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어묵공장 들어서…공장의 근로자들, 어묵 장인으로
 |
|
부산삼진어묵의 다양한 제품들. 4가지 맛을 가진 고로케(맨앞)부터 콩이나 연근을 넣어 만든 어묵까지 다양하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 수십 년 경험의 손맛 질 좋은 어묵
- 튀김, 숙성 등 공정마다 고유 기술
- 어묵 고로케, 빈대떡 등 무려 40종
- 빵 고르듯 하나하나 택하는 재미
- 수제어묵 제품군 가장 많은 인기
어린 시절 어묵 하나에 수십 잔의 국물을 들이켜다가 혼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그 추억에 빠져든다. 길 가다 흔히 만나는 주전부리의 대표 음식인 어묵. 이 어묵이 지금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급 어묵이나 이것저것 섞어 특이한 어묵을 파는 곳이 부산에도 있다. 부산삼진어묵(부산 영도구 봉래동·051-412-5468)은 기계로 만든 어묵을 만들어 파는 동시에, 수제 어묵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박종수 대표는 "부산에서 어묵을 만드는 곳은 대부분 2~3대에 걸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모두 더 좋은 어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어묵의 역사부터 맛까지, 그 모든 것을 살펴봤다.
■ 부산 어묵은
|
 |
|
부산삼진어묵에서 주문한 어묵탕에는 다양한 어묵을 맛볼 수 있다. |
어묵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 부산에도 어묵 공장이 많이 들어섰다. 특히 각종 수산물이 풍부했으므로 부산은 공장이 들어서기에 최적지였다. 부산 어묵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던 인부의 경험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어묵 공정은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해 기계 설비를 들이게 된다. 박 대표는 "1990년대가 사업을 하는 데 가장 힘든 시기였다. 대기업의 점유율이 올라가던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지역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이 공략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도모했다. 그 방법의 하나가 바로 수제 어묵. 부산삼진어묵은 경력 30~40년의 수제 어묵 장인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맛은 물론 씹는 맛까지 연구해 다양한 어묵 메뉴를 만들어냈다.
박 대표는 또 어묵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사실 예전에 아버지가 어묵 공장을 운영하는 게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어묵이 불량 식품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장을 깔끔하게 바꾸고, 역사관과 체험관을 만들어 고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과거에는 어부들이 팔다 남은 생선을 모아 어묵을 만들었다.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묵이 비위생적인 음식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것이다. 지금은 잡어의 공급 물량이 한정돼 외국에서 수입한 고기로 어묵을 만들고 있다. 부산삼진어묵은 미국산 명태나 인도,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의 돔 종류를 주로 쓴다. 박 대표의 계획은 앞으로 어묵이 간식이 아닌 주식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메뉴 개발, 깔끔한 제조 공정, 수제 어묵 제품군 확대가 박 대표의 전략이다.
■ 고로케와 빈대떡까지
|
 |
|
수제 어묵 장인이 절구통에서 어묵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
길에서 흔히 보던 막대 모양의 어묵이나 네모꼴의 납작한 어묵만 떠올리면 오산이다. 부산삼진어묵의 매장에는 어묵으로 만든 고로케와 빈대떡을 비롯해, 연근이나 콩을 섞어 만든 어묵 등 종류만 따지면 40가지의 어묵이 있다. 모두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어묵이고, 장인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다. 특히 고로케는 유리창 너머로 훤히 보이는 공장에서 모양을 다듬은 후 매대로 이동해 튀긴 뒤 판다. 튀김용 기름이 눈앞에 훤히 보일 정도로 위생에 신경을 썼다. 고로케의 맛은 채소, 감자, 치즈, 카레로 만든 4가지다. 씹자마자 어묵 특유의 탱탱한 맛이 그대로 남았다. 더해서 어묵의 고소함과 각 재료의 향이 섞여 고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채소맛 고로케는 기억에 더 많이 남는 향을 가졌다. 새우 맛을 감상하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매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바로 옆의 어묵 국물도 시식용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온전한 한 그릇은 부산삼진어묵에서 만드는 다양한 수제 어묵이 들어간, '종합선물세트'이다. 속 시원한 국물과 다양한 맛을 가진 어묵을 만날 수 있다.
탄력 있게 씹히는 감촉과 담백함 등은 어묵을 찌고 튀기며 숙성하는 공정마다 수십 년의 비법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메뉴가 있어 배가 부를 때까지 싫증 나지 않게 먹을 수도 있다.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하나씩 고를 수 있어서다. 어묵도 식사 대용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참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