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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권 민주정체와 과두정체는 어떻게 구성해야 가장 안정성이 있는가?
제1장 민주정체의 구성방법1
민주정체는 서로 다른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들이 서로 다른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중 한 가지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민주이 서로 다른 여러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중은 농민으로 구성될 수도 있고, 직공이나 품팔이꾼으로 구성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두 번째 이유는 민주정체에 수반되고 민주정체의 특징이라고 간주되는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민주정체가 다른 유형의 민주정체로 변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유형의 민주정체에는 이런 요소들이 조금밖에 없고, 다른 유형의 민주정체는 많이 있고, 다른 유형의 민주정체에는 다 있기 때문이다. (332-333쪽)
정체를 세우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들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면 모두 한데 모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앞서 정체의 파괴와 보존을 논하며 말했듯이(제5권 제9장), 잘못하는 것이다. (333쪽)
제2장 민주정체의 구성방법2
민주정체의 토대는 자유(eleutheria)다. (...) 자유의 한 가지 원칙은 모두가 번갈아가며 지배하고 지배받는다는 것이다. 민주정체의 정의는 가치에 따른 비례적 평등이 아니라, 수에 따른 산술적 평등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의라면, 필연적으로 다수가 최고 권력을 갖고, 다수가 결의한 것이 최종적인 것이며 정의로운 것이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시민은 평등해야 하기 때문이다. (334쪽)
그래서 민주정체에서는 빈민이 부자보다 더 강력한데, 빈민은 다수이고, 다수의 결정은 최고 권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든 민주정체 지지자들이 민주정체의 특징이라고 규정짓는 자유의 징표 가운데 하나다. 다른 징표는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다. 민주정체 지지자들에 따르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 노예들의 특징이라면, 마음대로 살게 하는 것이야말로 자유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이 민주정체의 두 번째 특징이다. (334쪽)
민주정체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공직자들은 모두에 의해 모든 시민 중에서 선출되며, 모두가 각자를 지배하고 각자는 번갈아가며 모두를 지배한다. 모든 공직자 또는 경험과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모든 공직자는 추첨으로 선출된다. 공직 취임에 재산 자격요건은 필요 없거나 아니면 최저수준으로 낮춘다. 같은 사람이 같은 공직을 연임할 수 없고, 연임하더라도 몇 번에 한하거나, 전쟁과 관련된 공직을 제외한 소수의 공직에 한한다. (...) 민회가 모든 문제 또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공직자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최고 권력을 가자지 못하거나 소수의 문제에 한해서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 민회에 출석한 모든 시민에게 수당을 지급할 만한 재원이 없는 곳에서는 공직 가운데 평의회(boule)가 가장 민주적이었다. 수당을 지급할 만한 재원이 있을 경우 평의회도 권력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335쪽)
* 아테나이의 경우 평의회는 추첨으로 선출된 500명의 시민으로 구성되었고 수당을 지급받았다. 평의회는 민회를 위해 업무 준비를 하고 세수를 관리하고 그 밖에 다른 행정 업무도 처리했다. (335쪽 주6)
좋은 집안과 부와 교육이 과두정체를 특징짓는다면 그와 정반대되는 것들, 즉 한미한 집안과 가난과 육체노동을 하는 자의 정신적 편협성이 민주정체의 특징인 것 같다. 민주정체의 또 다른 특징은 어떤 공직도 종신직이 아니며, 옛날의 정체가 변한 뒤에도 여전히 그런 공직이 남아 있으면 그 권한을 제한하고 투표가 아니라 추첨으로 충원한다는 것이다. (336쪽)
전형적인 민주정체와 민중은 모두가 수적으로 평등하다는, 민주정체의 특징으로 인정된 정의관에서 생겨난다. 평등이란 이를테면 빈민이 부자보다 국정에 더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빈민이 정권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그 수에 따라 평등하게 국정에 참여하는 것을 뜻하니 말이다. 그래야만 국가에 평등과 자유가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336쪽)
제3장 평등을 확보하는 방법들
민주정체 지지자들은 다수의 결정이 정의라 주장하고, 과두정체 지지자들은 재산의 규모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서 부자들의 결정이 정의라고 주장하니 말이다. 그러나 두 원칙 모두 불평등과 불의를 내포하고 있다. 소수의 결정이 정의라면 참주정체가 생겨날 것이다. (...) 다수의 결정이 정의라면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부당하게도 부자인 소수자의 재산을 몰수할 것이다. (337쪽)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평등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양측이 제시하는 정의의 개념부터 검토해봐야 한다. 그런데 양측 모두 다수 시민의 결정이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조건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는 부자와 빈민이라는 두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양 집단 모두나 각 집단의 다수가 결정한 것은 최종 결정권을 가지게 해도 될 것이다. (338쪽)
제4장 최선의 민주정체
민주정치의 네 가지 유형 중 최선의 것은 우리 논의의 앞부분에서 말했듯이(제4권 제4장 등) 첫 번째 것이며, 또한 그것이 가장 오래된 유형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첫 번째'라고 말하는 것은 민중을 어떻게 분류하느냐와 관계가 있다. 으뜸가는 민중은 농민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래서 대중이 농업과 목축으로 살아가는 곳에서는 민주정치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가진 재산이 많지 않은 그들은 여가가 없어 민회에 자주 참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생필품이 모자라 항상 생업에 종사하며 남의 것을 탐내지 않기 때문이다. (339-340쪽)
농민 대중 다음으로 가장 훌륭한 민중은 목축으로 살아가는 목자들이다. (...) 그 밖에 다른 유형의 민주정치를 구성하는 대중은 거의 전부 이들보다 훨씬 질이 떨어진다. 그들의 생활 방식은 열등하며, 직공과 장사꾼과 품팔이꾼들이 하는 일치고 미덕이 필요한 것은 한 가지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다 이 족속들은 늘 장터와 도심을 배회하는 까닭에 모두들 민회에 참가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342쪽)
민주정치를 수립하고 민중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민중 지도자들은 관행적으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출신에 하자가 없는 자뿐 아니라 서자와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만 시민인 자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곤 한다. 이런 정책은 그런 유형의 민주정치에 걸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 지도자들은 그런 식으로 그런 민주정치를 구성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 시민들을 받아들이되 대중이 귀족과 중산계급을 수적으로 능가할 때까지만 받아들여야지 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343쪽)
제5장 민주정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입법자와 그런 정체를 수립하려고 하는 자들에게는 그런 정체를 수립하는 것보다는 그런 정체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또는 유일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 정체의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파괴적인 요소는 피하고 무엇보다도 정체가 유지되게 해 주는 요소를 많이 내포하는 성문법과 불문법을 제정해야 한다. 입법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체 또는 과두정체의 정책이란 정체를 극단적 민주정체 또는 극단적 과두정체로 만드는 조치가 아니라, 정체가 민주정체 또는 과두정체로서 되도록 오래 존속하게 해 주는 조치임을 알아야 한다. (345-346쪽)
정체의 안정을 염려하는 자들은 무고(誣告)한 자에게 고액의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재산 몰수를 노린 소송 회수를 줄여야 한다. (...) 세수(稅收)가 부족할 때는 민회의 개회 일수를 줄이고, 법정도 다수의 배심원으로 구성되더라도 개정 일수를 줄여야 한다. (346쪽)
민중선동가들은 잉여분을 민중에게 분배하는데, 민중은 받자마자 또 달라고 하므로, 그런 식으로 민중을 돕는 것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것이다. 진정한 민주정체 옹호자라면 대중이 너무 가난해지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지나친 가난이 민주정체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세수의 수익을 적립해두었다가 빈민에게 목돈으로 나눠주어야 한다. 기금이 충분히 적립되었을 경우 최선의 방법은 농지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장사나 농사의 밑천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나눠주는 것이다. (...) 부자들은 필요한 모임에 참석한 빈민에게 수당을 지급할 수 있을 만한 자금을 출연하되 불필요한 공공 봉사를 면제받아야 한다. (347쪽)
* 어떤 정치인의 기본소득정책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힐 수 있으며, 복지기금의 선용을 제시하고 있음. (박희택)
제6장 과두정체의 구성
가장 잘 혼합된 첫 번째 과두정체는 이른바 혼합정체에 가깝다. 이 과두정체에서는 높고 낮은 두 가지 재산 자격 요건을 도입해야 하는데, 낮은 재산 자격 요건은 꼭 필요한 공직자를, 높은 재산 자격 요건은 고위 공직자를 충원하는 데 써야 한다. (349쪽)
같은 원칙을 적용하되 재산 자격 요건을 좀 더 강화하면 다른 유형의 과두정체가 생겨난다. 극단적 민주정체에 대응하는 과두정체는 과두정체 중에서 족벌정치와 참주정체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서 최악인 만큼 더 많은 경계를 요한다. (349-350쪽)
민주정체는 대개 인구가 많은 까닭에 유지된다. 민주정체에서 수(數)는 가치에 근거한 정의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두정체는 분명 훌륭한 질서에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350쪽)
제7장 과두정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대중도 농민, 직공, 상인, 품팔이꾼이라는 네 종류로 나뉘듯이 군대도 기병, 중무장보병, 경무장보병, 해군의 네 종류가 있다. 국토가 기병대를 투입하기 적합한 곳에서는 강력한 과두정체가 수립되기 마련이다. (...) 국토가 중무장보병을 투입하기 적합한 곳에서는 두 번째 유형의 과두정체가 수립되기 마련이다. 경무장보병과 해군은 전적으로 민주정체의 군대다. (351쪽)
과두정체가 민중 중에서만 경무장보병을 모병하는 것은 자신을 칠 군대를 모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연령층이 다양하여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있고 젊은이들도 있는 만큼, 과두정체 통치자들은 자신의 아들들이 어린 나이에 기동대나 경무장보병으로 훈련받게 했다가, 소년기를 벗어나자마자 실전에서 경무장보병 노릇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352쪽)
완전 시민들만이 취임해야 하는 최종 결정권을 가진 공직에는 공공 봉사를 부과해야 한다. (...) 고위 공직자들은 취임할 때 거창한 제물을 바치거나 임기 중에 공공 건물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352쪽)
제8장 공직에 관한 포괄적 고찰
필요불가결한 공직 없이는 어떤 국가도 존립할 수 없고, 훌륭한 조직과 질서를 보장해 주는 공직 없이는 어떤 국가도 훌륭하게 다스려질 수 없다. (...) 필요불가결한 공직 중에서 첫 번째는 시장을 관리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계약을 감독하고 질서를 유지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 (...) 두 번째 공직은 도심에 있는 공공 재산과 사유 재산을 질서가 유지되도록 감독하고, 무너지려는 건물과 도로를 유지 보수하고,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토지의 경계를 감독하는 등의 일을 맡아본다. 이런 종류의 공직은 대개 도시관리기구라 불리는데, (...) 세 번째 공직은 (...) 농촌과 도성 밖에서 수행한다. 이 공직에 종사하는 자들을 어떤 사람들은 농촌관리관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들은 산림관리관이라고 부른다. (...) 네 번째 공직이 있는데, 이 공직을 맡아보는 사람들은 징세관 또는 재정관이라 불린다. 다섯 번째 공직은 사적 계약과 법원 판결을 등기하고, 고소장을 제출받으며 소송 개시를 위한 예비 단계를 맡아본다. (...) 신성기록관, 감독관, 기록관 등으로 불린다. 다섯 번째 공직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여섯 번째 공직은 가장 필요하기도 하지만 가장 힘들기도 한데, 형을 집행하는 일과, 그 이름이 공적 명단에 오른 자들에게서 벌과금을 징수하는 일과, 죄수들을 감시하는 일을 맡아본다. (...) 현직 공직자들이 벌과금을 부과하고 징수해야 한다면, 벌과금을 징수하는 기구는 부과하는 기구와 달라야 한다. (...) 벌금을 부과하는 자와 징수하는 자가 같을 때는 미움을 갑절로 사게 된다. 그리고 같은 사람들이 이 모든 업무를 도맡아본다면 만인의 미움을 사고도 남을 것이다. (354-356쪽)
그다음 공직들은 그에 못지않게 필요할뿐더러 상당한 경험과 신뢰를 요하기에 더 중요시된다. 우선 국방을 책임진 공직과 군사적인 목적으로 구성된 공직이 이에 속한다. (...) 다른 공직자들의 계산서를 받아 회계 감사를 하되 다른 기능은 수행하지 않는 별도의 공직이 필요하다. 그런 공직자들은 곳에 따라 회계감사관, 회계관, 감독관, 탄핵자라고 불린다. 앞서 말한 여러 공직 외에도 모든 공공 업무에 최종 결정권을 가진 공직이 있다. (...) 안건을 예비 심의하기 때문에 예비 심의관들이라고 불리지만, 대중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곳에서는 평의회(boule)라고 한다. 이상은 대부분 정치적 업무를 관장하는 공직이다. 그 밖에도 신과 관련된 업무 영역이 있다. 이 업무는 사제와 신전지기들이 관장하는데, 이들은 기존 건물을 유지하고, 허물어지려는 건물을 보수하고, 그 밖에 신의 예배와 관련된 모든 일을 도맡아본다. (357-358쪽)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기구로 선출되는 세 가지 공직, 즉 법률 수호자, 예비 심의기구, 평의회 가운데 법률 수호자는 귀족정체에, 예비 심의기구는 과두정체에, 평의회는 민주정체에 적합하다. (3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