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산행 중인 호래이님께 카메라까지 맡기고 얼른 달아납니다.
사진 담아주신 호래이님 고맙습니다^^
09시 들머리. 전날 내린비로 시작부터 된비얄 오르기가 어렵습니다.
선두에 선 산꾸러기님께서 겨우 오르셔서 도움을 주셨지요
등로마다 살포시 앉아있는 저 하얀 눈사람의 이름은
흰가시광대버섯이랍니다. 이름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보여요.
산꾸러기님께서 준비해 오신 포도알을 집어먹으면서..
검실재로 가기 전 첫번째 쉼을 하는 중입니다.
잡목이 울창합니다.
지금까지는 올때마다 쑥쑥 키가 자라있는데 9월에 오면 기세가 한 풀 꺾여있겠죠
며칠전에 보았던 연밥 모양을 닮은 버섯입니다
습기가 많은 숲길에 어김없이 현란한 버섯이 머리를 쏘옥 내밀고 있더라구요.
아마도 오늘 숲속에 멋진 이벤트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모감주 나무일까요? 참나무 였을까요?
하얀 갓불을 밝혀 도열해 두고 사랑을 고백하려나 봅니다
금빛 비늘 버섯인가 봅니다
버섯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데 오늘 만난 버섯들은 모두 식용이 아니랍니다
서양사람들은 번개불이 몰래 숨겨놓은 자식이라는 설도 있구요.
열심히 걸어가는 모습을 호래이님께서 부지런히 담아두셨네요
나름 오늘의 포토제닉입니다..하하 웬지 내츄럴해 보여서...
고개 돌린 노오란 빛 원추리꽃의 고운 미소가 선연합니다
등로 주변은 멧돼지들의 놀이터가 줄지어 있구요
한 번쯤 우리들 인기척에 달아나는 소리가 들렸어요
제가 호르라기를 불며 경계하는데 호래이님은 차~암
사진에 담게 지켜보자 하십니다.
쉰까지는 살고 싶은데...^^
하기사 서른쯤에 형님들께 쉰이면 호상이라고 놀렸던 적이 있었네요..
"채운이 쉰 되면 두고보자~!" 하셨는데 정년퇴임들 하시고
전원주택에서 언니랑 함께 지은 텃밭농사 사진을 보내주시는데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한다고 이제 그런 덕담을 합니다^^
낮게 드리운 구름아래 희미하게 펼쳐진 능선들..
하지만 아는 이름이 없네요.
표시기도 바야흐로 개성의 시대라지만
어찌 좀 선정적인 것도 같고...아무튼 눈에는 띄네요...
노등령을 지났을 겁니다. 각개 딴 일을 하느라 멈췄네요...
카메라가 허접해서 접사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호래이님께서 애써 담아두셨기에 올려둡니다.
11시 35분. 검실재에 내려섰습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가요 한소절이 저절로 흥얼거려집니다.
남은 시간을 계산하며 계획한 돌고개까지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오늘의 컨디션으로 중리고개까지도 다들 힘들어 보였으니까요
최근들어 어찌 루즈합니다. 날씨 탓도 있고,,,또 다른 이유도 있고요^^
멧돼지 목욕탕입니다
저도 관객이 되어 신나게 축하를 해 주려고요..
그렇게 기다리다 제 갈길로 갑니다.
어쩌면 훼방꾼이 될 까봐서요...
오후 2시에 433.1봉.. 바람좋은 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두시간을 더 진행하였습니다.
어디쯤 걸어가는 중인지 조망조차 없는 이런 날에 만나는
준희님의 표시기는 등대처럼 반갑습니다.
후답자를 위한 배려의 표시기가 고맙습니다.
한 번이라도 마주칠 날이 있으면 고마움을 꼭 전해야겠습니다.
오후 3시 25분. 해망산... 의성군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해망산입니다
줄곧 잡목에 갖혀서 묵묵하게 걸어왔던 보현길이었는데
해망산에 이르자 그 보람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그래서 기쁘게 올랐는데 이 산은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한갓진 마을의 저수지와 들판..낙동강과 앞으로 가야할 줄기들까지 다 조망할 수 있는 위치입니다
폴짝 뛰어내리고 싶은데 말리지도 않고 네모님이 살짝 비켜주십니다..헐~
선명한 길을 따라가는데 어느새 희미해지다가 아예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방법이라고는 그냥 치고 올라가야하는데 가시나무가 할퀴기도 하고
쉐기들이 쏘아 붙이기도 하고 넝쿨들이 발목을 휘어 잡기도 합니다.
꿈틀거리며 뱀 한마리가 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런 잡목을 헤쳐나가다 보면 대단한 모험을 하는 것처럼 뿌듯해 집니다.
오후 4시 50분. 화두산... 무겁던 배낭이 가장 가벼워지는 시간 날머리까지 한시간도 남지 않았습니다.
많이 걸었어도 지도를 보면 제자리 걸음만 하는 것 처럼 갈길이 먼 날이었는데
한시간이면 중리고개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까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초파리떼의 습격에 옻나무로 대응한 탓인지.. 저렇게 따먹은 돌복숭아 탓인지..
네모님 팔과 목에 열꽃이 피었는데 이제는 괜찮아졌겠지요~
떨떠름할 것이라고 먹어보지 않았던 돌복숭아 향이 좋아서
많이도 따 먹었네요..
앞에 사면을 내려서면 중리고개에 도착할텐데 좌.우 길을 두고 헷갈립니다
표시기가 한결같이 왼편에 있어서 그 길을 고집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오른 편에 좋은 길로 내려가시면 중리고개에 도착합니다
우리중에서 한라남산님만 알바아닌 알바로 제대로 가셨네요...^^
오후 5시 45분. 중리고개... 9시간의 산행을 마칩니다
오늘처럼 미끄러움이 심한 된비얄로 시작하는 들머리가 아닌
오른편으로 편안한 저 길이 다음 구간 들머리라 기분이 좋습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웃음을 주는 토마토언니가 다정한 척 해 보라고 해서
애교구디인 제가 팔을 낚아 채고 즐겁게 걸으며 오늘 산행의 갈무리를 합니다..
첫댓글 사진 잘 보았습니다. 어저께는 그렇게 시원했는데 어제 오늘은 많이 덥네요. 왕복 운전에다 집까지 택배해 주시고 늦은 시간에 귀가 하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정말 요즘 보현지맥은 유유자적하는 산행인 것 같습니다. 혹 제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어제 늦잠자고 일어나 하루종일 하수오 나체 만드는데 하루를 다 보내고도 시간이 부족해 세뿌리는 오늘 다시 나체로 만들어야 될 것 같은데 그래도 흐뭇한 시간이랍니다. 아마 하수오 세병에 주치 한병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제 카페에 퍼 갑니다.
식사도중에 사라져 잠들어버린 저 때문에 음주량이 늘었지요^^
무탈하신지 소식들 궁금하였습니다~
하수오 수확량이 그렇게나 많았나 봐요~
유유자적하는 산행이 저는 좋기만 합니다..
호래이님이 힘들게 찍은 사진에 진솔한 글을 써서 멋진 산행기를 만들었네요. 참 보기가 좋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저희들을 챙기신다고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채운님의 친절에 모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7구간의 즐겁고 시원한 산행이 기다려집니다.
모두 함께 배려하고 또 협조해 나가는 부분들이 이어지고 있어 좋습니다..
다음 산행을 기다립니다..건강하세요^^
음악과 부연설명이 곁들어져서 더욱 맛갈나는 메뉴입니다. 사진도 멋있고, 지맥팀들 화이팅!!
고마운 언니^^
사진 잘 보았습니다. 지맥팀들 화이팅.
산줄기 산행은 중독성이 있나봐요... 혹시 중독되어 보시면~? ㅎ
관심과 응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