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는다. 그리고 살짝 다시 떠본다. 그 사이에 세계는 물론 눈을 감기 전의 세상이 달라졌다. 라고 믿는데서부터 환상은 시작될 수 있다.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것은 순전히 돈때문인데, 빌린 돈과 생활비를 벌고자 자신의 재능이라고 여기는 퀴즈풀기 실력을 바탕으로 어느 단체와 계약을 맺는다. 그래서 훈련을 위해 차를 얻어타고 떠났는데 기억에 없다. 돌아온 현실은 엉뚱하게도 혼자인 체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환상과 같은 이야기, 들어주고 머리를 끄덕여줄 사람들이 없다.
외롭고 허전한 방. 그 안에서는 자신만의 공상이나 망상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누구든 간섭을 하지 않는 소외된 현실은 철저하게 인간을 사회로부터 따돌리는 왜곡된 일상을 펼친다. 인간은 다시 외로워지고 있다. 무엇이든 혼자 즐기고 자기 안에서만 소통이 가능한 닫힌 세계 안에 갇히고 만다.
알을 깨고 나온 아프락사스는 맞닥뜨린 새로운 세상의 물질만능과 이기주의에 눌린 나머지 다시 알로 귀환하려 든다. 잘게 깨어진 껍질은 다시 붙여지지 않지만 귀환하려는 아프락사스의 몸부림은 가히 절망적이다. 뜻이 이루어지지 않자 의식이 끊어지며 망상 속에 빠져든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지극히 위험한 시간 속으로의 항해.
주인공의 여행은 비현실적이다. 그가 살아가는 일상 또한 비현실적으로 그래서 가히 소설적이다. 소설 퀴즈쇼는 그렇게 내달릴려면 충분히 내달려질 수 있는 지금 우리들이 펼쳐가는 일상의 왜곡된 거울이자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