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영웅시대’가 중도하차할 모양이다. 왜, 누가 그렇게 결정했는가. 시청률이 낮다고 처음에는 들었다. 그러나 시청률이 점점 높아져 이제 어지간한 연배들은 그것을 흥미로운 화제로 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잘 엮는다. 우리가 살아온 그때 그 일들을 잘도 끄집어낸다. TV화면에서 정주영이가, 이병철이가, 박정희가 살아서 튀어나오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후욱 내뱉는다.
“요즘 젊은 아이들한테 얘기해주고 싶은 게 다 나와. 저희들이 보릿고개 알어? 6·25 동란으로 다 거지가 됐던 거 알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어?”
소주 한잔해서 벌건 얼굴을 한 사람이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전국 방방곡곡을 잇는 아스팔트 대로들,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어?”
키가 커다란 사람이 슬그머니 일어섰다.
“월드컵 때 말이야. 광화문이고 시청 앞에 붉은 악마들이 모여 가지고 ‘대한민국!’ 외치던 수백만의 함성, 난 그때 눈물이 나더라. 얘들아, 용케 자랐다. 너희들을 먹여서 길러 내느라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니? 너희들이 대한민국의 알맹이야. 너희들이 내일의 주인공들이야. ‘대한민국’이라고 외쳐서 반가웠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외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주먹을 불끈 쥔 노인이 소주를 병째로 마신 뒤에 “고 녀석들이 말이야. 젊은 악마들이 말이야. 붉게 물든 것이 아닐 텐데, 수상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단 말이야. 세계의 낙원? 복이 너무 많아서 목숨 걸고 도망쳐 나오는가? 사상이 뭐야? 공산주의가 뭐야?”
날카롭게 제지한 허연 수염의 노인은 중절모를 쓰고 있다.
“역사는 다 제 갈 데로 가고 있는 거야. 서둘지 말고 뭣들 하고 있는가 지켜볼 우리 나이야. 망하지 않는다. 우리 대한민국! 인종이 어질다. 근면하다. 똑바로 살기를 원한다. 오늘 내일 당장 망할 것처럼 걱정들을 하지만, 망하지 않는다. 전진한다. 하고 있다. 싸우면서 손 잡으면서 나가고 있다. 걱정들 너무 하지 마.”
“누가 술 한잔 살 사람 없어?”
“내가 산다.”
“가자!”
“가자!”
노인들의 한 떼가 순대국집으로 빨려 들어갔다.
MBC에 묻고 싶다. 이 사람들은 어제를 살아왔고 살아본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 대한민국에 벌어진 상황을 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피땀 흘려 자식들을 길러온 추억 속에서 그때 일하던 그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의 어제를 젊은 자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충동을 ‘영웅시대’를 보면서 간절히 느꼈다.
누가 ‘영웅시대’를 더 쓰지 못하게 하는가.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40년 전에 나는 경무대의 인(人)의 장막을 참고 삼으라고 ‘잘돼 갑니다’라는 작품을 써준 적이 있다. 영화화되었는데 상영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20년간이나.
MBC가 정동으로 이사했을 때 ‘박 마리아’를 써 준 적도 있다. 결국 계속할 수 없게 당국이 잘랐다. 장기집권에 대한 나의 우려였다.
한 시대를 소화하고 넘어가자는 기개는 작가로서는 장대한 뜻이다. 이번에 모처럼 제대로 나가는가 했더니 끊어버리는가? 누가 뭣 때문에 못하게 하는가. 그 이유를 꼭 밝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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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총동문 모임이 있은 날이면
동문 사랑의 일념으로 여든이 훌쩍 넘으셨음에도 불구하시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늘 함께 해주시는 대선배님이십니다.
엇그제 신년하례식때에도
날씨가 무척이나 추웠는데도
모임 시간을 맞춰 나오시는
열의는 젊은 저희에게 시사하는바가
많았습니다.
첫댓글 자랑스러운 한고문님은 우리현대사의 산 증인입니다.4.19혁명이후 라다오 방송에" 잘돼 갑니다"ㅢ 연속극의ㅡ 인기는 가희폭팔적 이었습니다. 지금의 영웅시대와는 몇배의 인기였지요 아직도 정치는 옛날그대로 변한것이 없는것인가.
영웅시대 열심히 보고 있는데 한운사 선배님 말씀대로 왜 중도하차를 하는지 궁금해 지네요...........후배님 이런 뉴우스 올려주어 너무 고맙네요.............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