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곰 이야기 – 11
1997,11,24
일본에서 온 분들이 2개 조로 나누어 1조는 최천권 회원의 안내로 연동골로 조사를 가고, 2조는 권병이, 백춘기,회원의 안내로 원강재로 조사를 나갔으나 새로운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지리산에 겨울이 오고 있었다.
12월말경부터는 반달곰이 동면에 들어갈 시기여서 설치한 무인 센서 카메라를 회수해야 했다.
1997,12,11
눈이 많이 왔다.
반달곰이 동면굴로 들어가느라 이동하면서 눈 위에 족적을 남겨놓을 시기여서 15일 문바위(우두성,한창수).불무장등(최천권,김완수)빗점위(권병이,백춘기).토끼봉아래 동사면(김송식.김인동,유상배)조사를 나갔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겨우내 산간마을을 방문하여 밀렵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는지 탐문하고 밀렵구제거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1998,2,16
1997년9월부터 일본곰연구소 마이타.가츠히꼬(米田一彦)소장님이 오셔서 지리산의 반달곰 서식 실태를 조사하고 무인센서 카메라로 촬영해 보려 노력했으며. 일본야생동물보호관리사무소 대표 토시히로.하즈미씨등 22명의 일본 야생동물전문가들을 데리고 와서 ‘반달가슴곰 및 야생동물 보전을 위한 한,일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한. 일 민간단체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해 나아가기로 의견을 모아 1998년 2월16일부터 21일까지 일본민간단체의 초청으로 환경부 생태조사위원 한상훈박사와 본회회원인 최천권씨와 함께 일본을 방문하였다.
16일 오전 11시 30분 비행기에 올랐다. 오후1시 비행기 좌측 날개 쪽에 눈덮힌 후지산이 웅자를 드러냈다 맑고 파란 하늘 아래 남알프스(일본산악지명)의 호위를 받아 우뚝 선 후지산(3776m)은 일본을 대표하는 산으로 일본 야생동물보호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을 방문하는 우리를 환영해 주는 듯했다.
KAL기는 미끄러지듯 나리따 공항에 안착하고 작년11월 지리산반달곰한일합동조사에 참여하였던 일본곰연구소 연구원인 마사히로. 후지타 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후지타 씨의 승용차로 가와사키에 있는 (주)야생동물보호관리사무소에 도착하니 토시히로.하즈미씨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무실은 가정집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작은방마다 연구원들이 각각 쓰고 있었고 응접실에는 주방 시설이 되어있어 우리를 대접하려 일본식 생선묵 요리를 하고 있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연구실답게 방마다 컴퓨터가 놓여있었으며 현미경 등 각종연구용장비와 첩첩이 쌓인 연구자료와 서적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일본 최고의 민간 야생동물 연구 실적을 자랑하는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연구원들은 곰. 원숭이. 사슴.너구리등 포유동물을 중심으로 연구와 보호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사무소 운영은 후원회의 후원 금과 정부의 야생동물 보호정책에 따른 연구. 보호 활동 용역을 맡아 운영하며 가장 큰 사업은 후지산 부근에 서식하는 반달곰을 보호하는 일로 30여 마리쯤 되는 반달곰을 증식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17일 후지산 동편에 있는 대야산(大野山)에 올라 (주)야생동물보호관리사무소에서 생포하여 발신기를 부착해 놓은 3마리의 반달곰의 수신기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월동기라 각각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서 발신음이 들려와 곰이 잘 자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는 12,000여마리의 곰이 살고있는데 150여 년 전부터 대부분 삼나무를 조림하여 동물의 먹이가 부족하여 농작물의 피해가 잦다고 한다. 수렵 대상 동물이라 한해에 2,000~3,000마리의 곰을 잡는데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진 않지만, 지역에 따라 곰의 서식지가 줄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에서는 곰이 멸종의 위기라고 떠들어대니 호들갑으로 들리면서도 한편,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야생동물 보호 대책을 바탕으로 한 호들갑이니 부럽다.
후지산을 북쪽에서 남으로 돌아 야마나까꼬(山中湖)에 도착하니 산으로 둘러싸인 하늘처럼 파란 호수에 눈덮힌 후지산이 잠겨 있어 참으로 뛰어난 경관이었다. 호수 주변에 숙박시설. 별장 등이 제법 많이 있었지만 일본 최고의 경승지라는 이곳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한 조용한 휴양 관광지였다 우리나라의 콘크리트 관광개발과는 질이 다른 자연과 일본의 전통문화를 그대로 생활화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수에는 청둥오리.청머리오리.흰뺨검둥오리.고니등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으며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섬진강에 작년에 4마리의 고니가 찾아왔었다 마침 우리 지역이 수렵이 허용된 해였기에 회원들이 매일 강에 나아가 고니를 향해 총을 쏘지 말도록 홍보하고 설득하였더니, 한 사람도 잡으려는 사람이 없어 50일쯤 머물다가 가더니 올해에 10마리가 찾아와 머물고 있지만 사람이 강둑 위에만 나타나도 구례 마산면 장동저수지로 날아가 버리는 것을 생각하면 야생동물과 인간이 신뢰를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일본은 매년 철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보호하여 매년 그 수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철새는 한 번 생활했던 지역으로 다시 찾아오는 습성이 있어 올해에 섬진강을 찾아온 고니가 내년에는 새끼를 데리고 더 많이 찾아올 것을 기원해보았다
오후 7시 일본연구원들과 환경부 생태조사위원인 한상훈 박사와 함께 반달곰생태에관한 토론을 하였는데 반달곰의 계절별 먹이를 분류한 것이나 월별로 채취된 곰 배설물의 성분 검사 곰 특유의 행동에 의한 흔적 사진. 일본 정부의 곰 보호 역사 등 참으로 방대한 자료를 접할 수 있었으며 많은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8일0:5시에 일어나 나리타 공항까지 하즈미씨가 태워다 줘 비행기로 시코쿠(四國) 도꾸시마현(德島)으로 향했다. 역시 지리산에 왔었던 도꾸시마곰 연구회 타니구치씨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곧바로 도꾸시마현의 환경정책과를 방문하여 곰 보호 실태와 앞으로 한,일간 협력에 관하여 토론을 하였는데 1994년 현내 최고봉인 쓰루기산(1955m)에 곰이 멸종된 것으로 우려하여 일본곰연구소 마이타.가츠히꼬소장에게 조사를 의뢰하여 3마리를 생포하여 확인하였고 약10여마리의 곰이 살아있음을 밝히어 곰을 증식시키기 위한 열의가 대단했다. 지리산과 비슷한 상황이라 앞으로 곰이 증식될 수 있을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여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처음 시도되는 한. 일간 야생동물보호협력에 도쿠시마현 출입 방송. 신문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시코쿠 제일의 강인 요시노가와강 상류의 오보케협곡을 따라 고치현(高知)으로 가는데 협곡의 맑은 물은 가을하늘처럼 푸르고 굽이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가파른 산에는 150여 년 전부터 심었다는 아름드리 삼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8-90년쯤 키운 두 아름쯤 되는 삼나무 한 그루에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000만 원쯤 된다니 이곳 사람들은 선조들이 심어놓은 나무를 베어 생활하고 후손을 위하여 나무를 심고 있는 셈이었다, 3시간을 자동차로 달려오는 동안 끝없이 삼나무 숲이니 일본 부의 원천이 여기에 있는 듯하였다. 참으로 부러운 한편 온 산을 삼나무를 심었으니 야생동물의 먹이가 없어 야생동물생태계가 건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 견주어 생각하면 지리산의 자연림이 자연생태계를 위해서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오후 6시30분 고치현생태계보호협회를 방문하였다. 이번에 우리를 초청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였던 마이타.가츠히꼬씨가 히로시마에서 먼저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치시 옆을 흐르는 인정천은 구례 광의면의 구만제가 막아지기 전 서시천 정도의 수량이 흐르는 곳으로 참으로 맑고 깨끗하였다 이곳은 일본 전역에서 멸종된 수달이 한 마리 내지 두 마리쯤 살아있는 것으로 이곳 보호협회 회원들이 믿고 있으며 1983년 한 마리의 수달이 목격된 뒤 500여명의 회원들이 수달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15년째 수달을 공식적으로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목격담이나 흔적이 가끔 발견되는 것으로 희망을 가지고 눈물겨운 수달 찾기 운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나까무라 회장의 주선으로 보호협회 20여 회원들과 만찬을 하면서 섬진강에서 촬영한 수달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면서 수달에 관하여 설명하였는데 많은 질문을 받았으며 곰은 멸종의 위기지만 수달은 우리나라에 3,000마리쯤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하였더니 퍽 놀라워했다.
19일 오전 고치현 산림국장을 방문하여 한.일간 야생동물 보호활동 협력에 관하여 토론하고 생태계보호협회 회원들과 인정천 상류 수달 목격담이 있는 곳으로 조사를 나아갔다 맑은 물에 겨울인데도 송어로 보이는 어류가 무리 지어 놀고 있어 1980년대 초반의 섬진강의 맑은 강물을 연상케 하였다. 수달이 좋아하는 깊고 바위가 많은 지역을 몇 곳 돌아봤지만 수달의 배설물이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협회 회원들은 섬진강의 수달을 보고 싶어 했으며 연말에 구례를 방문할 것을 희망하였다. 수달은 수질오염.하천정비에의한 환경훼손이 적정수준을 넘으면 급격히 멸종되는 것으로 유럽이나 일본의 예로 보아 밝혀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법적인 보호를 하였지만 실질적인 보호노력은 없는 실정이었다 1997년 1월10일 최초로 지리산 생태보존회(우두성.조영호.백춘기)가 문척면 화정리에서 비디오와 카메라에 담아 환경부에 보호대책을 촉구하였고 이후 전국 곳곳에서 수달에 관심을 같게되었다 환경부에서는 경남대학교 한성룡 씨에게 용역을 주었고 필자가 현지 자문으로 참여하여 “섬진강 수달 서식 실태조사 및 서식환경 복원에 관한연구”서가 1997년 6월에 완성되었다. 이러한 조사를 통하여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구례지역에 20여 마리의 수달이 서식하고 있으며(경남대학교조사15마리) 광의면 천은제. 마산면 장동제. 토지면 문수제. 간전면 효곡제 등에서 1994년까지 서식했던 수달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섬진강의 둑 공사 산동온천 개장으로 인한 서시천의 수질오염 하천정비등으로 급격히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보호동물이며 수환경 지표동물인 수달을 보호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본회에서는 구례군에 문척면 화정리를 수달보호지역으로 설정하여 보호할 것을 구례군과 환경부에 건의하고 있다.
고치현에서 수달이 발견되어 증식되기를 기원하며 마이타.가츠히꼬씨의 승용차로 마지막 방문지인 히로시마로 향하였다.
20일 오전 작년 10월에 지리산취재를 왔던 히로시마홈 TV방송국의 시마다씨와 신문기자들과 함께 마이타씨의 반달곰보호활동지역으로 향하였다. 마이타씨는 곰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이 신고되면 히로시마현의 용역으로 곰을 생포하여 곰이 싫어하는 깨스를 뿌려 인간을 두려워하는 훈련을 시킨 뒤 오지에 추방하는 활동을 30여년동안 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곰의 활동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곰을 안전하게 생포하는 기구를 직접보고 작동을 해보며 마이타씨의 설명을 들었다. 마이타씨는 지리산의 반달곰을 확인하고 자연 복원시키는데 대단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지리산은 원시 자연림이 울창하여 야생동물의 먹이가 풍부하고 넓고 깊어 약200마리 정도의 반달곰이 인간의 간섭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이라고 판단하였다. 밀렵만 막는다면 자연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하였다. 덧붙여 4월부터 연말까지 함께 추진하기로 한 지리산 반달곰조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을 희망하였다.
이번 방문 중 일본은 새들의 천국임을 알 수 있었다. 까마귀를 어디서나 볼 수 있었고 솔개가 수십 마리씩 무리를 지어 나는 것도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일본에 환경단체가 3,000여개쯤 있다고 하며 놀라운 일은 모든 길에 산을 파괴하지 않고 굴을 뚤어놓았으며 굴속은 대형 환풍기를 달아놓아 청정했다. 도쿠시마와 고치현에서는 한국어로 된 관광지도와 관광안내 팸플릿이 준비되어 있어 보호된 자연을 이용하여 외국의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놓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고장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보존하고 보호된 자연을 관광 자원화 하여 전국적으로 비슷한 콘크리트 관광개발과 차별화하고 관광개발의 절대 목적인 외국관광객의 유치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다짐하면서 21일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오는 페리호로 귀국길에 올랐다.
첫댓글 선생님 다시 글쓰기 시작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6월축제때 들으면 참 좋겠어요^^
남겨두어야 할 얘기여서 조금씩 기록하고 있습니다.
6월엔 이야기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