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숭총림 초대방장 및 ‘서양의 초조初祖’ 경허ㆍ만공 선사의 법을 이은 ‘백세 도인’ 혜암 스님
‘참나’는 세존世尊 곧 부처님과, 신성神性 곧 예수님의 골자요, 이 ‘나’를 떠나서는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며 일도 할 수 없다. ‘나’ 없이는 일체가 없고, ‘나’가 있기 때문에 일체가 있다.
《바다 밑의 진흙소 달을 물고 뛰네》 - 덕숭산 혜암 대선사 법어
묘봉 감수, 견우회 엮음 신국판ㅣ흑백ㅣ328쪽ㅣ14,000원 ISBN 978-89-964771-6-7-03220 2011년 4월25일 발행(26일 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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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혜암 선사의 구도와 깨달음, 그리고 교화
혜암현문(慧菴玄門, 1886~1985) 스님은 조선 말기 대선지식인 경허(鏡虛)ㆍ만공(滿空) 선사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선풍을 계승한 선사이다. 1896년 부친상을 당하자 이듬해 출가하여 양주 수락산 흥국사에서 삭발 출가하였으며, 1900년 보암(保庵)을 은사로, 금운(錦雲)을 계사로 득도하였다. 1911년 해담(海曇) 화상으로부터 구족계를 받았고, 1913년 성월(性月) 선사로부터 화두를 간택받았다. 그 뒤 만공ㆍ혜월(慧月)ㆍ용성(龍城) 선사를 차례로 모시고 6년 동안 용맹정진하여 도를 깨닫고 오도송(悟道頌)을 지었다.
어묵동정 한 마디 글귀를(語默動靜句) 누가 감히 손댈 것인가(箇中誰敢着) 내게 동정을 여의고 한 마디 이르라면(問我動靜離) 곧 깨진 그릇은 서로 맞추지 못한다 하리라(破器不相從).
선사는 그 뒤 묘향산 상원사 주지와 정선 정암사 주지를 역임하였고, 1929년 수덕사 조실 만공 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인정받아 전법게(傳法偈)를 받고 법통을 이어받았다.
구름과 산은 다름 없으나(雲山無同別) 또한 대 가풍도 없다(亦無大家風) 글자 없는 도장을(如是無文印) 그대 혜암에게 주노라(分付慧菴汝).
그 뒤 전국의 주요 사찰을 순례하면서 보임(保任: 깨달음을 보호하고 지켜가는 無爲의 수행) 공부를 하는 한편, 1956년 수덕사 조실로 추대되어 덕숭산에 머무르면서 30년 동안 후학들을 지도하고 중생을 제도하였다. 또, 1984년에는 100세의 고령으로 미국 서부의 능인선원 봉불식(奉佛式)에 참여하여 우리나라의 선을 미국에 전파하고 귀국하였으며, 1984년말에 설립된 덕숭총림(德崇叢林) 제1대 방장(方丈)으로 추대되었다. 선사는 마지막까지 선정삼매(禪定三昧)를 즐기다가 1985년 삼월 삼짇날, 제자들에게 “너희들은 내가 세상을 떠나거든 이 육신을 간단히 화장하여 사방에 흩어버릴지언정, 결코 사리(舍利)를 수습하거나 부도(浮屠)를 세우지 말라. 만약 탑이나 부도를 세우면 나는 세세생생 지옥고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유훈을 남기고 나이 101세, 법랍 89세로 입적하였다.
2. 경허-만공 선사 맥 잇는 조사선祖師禪 가풍
충남 예산 덕숭산 혜암 선사의 선어록을 모은 법어집 《바다 밑의 진흙소 달을 물고 뛰네》에는 혜암 선사의 구도와 깨달음, 전법의 과정에서 일어난 언행(言行)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 제1부 ‘혜암 선사의 구도와 교화’에서는 선사의 깊은 불연(佛緣)과 치열한 구도과정을 통해 한국 근대 선종의 큰 산맥인 경허ㆍ만공 선사의 법맥(法脈)을 잇는 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아울러 깨달음 이후에도 제방 선지식들과의 치열한 탁마(琢磨)를 통해 보임(保任)하는 한편, 노구를 이끌며 해외 포교에 나서는 원력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제2부 ‘대중 법문’에서는 덕숭총림 수덕사 초대 방장 재임시 수좌들을 대상으로 한 상당 법문과 더불어 전국 각지의 대중법회에서 펼친 선법문(禪法門)의 핵심을 정리해 화두 참구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제3부 ‘조사 공안과 선문답’에서는 만공, 혜월, 성월, 용성, 전강, 벽초, 월산 선사를 비롯한 기라성 같은 선사들과의 치열한 법거량과 비구ㆍ비구니 수행자 등과의 때론 유머러스하고 때론 진지한 선문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제4부 ‘일화와 공부 점검’에서는 호랑이에 대한 공포심도 이겨낸 삼매의 힘, 관음정근으로 불치병을 고친 제자의 이야기, 소를 타고 소를 찾는 도리 깨친 노스님의 일화, 성월 선사의 깨달음 등 혜암 선사 당신이 직접 체험한 일화와 수행과정에서 직접 보고 들은 감동적인 구도기가 수행자의 발심을 자아낸다. 혜암 선사는 죽기를 각오한 한결 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공들이는 데서 깨달음이 일어나고 언행일치(言行一致)의 깊은 공부가 가능함을 일백년의 삶을 통해 온몸으로 일깨우고 있다.
3. 책 속에서 & 어록들
○…만공 스님이 손가락으로 불상을 가리키며 “부처님 젖이 저렇게 크시니 수좌들이 굶지는 않겠구나” 라고 했다. 곁에 있던 혜암 스님이 “무슨 복으로 부처님 젖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답했다. 만공 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무슨 복을 그렇게 지었는가?” 혜암 스님이 답했다. “복을 짓지 않고는 그 젖을 먹을 수 없습니다.” 또 다시 만공 스님이 말문을 열었다. “혜암 수좌가 부처님을 건드리기만 하고 젖을 먹지는 못하는군.” 당시 혜암은 만공 스님의 질문에 답을 못했다고 한다. 훗날 혜암 스님은 “부처님의 젖을 먹는 흉내를 냈어야 했는데……” 라고 회고했다.
○…덕숭총림 수덕사 범종불사 회향법회 당시 혜암 스님의 법문은 불자들의 정진을 독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종소리에 깨달으면, 북소리에 거꾸러진다” 고 한 뒤에 “대중은 각기 한마디씩 일러 보아라” 고 했지만 대중은 아무 말을 못했다. 이에 스님은 “만약 나에게 뜻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리라” 면서 주먹을 들어 보인 후 법문을 이어갔다. “이렇게 펴는 것이 옳으면 손을 이렇게 쥐는 것이 그르지 않노라.”
○…“선(禪)의 종자를 미국에도 심어주어야 할 것 아닌가? 종자만 심어주면 가지 뻗고 꽃피고 열매 맺는 거야 저절로 되리라 생각해.”(불교신문 인터뷰) 세수 100세에 미국 포교를 위해 손수 나섰던 혜암 스님이 출국 직전에 하신 말씀. 이때 스님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미국인과 교민들에게 불법(佛法)을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서부 능인선원 봉불식에 참여해 ‘선의 가르침’을 서양세계에 전했던 것이다. 당시 스님은 미국에 가기 전에 매주 수덕사를 찾아오는 한 교수를 통해 영어 공부에 열중했다고 한다. 보다 쉽게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나이를 뛰어넘은 열정을 직접 보여주었던 것이다.
○…“너는 너라는 그 ‘너’가 아니요, 나는 나라는 그 ‘나’가 아니라, 나와 너 둘이 없는 그곳에, 즉시 본래의 너와 나로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다.” “슬플 것도 슬프지 않을 것도 없다. 일체를 여읜 자리에는 그 생각마저 없는 것이야.”
○…“범부란 재주가 모자라거나 재력ㆍ권력이 없는 이가 아니다. 모든 이의 마음속에는 공평하게 있는 불성이 있는데, 깨닫지 못하는 자가 바로 범부이다.”
○…“참선에는 구별이 없고, 바로 지금 이 순간 발심해서 정진하는 이가 가장 수승하다.”
○…나는 오십 년을 공들였다. 이십 년은 별로 모르겠고, 삼십 년 되니까 스승 없는 지혜가 나왔다.
3. 엮은이 소개
감수 : 묘봉(妙峰) 스님
본은 평산이요, 속명이 동욱으로 임오(壬午: 1942)생이다. 수덕사 만공 스님 제자 덕산대호(悳山大湖) 선사를 은사로 울진 불영사에서 득도하고, 1972년부터 해외 포교를 하다 잠시 귀국해서 1984년 덕숭총림 초대 방장 혜암(慧菴) 스님으로부터 수법(受法) 제자가 되었다. 공주 신원사와 서울 화계사 등에 주석하였으며 다양하고 절묘한 설법을 구사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다. 현재 공주 영평사 염화실(拈花室)에 주석하며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에, 《눈 없는 돌사람이 글자 없는 책을 읽는다》《선문촬요》《육조 법보단경》《조사선에로의 길》《철학의 파멸》등이 있다.
엮은이: 견우회(見牛會)
평소 혜암(慧菴, 1886~1985) 선사의 가르침과 법어를 받은 불자가 중심이 되어 결성한 재가 수행모임. 혜암 선사는 입적을 눈앞에 둔 1985년 5월 15일 재가 불자들이 이 땅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터전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도록 ‘見牛會(견우회)’란 명칭과 게송을 함께 내리시었다. 학송(鶴松) 법사의 지도 아래 견우회를 이끌라 하시고, 애석하게도 동년 5월 19일 입적하시었다. 견우회 회원들은 스승의 유훈을 받들어 오늘날까지 참선법회를 이어오고 있다. 법회는 불자모임의 요청이 있으면 수시로 열리고 있으며, 정기법회는 견우회 및 마하법회(회장 삼보행) 로서 매월 둘째ㆍ넷째 일요일 오후 1시 30분 조계사 불교대학교육관 2층 4강의실에서 열린다. 다음카페 견우회 우담바라(cafe.daum.net/UDAMBARA).
4. 목 차
혜암 선사 진영 전법게와 오도송 묘봉 큰스님 발문 머리말
제 1부. 혜암 선사의 구도와 교화 ○ 경허 만공 선사의 법을 이어 덕숭산의 선풍(禪風)을 떨치다
제 2부. 대중 법문 ○ 믿음은 견성의 모체 ○ 화두(話頭) 참구(參究)하는 법 ○ 사구게(四句偈) ○ 새벽 별을 보고 깨달은 기연 ○ 마음부처를 보아 스스로 귀의해 돌아가라 ○ 종소리에 바로 깨치면 북소리에 거꾸러진다 ○ 곳곳이 참되고 티끌티끌이 본래면목이다 ○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 파도는 물을 여의지 못한다 ○ 마조 선사가 방망이를 아낀 뜻 ○ 마음이 움직이면 곧 어긋남이라 ○ 북산에 꽃이 피니 남산이 붉다 ○ 무엇이 본래의 얼굴인가? ○ 쥐가 고양이 밥을 먹은 소식 ○ 문 앞의 한길 서울로 통한다 ○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 ○ 법문을 들었거든 믿고 알아서 실천 수행하라 ○ 다만 알지 못하는 줄 알면 곧 성품을 본다 ○ 자기의 참된 성품에 예배하라 ○ 좌선이란 안팎으로 걸림이 없는 것 ○ 삼보에 귀의하라 ○ 참으로 위해야 할 것은 어느 물건도 아닌‘한 물건’ ○ 다리는 흐르고 물은 안 흐르네 ○ 몸을 뒤쳐 가고 옴에 그대로 삼매 속에 노누나 ○ 주행칠보(周行七步)
제 3부. 조사 공안과 선문답 ○ 배가 가느냐, 물이 가느냐? ○ 부처님의 젖을 어찌 감히 먹을 수 있사오리까 ○ 남산에 구름 일기도 전에 북산에 비가 내리다 ○ 가섭이 미소 지은 뜻 ○ 성성적적 역시 망념인 것을 ○ 심야의 밀담 ○ ‘무자 화두의 열 가지 병’을 벗어난 한 마디 ○ 차 맛이 어떠시오? ○ 물은 흘러도 소리는 보지 못한다 ○ 눈이 눈을 어찌 보랴 ○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 ○ 비밀스런 깨침의 한 마디 ○ 남산에 숯을 굽는데 북산이 붉다 ○ 절벽의 나무와 우물 속 등나무 넝쿨 ○ 관음석불의 상호 ○ 처녀가 수좌에게 안긴 뜻 ○ ‘태초 부처님’ 이전의 소식 ○ 어느 것이 자네의 별인가? ○ 매미 소리를 잡아 오너라 ○ 몸이 아픈가, 마음이 아픈가? ○ 굽은 것은 곧은 것을 감추지 못한다 ○ 검산에서 칼은 가져 왔느냐? ○ 깨진 그릇은 서로 맞추지 못한다 ○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야 ○ 풍류 없는 곳에 풍류 한다 ○ 옛 부처가 지나갔느니라 ○ 귀신 방귀에 털 난 것이니라 ○ 도리천은 어느 길로 가는가? ○ 담뱃재를 부처님 손에 터니 ○ 전삼삼 후삼삼 ○ 신령스런 거북이가 날개를 펴느니라 ○ 누구나 지닌 보배칼 ○ 한 칼에 목을 자르다 ○ 극락세계를 보는 법 ○ 발을 하늘로 두고 머리를 땅에 붙이고 선 송장 ○ 바다 밑에서 연기가 났느니라 ○ 바다 밑 연기의 흔적 ○ 문 밖에서 글 읽는 사람 ○ 부처님과 가섭이 자리를 나눠 앉은 뜻 ○ 세존께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인 뜻 ○ 씨 없을 제 이미 태어났다 ○ 파도가 물을 여의지 않는 그곳에서 보았노라 ○ 살인견(殺人犬) ○ 마상객(馬上客)과 영산 스님 ○ 호리병 속의 새 ○ 견성했는가? ○ 바른 눈으로 보니 모두 참이 아니다 ○ 따뜻한 바람이 스스로 남쪽에서 불어온다 ○ 무엇이 현문(玄門)이냐? ○ 다툼 없는 삼매 ○ 스님의 나이 ○ 만법귀일(萬法歸一) 화두 ○ 여시아문(如是我問) ○ 사량분별 없이 설한 법 ○ 형상 없는 글자 ○ 팔만사천 경설 ○ 양봉(兩峰)
제 4부. 일화와 공부 점검 ○ 호랑이에 대한 공포심도 이겨낸 삼매의 힘 ○ 인내와 성실로 반성할 줄 알아야 공부인 ○ 관음정근으로 불치병을 고친 상좌 ○ 서로 탁마해야 진전이 있다 ○ 불교와 기독교 ○ 세 글자의 시 ○ 마구니는 치성하고 법이 약해진 시대 ○ 소가 없는데, 왜 그 발자국이 앞에 있는가? ○ 국수경과 호박범벅경 ○ 소를 타고 소를 찾는 도리 깨친 노스님 ○ 모르거든 그저 죽기로 참구하라 ○ 성월 선사의 깨달음 |
출처: 비움과 소통 원문보기 글쓴이: 푸른바다 김성우
첫댓글 구한말 부터 지금까지 갸날픈 몸매이시지만 가장 장수 한신 큰스님 같읍니다.
미국 사느라 뵙지는 못하였지만 혜맘스님 법어집은 꼭 구독 하고 평생 공부 삼아 배우겠듭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