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RPG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이를 통해 불쾌감을 느끼게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립니다.
이 RPG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국가, 회사 또는 단체, 그 밖에 모든 명칭,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유사한 예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이 RPG는 특정한 사상, 이념, 정치체제, 인권 탄압과 폭압적 정치 질서를 옹호, 미화하거나 찬양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나는 삼천만명의 프랑스 인민들, 나와 같은 프롤레타리아들에게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 죄로 이 자리에 기소되었다!
- 오귀스트 블랑키
10. 과달루페의 성모, 프레스터 존, 잔 다르크
1820년 1월, 결국 미서전쟁이 발발하면서 프랑스 공화국은 참전 여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영국은 아메리카에 개입하지 말고 거의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중국(청나라)에서 유력 군벌 하나를 함께 지원해 이권을 나눠가지자고 제안했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미국은 참전은 안해도 좋으니 스페인 본토 병력을 잡아두고만 있어달라는 필사의 부탁을 보내왔죠. 중국에서 왠 멕시코 출신 신부 하나가 폭발적 카리스마로 기독교 세력(여호와의 군대, 즉 야화군이라 불렀습니다)을 구축했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세속주의에 기반한 공화국은 일단 영국의 뜻에 따라주면서도 적당히 뒷주머니를 차자는 계획을 문제없이 가결했습니다.
미서전쟁 참전 문제 역시 공식적으로 중립을 지키되 의용군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문제는 누구를 의용군으로 보내냐였는데, 외젠 드 보아르네 원수를 사령관으로 하여 나폴레옹에 충성했던 국가근위대 병력 4,000명을 보내자는 안이 가결되었습니다. 급진당, 자유당 일부 등 반대의견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총대를 메던 시몽 아시에르가 금방 탈레랑에게 설복당하며 모든 반대의견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죠. 자신의 친위 무장세력을 만들 요량으로 들떴던 잔은 열심히 이들을 최신식으로 무장하고, 국민당에 충성하게 하려 애썼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외젠 원수는 개인사정으로 사령관직을 고사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곧 공개될 예정이었죠…
10-EX-1.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야심차게 아메리카 대륙에서 모든 식민세력을 몰아내겠다는 각오로 출병한 미국이었지만, 그 실상은 초라했습니다. 상비군이라고는 10,000명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각 주의 ‘협조’를 얻어야 겨우 동원할 수 있는 민병대인 시점에서 초반의 졸전은 이미 결정된 것이었죠. 전선에 사절단장으로 파견된 잔과 주미프랑스대사 자크는 버지니아나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후퇴하여 청야작전을 펼치는 안, 어떻게든 먼로 대통령을 설득해 국가징병제를 선포토록 하는 안 등을 내세웠지만, 결국 탁상공론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주미대사인 자크가 미국 명예시민권을 얻어가며 직접 프랑스인 의용군과 일부 정예병력들을 할당받아 누에바에스파냐의 후방을 타격하는 방안이 선택되었고, 이는 꽤나 괜찮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마침 루이지애나 전선에서도 미군이 부왕령군에게 나름 중요한 승리를 거두며 전쟁의 기세는 어렵게 미국에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한편,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던 심정으로 나폴레옹이 은둔하던 매사추세츠 주 난터켓 섬으로 향한 잔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정부의 누군가로부터 비밀 정보를 낱낱이 받아보고 있었고,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프랑스 내 반란음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취득했던 것입니다. 볼리바르와 결별하고 권력에 더 이상 미련이 없었던 전 황제는 순순히 잔에게 대부분의 정보를 알려주었고, 잔은 파리에 연락책을 보내 해당 반란음모의 주동자인 안느 장마리 사바리를 낚으려는 계책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워싱턴에서는 먼로 대통령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습니다. 국가가 망할 위기사태에서도 주의 권리따위를 외치며 밍기적대는 주지사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국가비상사태령이 선포된 것입니다. 사실상의 노예해방선언과 함께 순식간에 미군의 규모는 15만명까지 불어났고, 이는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을 체급으로 짓누르기 충분한 규모였습니다. 정말로 미국이 북미 전체를 장악할 기미가 보이자 북서부 아메리카를 소유한 러시아와 캐나다를 소유한 영국이 개입, 미국의 태평양 접근권을 사실상 용인하고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을 조각내 완충지대를 설치하는 종전협정이 맺어졌습니다.
무소불위의 위치에 서게 된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사실상 유일 거대정당이던 민주공화당을 민주집중제 체제의 전위당으로 개편, 미국의 모든 시민과 민족들의 자유를 위하여 당이 곧 국가이며 당의 지도자가 곧 연방의 최고통치자인 “미국식 민주주의”를 만들어냈습니다. 대통령이자 민주공화당 전국위원회 총무장이자 미합중국 군대와 민병대의 최고사령관으로 우뚝 선 먼로의 신체제를 보고 잔과 자크는 충격을 먹었고, 그동안 혁명에 대해 너무 안온하게 생각했던 과거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성찰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활약이 필요했습니다.
10-EX-2. 정화(épuration)
잔이 난터켓 섬에서의 서신으로 퍼뜨린 내란음모의 서신은 놀라운 나비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자신이 아끼던 프랑스 내 첩보 네트워크까지 헌납하며 나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바리가 반란질이나 획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조제프 푸셰는 이 움직임이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고, 사망 직전 모든 진실을 담은 회고록을 편찬해 일대 파란을 불러왔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두문불출하던 루이 보나파르트(나폴레옹의 동생)를 황제로 옹립하고 반동체제의 1인자가 되려 했던 사바리는 외젠, 뮈라와 같은 구 제정 시기의 장군들은 물론 자크 라피트와 같은 공화주의자부터 원칙당의 주요 인사들까지 포섭, 사실상 국가를 장악하기 직전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계획은 발각되는 순간 성공확률이 급격히 낮아지기에,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탈레랑 수상은 마지막 권위를 이용해 그나마 믿을 만 하던(적어도 공화국을 배신할 염려는 없는) 시몽 아시에르에게 공화국 수호를 위한 전권을 부여했습니다. 마침 국민의회에서는 보수적이지만 공화국 수호에는 진심이었던 라파예트가 사실상의 국가원수로 행동하며 시몽을 독려했고, 잔 역시 미국에서 평화협상을 주선하면서도 대외정보총국에 “정쟁을 경계하되 공화국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였습니다. 시몽은 국내 작전이 금지되던 혁명수비대의 사전 명령을 발동해 수도 인근에 주둔하는 모든 주요 지휘관들을 선제 체포하는 작전을 승인해 초전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두었는데, 이 시점에서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한 원리원칙주의자 시몽은 라파예트에게 모든 권위를 넘기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파리 근교에서는 외젠 원수가 근위대 병력을 대동하고 파리로의 진격을 준비하고 북부에서는 야심가 젠드부르몽 장군이 이끄는 또 다른 쿠데타 병력이 남하하며 파리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아 코뮌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시몽은 라파예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해 외젠과 근위대를 설득하고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혁명원로 포쿠이의 도움으로 젠드부르몽의 군대까지 회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한 외젠이 자결하는 일이 있었지만, 공화국은 최대의 위기를 넘긴 셈이었습니다. 물론 시몽이 주도권을 잡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죠.
이 사태의 여파로 국민당 최고지분을 가지던 보수파와 원칙당이 동시에 공중분해되고 정계가 급속도로 개편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823년 중으로 예정된 총선이 향후 공화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었습니다.
10-EX-3. 동양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급격한 정세변동과 별개로, 영불연합함대와 함께 동양으로 출발한 샤를루이 피네는 1821년 늦봄 중국 왐포아(황포, 현재의 광저우)에 도착했습니다. 영국이 무기 등을 후원하며 중국 내 권력투쟁의 챔피언으로 삼은 것은 강남의 최고 실력자 “월왕” 완원의 세력, 정확히는 그의 심복인 기독교 신자 양이성의 세력이었습니다. 피네가 관찰한 바로 완원은 중국 내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세력은 맞았으나 그를 후원해봤자 영국이 취할 막대한 이익의 일부만 얻을 수 있을 뿐이었고, 결국 뒷주머니를 차려면 모종의 이면계약을 맺거나 대안세력에 줄을 대야 했습니다. 첫 시도로 양이성이 기독교도라는 점을 이용해 섬서성의 야화군과 비밀 연대를 만들어보려던 시도는 대실패로 끝났습니다. 심지어 이 계약을 주선하기 위한 일종의 ‘꽌시’로 난징을 직접 공격해 장강 수운을 감독하는 원칙주의적 관료 임칙서를 살해한다는 무모한 작전을 실행할 뻔 했지만, 이는 부하들의 간곡한 만류로 실행되지 않았죠.
다행히 피네의 두 번째 시도는 나름대로 성공했는데, 화북 지역의 또 다른 대군벌이자 주술의 신봉자라던 대장군 양방에게 줄을 대 어떤 세력이 승리하더라도 프랑스가 이득을 보게끔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페킹(베이징)과 가까운 곳에 물자 밀반입을 위한 기지를 설치할 필요가 있었고, 피네와 프랑스 해군이 선택한 것은 바로 동쪽의 조선, 그 중에서도 서북쪽 끝에 위치한 의주였습니다. 조선국왕의 심복이자 조선 물류의 주인이자 평안도의 실질적 영주였던 임상옥은 천하대전에서 양방의 편을 드는 조건으로 프랑스제 무기 일부를 평안도 출신의 호랑이 포수(착호갑사)들에게 넘겨 왕의 친위대를 만드는 조건을 걸었고, 손해보는 것이 없었던 피네는 즉각 수락했습니다. 물론 조선국왕이 정말 후대의 어떤 콧수염처럼 모든 척신을 숙청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더욱 좋은 일이었죠.
피네가 빛나는 성과(물론 몇몇 ‘자잘한’ 실수는 묻혔습니다)를 파리로 가져갈 무렵, 중국에서는 완원의 세력이 파죽지세로 진격해 낙양과 개봉을 함락시켜 끝까지 항전하던 그곳 주민들을 참혹하게 학살하는 사건(그 직후 칭제해 ‘대순제국‘을 선언했습니다)이 발생했고, 마침 기독교를 공인해주겠다는 대청국 ’승상‘ 양방의 제안으로 섬서성(서안)에서 해방구를 구축하던 야화군이 함곡관으로 진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양방과 야화군이 완원의 순군을 돈좌시키는 쪽이 더 이문이 남을테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겠지요.
11. 조금 더 붉어진 삼색기
피네가 중국에서 신나는 모험을 즐기고 있을 무렵, 파리에서는 정계개편 끝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출현했습니다. 우선 베르티에 원수가 이끌게 된 왕년의 국민당 보수파는 모든 개혁에 소극적이고 체제 수호에만 집중하는 그야말로 진짜 ‘보수파’인 원칙당이 되었고, 원칙당 인력을 대거 흡수해 세를 불렸던 자유당은 주류파가 급격히 우경화되며 시몽 아시에르, 장루이 칼몽, 프랑수아 아라고 등 당내 좌익이 공화인민당을 만들어 탈당하였습니다. 급진당의 당론은 점점 온건해졌고, 전위파와 애국파만 남은 국민당(이후 사회노농당) 협동조합 노선을 옹호하는 농민 중심정당, 그러면서도 영국의 해상패권에 저항하는 반영정당으로 거듭났습니다.
1823년 6월 실시된 총선거의 승자는 프랑스 인구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의 대거 지지를 얻은 사회노농당이었습니다. 농민 당원들이 무수히 입당한 노농당은 급격히 개혁에 소극적이고 보수화되었지만, 점진적 개혁노선으로 완전히 선회한 급진당과는 여전히 외교, 노동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노농당과 급진당의 연정이 성립되었는데, 수상으로 ‘산업주의자’이자 계급협조론자이며 동시에 사회주의자이기도 한 앙리 드 생시몽이 임명되며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개혁에 적극적이며 친영적 외교정책을 주장하는 공화인민당은 나름 선전하고도 야당으로 밀려난 아쉬움을 삼켜야 했죠.
식민지를 대부분 상실한 여파로 혁명의 분위기가 들끓는 스페인, 유럽 외교가에 다양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는 발칸 문제, 그리고 드디어 전면으로 의제에 올라온 노동개혁 문제가 새 내각의 당면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1815년 혁명으로 성립된 제2공화국의 두 번째 페이즈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목표] 분리될 수도, 굴복할 수도 없는 공화국을 재건하고 유지하십시오.
혁명은 어떻게 완성될 수 있을까요? 대외정책으로? 아니면 노동자의 해방을 통해?
|
@E.E.샤츠슈나이더 광해군 없는게 다행이지만요(...)
@E.E.샤츠슈나이더 깔끔하게 역성혁명 메타로 가시죠(??)
@dear0904 계룡산 정씨왕조..!
@렌지파일 아니 여기서 정감록이 ㄷㄷㄷ
@dear0904 역성혁명 하기 딱 좋은 시기긴 하죠 ㅋㅋ
숙종 때 가면 역성혁명은커녕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바로 멸문당할테니…
@렌지파일 고려인민공화국..?
@E.E.샤츠슈나이더 그거 하려면 숙종과 그 후의 절대군주시기를 일단 거쳐야 하지 않을까요(..)
아 혹시, 반정하면 친청세력이어야 하고 이런건 아니겠죠..?
@렌지파일 청나라 입관 전 내부권력투쟁도 꽤나 볼만해서, 상황이 생각보다 확확 바뀔 수 있습니다. 자세한 건 스포이므로…
@E.E.샤츠슈나이더 진짜 ㅋㅋㅋ... 볼만하죠. 근데 그래도 어느 한 시점에선 다른곳보단 나으므로(...)
오늘 밤에는 마지막화를 꼭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 경황이 없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