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은 건강 - 원진녹색병원 정일용 원장님
김종필 / 느티나무의료사협 사무국장
달리사? ‘달리사’가 뭐지? 그의 직업과 취미를 듣고 이내 궁금증은 풀렸다. 달리사의 직업은 의사, 취미는 마라톤이다. ‘달리사’는 달리는 의사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가 달리는 건 마라톤만은 아니다. 회의에서도 달리고, 술자리에서도 달리고, 특히 사회 변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달려왔다.
<느티나무 이야기> 10호가 달리는 의사, 원진녹색병원 정일용 원장님을 만났다.
-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가 있었나요?
나는 뭘 잘 계획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고, 다만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요. 의사도 처음부터 계획은 한 건 아닙니다. 1차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성적에 맞춰서 의대를 가게 됐죠. 당연히 처음에는 학교 공부에 별로 취미가 별로 붙지 않았고 방황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본과에 올라가면서 의료활동을 시작했는데, 이걸 하면서 “아~ 의사도 해볼 만한 직업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후 뒤 늦게 정신 차려 의대 공부도 하면서 의료활동도 꾸준히 했습니다. 87년에는 가두진료단을 꾸려 6월 항쟁에 결합하기도 했구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의사를 해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 인의협(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고 공동대표도 지내셨는데....
청주에서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구리 한양대병원에서 수련의를 거치면서 인의협 한양대 분회를 만들었어요. 이 일로 인의협과 관계를 맺었고, 전문의를 따고 인의협에서 사무국 차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인의협 활동을 시작했죠.
사무국 차장은 주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했는데 당시 북한에서 물난리가 나서 ‘북한수재민 돕기 보건의료인 모금본부’를 꾸려서 북한 주민 돕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을 때 IMF가 터져 노숙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는데, 이전의 진료소 경험을 살려 서울역에 노숙인 무료 진료소를 만들었어요. 그때 만든 진료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네요.
- 지금은 느티나무의료사협을 만드는 데 물심양면으로 힘을 보태고 있지만 한때는 의료협동조합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던데요?
공교육 개혁 운동과 대안학교와의 관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공교육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데, 대안학교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죠. 의료도 마찬가집니다. 의료 불평등, 민영화 등 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고, 내가 했던 일도 주로 이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자연스레 의료협동조합에는 부정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간 보험 시장이 급속하게 커졌고, 제도를 바꾸는 것도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역의 의료라도 건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고, 2009년 말 2010년 초쯤부터 주변 사람들과 의료협동조합에 대한 생각을 나눈 것 같네요.
- 잠시 정치에도 발을 담근 적도 있죠.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뭔가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찍는 정도지 직접 출마하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어요. 출마를 권유받고 결심을 하기 전까지도 많은 고민을 했고요. 지금까지 시민사회 입장에서 제도 개혁을 위해 싸워 왔는데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제도를 만드는 장 안에 들어가 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지금은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체에서 큰 가치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정치는 정치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람이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통해 뭘 하고 싶은가요?
간단합니다. 신자유주의가 판치면서 돈이 모든 걸 지배하고 있잖아요. 그렇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게 나의 꿈입니다.
- 별명이 달리사인데 마라톤을 빼놓을 수 없겠죠. 마라톤을 시작한 이유와 장점은?
고지혈증이 있어서 건강 때문에 시작했는데 달리면서 확실히 좋아졌어요. 그리고 술을 좋아하다보니 열심히 즐기려면 달리지 않을 수 없고요.^^ 장점이라면 먹는 것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건강에 대해서 한마디 더 할게요. 저는 연령대별로 집중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있다고 봅니다. 20~30대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많이 배워야 하고요, 대체로 관리자나 선배의 위치에 있는 40대에는 이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고 인간관계를 잘해야 합니다. 50대에는 이 모든 걸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건강이 필수인 거죠. 결론적으로 건강이야말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지키고,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마라톤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건강을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꼭 운동을 하십시오.
- 느티나무에 한마디 해주세요.
협동조합은 조직 자체가 가지고 있는 건강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 안에 들어와서 건강과 사회에 대해서 얘기하고,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좋게 만드는 작은 일 하나하나를 함께 실천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왜 요것은 사진이 없을 까요?
사진을 올렸어요^^
정말... 뵈면 저절로 고개 숙여지는 분... 존경합니다 ㅜㅜ
달리는 원장님 섹시 하신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