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우리가 겨울마다 동남아 여행을 다니는 것을 아는 친한 벗이 스리랑카를 다음 여행지로 추천했다. 이유는 자기가 1년 반 동안 스리랑카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것.
좋다. 추위를 피해 놀라갈 만한 따뜻한 지역이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곳도 아니고 딱 좋다고 오케이하고서 1년 가까이 여행을 준비했다. 준비라야 먼저 다녀온 사람들 여행기 읽어보는 것과 싱할라어 배우는 것 정도지만, 기간이 길다보니 예년보다 쬐끔은 더 많이 준비할 수 있었다.
스리랑카는 인도 남쪽에 있는 섬나라로 면적은 남한의 3분의2 정도에 인구는 2천만 명 정도,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정도 되는 나라다. 3천년 전(?) 인도 북부에서 이주해 온 싱할라족이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은 싱할라어를 쓰고 대부분 불교를 믿는다. 한편 3세기 경부터 이주가 시작되어 9세기부터 15세기 경까지 섬의 북부 지방을 장악했던 타밀족(지금도 인도 남부 지방의 주요 민족이다)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섬의 중남부 산악지대의 차밭(tea plantation)으로 강제 이주시킨 타밀족(오래 전에 이주해서 주로 동북부 지방에 살고 있던 "랑카 타밀"과 구별하여 "인도 타밀"이라고 한다.)과 함께 인구의 15% 정도를 차지하며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다. 그 외에 무어인이라 불리는 무슬림과 기독교(천주교 포함)인들도 인구의 몇 %씩을 차지하고 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다민족이 동거하는 국가가 되었으나(식민지 협력 세력과 타밀족 우세) 1956년 싱할라 민족주의를 내세운 반다라나이케가 집권하면서 민족간 갈등이 표면화되었고(극단적인 정책을 반대했던 반다라나이케는 싱할라 극우파에게 암살당함), 1960년 반다라나이케 여사(세계 최초의 여자 수상, 반다라나이케의 부인)가 수상이 되어 더 적극적인 싱할라 민족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되었다. 급기야 1970년대부터는 무장 반군이 등장하여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게 되었으며 2009년 정부군에 의해 반군이 완전 와해될 때까지 스리랑카는 오랫동안 내전을 겪어야 했다.
중남부 산악지대에서 생산되는 차(tea)가 주 생산품이며, 그밖에 고무와 계피, 보석 등을 수출한다. 타밀 내전 때에 타밀족을 지원했던 인도와의 관계 때문인지, 중국과 여러모로 가깝게 지내는 듯하다. 우리나라와는 불교계의 교류가 조금 있는 상태.
관광지로는 중북부의 유적지대(거대한 바위 위에 지어진 시기리야 사자 바위가 제일 유명하다), 중남부의 고산지대(대규모 차밭), 동부와 남부의 해안들(특히 서핑족들이 모인다)이 있는데, 2014년 12월 28일에 150만번째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했다고 뉴스에 나온 걸 보면 관광업이 별로 발전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천만 돌파). 통화는 스리랑카 루피, 공식적으로는 lkr, 일반적인 표기는 Rs다. 미국돈 1달러가 130 루피 정도니, 1 루피가 우리나라 돈으로 8원에서 9원 사이 쯤 된다. 대충 10원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대한항공에서 서울-콜롬보-말레 노선을 운행하고 있어서 편하게 갈 수 있는데, 비행기삯이 제법 비싸다. 여러 달 동안 뻔질나게 인터넷 검색을 했지만 일인당 100만원 아래로는 절대 내려가지 않았다. 2014년 12월 10일 22:40 인천 출발해서 11일 새벽 4시에 콜롬보 반다라나이케 공항에 도착(시차가 3시간 반이다. 우리는 GMT +9, 인도와 스리랑카는 GMT +5:30)했다.
미리 준비한 전자비자(인터넷으로 30달러. 그냥 가서 35달러 주고 도착비자 받아도 된다) 덕분에 간단하게 입국 절차를 마치고 나오니 예상대로 택시 기사(삐끼)들이 우리를 반긴다. 아니, 잠깐만, 유심부터 사야지! 아니, 아니, 그 전에 돈부터 찾아야지!! 현금카드 한 장과 신용카드 한 장뿐, 이 나라 화폐 한 푼도 없이 입국했으니 우선 ATM이 급하다. 빨리 나와서 택시를 타라고 불러대던 삐끼들도 우리가 돈이 없다니 어쩔 수 없이 ATM 위치를 알려준다. 우린 돈 찾아서 버스타고 갈거란다. 흐흐흐.
그런데 ATM에서 돈이 안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돈을 잘도 찾아 가는데 이번에 일부러 만들어 온 maestro카드가 잘못된 걸까? 큰일이다. 이거 하나 믿고 왔는데 어쩌라는 거야? 멘붕이 올 뻔 했으나 정 안 되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하니 맘이 놓인다. 그래, 친구 있는 곳으로 오길 잘했구나. 일단 신용카드를 넣고 2만 루피를 뽑아서(이건 이자 내고 빌린 거잖아?) 유심을 사고 밖으로...
버스 타고 콜롬보 가야지. 187번 버스, 1인당 100루피, 1시간 반 걸린다, 이 정도면 완벽한 정보겠지?
그러나 계속해서 따라붙는 삐끼들 중에 한국말을 잘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고, 한국에서 일하다 왔는데, 어쩌구 저쩌구... 한국 사람들 돈 많은데 어쩌구 저쩌구...그가 결국 우리 옆지기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첫단추부터 말리는 거 아냐? 그나마 가격은 제대로(?) 깎아서 콜롬보 3지구에 예약한 숙소까지 2000 루피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차가 몇 바퀴 굴러가더니 조수석에 탄 삐끼군이 갑자기 1인당 2000 루피라고 말을 바꾼다. 헛소리 말라며 눈에 힘을 주니 우물우물 철회하고는 우리 숙소는 포트 역에서 멀다면서 2500을 달란다. 2000이면 가고 아니면 내린다고 하니 그제서야 수작(ㅎㅎ)을 멈추고 차에서 내린다. 정작 우리를 숙소 앞에 내려준 운전기사는 매우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며 2000루피를 받더구먼.
예약해 둔 Clock INN에 들어간 시각이 7시, 방이 비어있지 않아서 얼리 체크인이 안 된단다. 그래서 옷만 갈아입고 (가방을 맡기고) 나왔다. 시마말리카를 겨냥해서 걸어가다가 로컬 식당에 들어가서 라이스앤드커리를 처음으로 먹어보고 관공서와 고급 주택들이 늘어선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이 때 길가에서 만난 ATM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인출했다. 공항에서 왜 안 되었었는지는 미스테리)
시마말리카는 생각만큼 멋지진 않았는데(치앙라이의 화이트템플과 비슷한 수준으로 짐작했으나 노노) 그래도 웨딩촬영을 나온 신랑 신부가
여러 쌍 있어서 같이 사진도 찍고, 구름다리를 건너 호수 안에 있는 섬에도 들어가 보고, 어쨌든 관광이 시작되었도다.
날이 더워서 어디 시원한(에어컨 있는)데 들어가서 커피라도 마시자고 골목을 누볐으나 그런 곳은 찾을 수 없었고 그 중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 Cafe on the 5's 라는 카페에 들어가서 선풍기 바람 쐬며 이것저것 먹었더니 여긴 제법 비싸다. 먹은 양은 비슷한데 아까 로컬 식당은 280 루피, 여기는 1130 루피.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Fila 매장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기며 스포츠샌달을 하나 사고
체크인하고 푹 쉬다가 저녁 5시반 쯤에 길을 나섰다. 7시에 더치호스피탈(이란 이름의 오래된 건물)에 있는 미니스트리 오브 크랩(이란 이름의 유명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으니 슬슬 갈레페이스(라는 이름의 해변 공원.)나 돌아봐야지.
오랜만에 객지에서 만난 벗이 반가웠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울 옆지기님은 미니스트리 오브 크랩의 게요리에 반해서 여행하는 한달 내내 그 맛을 그리워하다가 결국은 마지막에 다시 찾아와 먹고야 말았다. 정말 맛있는 요리임엔 틀림없는데, 나중에 계산하면서 보니 가격이 보통이 아니다. 이날 얻어먹은 요리가 대충 10만원은 훨씬 넘었을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25만원이상 나왔을 듯. 내 인생에 가장 비싼 밥을 먹은 것이다. 지호야, 고맙다!
에어컨 나오는 커피숍(커피빈)에 가서 비싼 커피까지 얻어 먹고, 그렇게 화려한 여행 첫날을 보냈다.
첫댓글 혹시나 여행기가 올라왔을까 해서 와봤어요.^^다음 스토리가 기대되네요~잘 다녀 오셨어요~언니사진 보니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