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산골에 나타난 셰프 (수도원 체험기)
최 화 웅(비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1요한 4, 7-8)
아침기도 - 성무일도
무서웠던 개밥주기 소임에 이어 주방에서 하루 세끼 밥짓기와 설거지를 담당하는 주방소임을 맡았습니다. 저는 강화에 오기 전에 신부님으로부터 적어도 4가지 이상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도록 배워오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집에서 엘리사벳의 지도로 한 달 동안 몇 차례의 실습에 이어 시식회와 품평회를 가졌습니다. 그렇게 닦은 조리 실력이지만 막상 때가 오자 걱정이 앞섰습니다.
(카레라이스 요리)
제가 준비한 요리는 카레라이스, 돼지고기두루치기, 오이미역냉채, 통가지찜, 누룽지탕 등이었습니다. 카라이스는 질 좋은 야채와 고기의 크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고루 익혀서 카레를 풀 때 농도를 잘 맞춰야 하는 일이 레시피의 포인트입니다. 카레를 푼 소스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서 치즈와 우유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누룽지탕은 누룽지에 물만 붓고 끓이면 될 것 같아도 퍼지는 시간을 맞추는 이이 관건이었습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 요리)
식당 게시판에는 미리 식단이 예고된 탓에 수사님들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오후에 장보러 나가는 루드비코 수사님 편에 돼지고기와 양파, 당근과 감자, 브로콜리와 피망 등의 야채를 부탁했습니다. 밭일을 끝내고 돌아온 수사님들이 현관에 들어서면서 카레 향에 미각을 느낀듯 끌리는 듯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주방의 기운을 서서히 고조시켰습니다. 밥도 평소보다 넉넉하게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는 저녁 메뉴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어느 호텔의 주방장 솜씨냐고 띄우기까지 했습니다. 여름날 노을이 넙성리 들녁을 넓게 물들였씁니다.
(오이냉채 요리)
저는 첫 반응에 안도했습니다. 다음 메뉴는 두루치기와 오이냉채, 가지찜, 누룽지탕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었습니다. 두루치기는 김치와 고기의 질, 그리고 불의 세기가 맛을 결정하고 오이냉채는 재료 중에서도 미역과 식초, 가지찜은 속이 맛을 크게 좌우합니다. 특히 가지찜은 가지를 오이김치 담을 때처럼 칼집을 잘 내고 그 사이사이에 고루 양념으로 볶은 맛있는 고기를 속으로 넣고 간이 베이게 충분히 조려서 완성시키고 누룽지탕은 낮은 불로 충분히 퍼지게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 것입니다.
(오이냉채와 함께 점심식사)
음식은 솜씨 못지않게 정성이 맛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조리를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사태도 일어났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응급조치를 제 때에 어떻게 강구하느냐 하는 것도 셰프의 노하우였습니다. 카레라이스의 경우 카레소스가 묽을 경우 한두 장의 치즈를 넣어서 농도를 높이고 농도가 진할 때는 우유를 한두 컵 적당량 넣어서 묽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집에서 조리실습을 통해 그런 방법을 배워두었던 것입니다.
(광성보까지 매일 저녁 묵주기도하기 위해 출발전 기념촬영)
당시 예수성심전교수도회 강화신학원 가족은 안창호 발다살 원장신부님과 유수영 아브라함 부제님을 비롯해서 이무현 루드비코 수사님, 장재성 마르첼리노 수사님, 박영배 루카 수사님, 김정원 스테파노 수사님, 이세종 이시도르 수사님, 서원익 안드레아 수사님, 김진호 비오 수사님, 조인준 미카엘 수사님, 고영민 요한 보스코 수사님, 그리고 저까지 모두 12명이었고 제 다니엘 신부님과 신현철 다마소 신부님은 고정게스트였습니다. 다행히 모두들 식성이 까다롭지 않으셔서 제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럴 때면 저 또한 신바람이 났습니다. 주부들은 그 기분에 뜨거운 불 앞에서 땀 흘리며 지칠 줄 모르고 요리를 하는가 봅니다. 저는 오늘도 수도원의 그날들을 기억합니다.
첫댓글 낯익은 수사님들 모습이 반갑네요.
생생기록 잘 보고 갑니다.
5년 5개월의 세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더군요.
네 분의 수사님은 사제서품울 받으셨구요.
한 분은 집으로 돌아가셨구요.
올해도 예쁜 동시의 나라에 아기예수님 잘 모시세요.
그리움님! "하고자 하면한다"그 열정 셰프로 새롭게
수도원체험을 위해 몇가지요리에 도전하셔서 확실
하게하심.수사님들 입맛 즐겁게하심 그리움님많이
뿌듯하셨겠어요. 무엇이든지 주어지는 것에 대해
최선을 하사는 모습을우러러 봅니다.
체험기 잘 감상하고 흐뭇함 가집니다.
감사합니다 모든것 주님축복가득하시길기원합니다
즐거운 성탄 되소서! God with you!!
감사합니다.
주님의 이끄심이 있었끼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배운 요리가 요즙도 활용됩니다.
기쁜 성탄 맞으십시오.
국장님 셰프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특별한 요리로 수사님들 입을 행복하게 하시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도를 하셨겠습니까? 성공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저는 참고로 라면만 끓일 줄 압니다. 물만 부으면 되지만요^^ 재미있게 체험기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언젠가 낚시 나가면 맛있는 찌게를 끓일께요.
갯바위 부대찌게는 저의 전문분야입니다.
소주안주로는 돼지고기 두루치기가 그만이죠.
기대하십시오.
Merry X-mas!!
선생님을 셰프로 만들기까지 사모님의 노고가 얼마가 크셨을까요? ㅎㅎ
수사님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셰프가 되시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셨겠네요.
생생한 수도원 체험기 감사드리고 기쁨과 평화가 함께하는 성탄 되세요. ^*^
맞습니다. 맞고요.
지도교사 못지 않게 예습 복습의 숨은 노력이 뒤따랐습니다.
다음 기회에 노련한 셰프의 맛솜씨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율스부부의 기쁜 성탄을 기도합니다.^^*
주방에서 요리하시는 모습도 멋지신데요~^^
설명하시는 글이 더 맛갈나게 느껴져서 침이 고이는 듯해요.
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뵙기에 좋아요.
리아가 내일만 지나면 오네요.^^
기쁜 성탄 축하드립니다!
저두 열심히 산 그 때가 새삼 그립습니다.
리아 맞이 준비에 집안이 온통 어린이집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손주를 맞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소소한 마음의 갈등이 인답니다.
기쁨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시간을 맛보는 것이죠.
주님께서 모든 걸 다 주시지는 않나 봅니다.
이번 성탄 선물은 리아입니다. 감사합니다.
'실비노 가정'에도 성탄의 기쁨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Happy Christmas!!"
와우~셰프님의 모습이 너무 진지하십니다.
그리움님 주방에서의 모습도 잘 어울리십니다.
역시 만능이십니다.
성탄 축하드리면서 내년에도 더 좋은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고맙습니다.
셰프의 캡 쓰고 흰 가운 입어야 하는데 준비 부족...
그래도 위생적이고 맛은 알아준답니다요.
엘리&사도요한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Merry Christmas!!"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3.12.30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