삼는 나쁜 벗을 멀리 하라. 탐욕에 빠져 게으른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7) 널리 배워 가르침을 새길 줄 아는, 생각이 깊고 현명한 친구와 사귀라. 이것이 이로운 일 임을 알고 유익한 길을 잘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8)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불로 다 타버린 곳에는 다시는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9) 마음의 다섯 가지 장애를 벗어 버리고, 모든 사소한 번뇌도 끊어 버려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까지 끊어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 이미 경험했던 즐거움과 괴로움을 버리고, 또 쾌락과 근심을 떨쳐 버리고 고요함과 청정한 마음을 얻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1) 최상의 진리에 이르기 위해 힘써 정진하며, 마음이 나태하지 않게 열심히 살며, 부지런히 수행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2) 홀로 앉아 명상하고, 모든 일에 늘 이치에 맞는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데 근심을 잘 살펴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3)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4)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이 된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한적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5)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모든 장애들을 부수어 목숨을 잃음을 두려워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6)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서로 의존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지 않는 벗은 보기 드물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청정하지 못하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