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명전 홈피에서 통보를 받고 난 뒤 열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박서현이라고 합니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정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파티원들의 멘탈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하던데.. 지금 달리고 있는 수험생들이 누구보다 지치고 힘들 거라는 걸 절실하게 알고 있기에..ㅠㅠ 마음으로나마 함께 응원하고 싶습니다.. 저도 명전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동생하고 한강물 온도 앱 깔아서 몇 도인지 체크해보고 “아! 오늘은 너무 추워서 안 되겠네ㅎㅎ” 이런 쓰잘데기 없는 대화 진지하게 나누고 그랬거든요..한강물 따뜻해도 그날 못한 게임 해야 되서 안 나갔겠지만 혹시라도 제 글을 읽고 계신 예비/현직 고3 분들이 계시다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이 말..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멘홀 뚜껑이 닫히기만을 기다렸던 저에게 내려온 한 줄기 동아줄과도 같은 말이었거든요.
저는 2018년 2월 때부터 고도를 다녔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상하게도 전 상고 출신인데도 글을 쓰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고도의 문을 열었던..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특이한 애였어요. (유년기부터 남달랐던 특이함의 소유자) 사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마음속 한 켠 속에 품고 있었는데 저희 아빠께서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이 더럽고 험난한 세상에서 그나마! 괜찮게 먹고 살기 위해선 아빠가 공부하신 경영학과를 나와야 한다는 말씀이셨죠. 상고를 가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어요.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맞는 말이었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특성화고전형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적으니까 내신 따기 쉬운 상고에서 내신을 잘 유지해서 경영학과를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수록 어린 시절에 꿍쳐놓았던 꿈이라는 종이를 다시금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어느 날 새벽에 인터넷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적어 둔 수필을 읽게 되었어요.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인생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차,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생을 살기 전에, 미루기만 했던 꿈을 향해 도전해볼 거라고. 그 글을 읽고, 다음날에 바로 부모님과 빅 딜(Big Deal)을 요청했어요. 제가 고도 카페에서 후기를 쓰고 있는 걸 보면 딜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겠죠. 제가 이렇게 기나긴 인생 얘기를 실타래 풀 듯 풀어낸 것은 지금도 자신의 꿈 앞에서 갈팡질팡 헤매는 후배 분들이 무언가를 느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전 후배 분들께서 저처럼 순간의 귀찮음, 즐거움 때문에 미루어 버린 시간을 후회하지 않길 바래요. 이건 순간적인 게으름 때문에 지속적으로 후회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입시라는 낭떠러지 앞에 선 수험생들에겐 더 이상 뒷걸음칠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 있으시면.. 게임은 정말 과감히 접으세요.. 제가 입시 시작하기 전에 못 접어서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ㅎㅎ 제가 지금 입시 끝나고 몸소 찾아오신 감기몸살 덕분에 반죽음 언데드 상태로 지내고 있는지라... 두서없이 막 글을 써내려가서.. 제 마음이 잘 전해질진 모르겠지만..ㅜㅜ 만약 제가 남긴 이 글 속에 한 문단이라도 마음속에 확 꽂히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다면,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잡으세요.
제가 고도를 다니고 난 뒤 얻게 된 거라면.. 1. 들여쓰기를 배운 것 2. 학원 끝나고 막차 타고 집에 들어왔을 때 허겁지겁 끓인 컵라면은 매우 꿀맛이라는 것 3. 백일장에서 수상한 뒤 집으로 배달 온 작품집은 두고두고 애물단지와 흑역사라는 이름으로 길이길이 남는다는 것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노잼이라고 생각했던 한국 문학도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사실 전 국내 문화보단 해외 문화 쪽에 관심이 더 많아서 노래도 주로 팝송이나 EDM 찾아 듣고 소설도 해외 소설만 읽고 그랬었거든요.. 근데 고도에 다니면서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들어온 후에도 수업 때 받은 소설을 여러 번 필사하면서 비로소 그 맛을 알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번역본이 아닌 한글이 그대로 쓰인 거라 그런지 문체도 동네에서 아는 사람끼리 대화하는 듯한 친숙한 느낌이고.. 한국 문학도 독창적인 매력이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어서 정말 좋았어요. 마치 전혀 해보지 못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그게 너무 꿀잼이었을 때 느끼는 그 때의 카타르시스!!..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네요.
위에서 제가 파티원도 그렇고 게임 얘기 써 놓은 걸로 어느 정도 짐작하셨겠지만.. 전 진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전 흔히들 얘기하는 롤이나 옵치 배그가 아닌 깊이 있는 스토리가 깔린 게임을 주로 했습니다. 폴아웃, 헤일로, 바이오쇼크, 다크소울 등등.. 마지막은 너무 유명해서 게임을 하지 않는 분이라고 해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네요. 태양 만세! ↖(T)↗ 물론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서 플레이 한 뒤 깊은 여운을 얻기야 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하루 종일 게임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아서 집필에 지장을 주더라고요.. 입시 시험장에서 ‘소나무’라는 주제 받고 SF나 판타지 쓸 것도 아닌데.. 이 글 읽으시는 분들 분명 에이 그래도 어느 정도 스스로 타협해서 30분? 1시간? 정도만 하면 되지 뭐 호호호 ^^*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효과 없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증인이에요. 하루에도 몇 시간 씩 잘만 하던 게임을 하루 만에 끊어내는 게 당연히 힘들겠지만 입시하는 동안에는 칼 같이 끊어내셔야 해요. (특히 시험 얼마 안 남으신 분들은 더더욱!!) 정말... 저는 결국 게임 플레이 시간과 가능성을 등가교환 해버렸지만 아직 뉴비이신 후배 분들과 수험생 분들은 제발.. 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전 지금 선생님께서 제가 고도 다니는 10달 동안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동국대도 가능했을 거라고 하셔서 조금 많이 후회중입니다.. 이 일이 여러분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동국대 가능한데물론 열심히 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과거로 돌아갔을 때 내가 그 정도로 노력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ㅎㅎ 게을러서 명전을 간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그러니까 여러분도 원하는 대학을 가고 싶다면 노트북에 있는 게임이랑 귀염둥이들 사진 다 지우고 하얀색 넓은 평야가 드리워진 한글 2017을 켜서 경건한 마음으로 글을 쓰도록 합시다. 언제부터요? 지금부터!! 롸잇나우!!
p.s : 참고로 제가 이 문단에서 말한 내용은 게임뿐만이 아니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사모하는 연예인 나오는 TV프로도 해당됩니다. ^^7
마지막으로! 지금쯤 입시 준비를 시작하고 있을 후배 분들과, 열심히 정시라는 외로운 사투를 하고 있을 모든 고도 친구들 앞에 목표 대학으로의 초청장이 오길 바라며.. 모두모두 화이팅!!!
첫댓글 이렇게 실감나는 합격후기 쓰기 있니? ㅋㅋ 11월 수능 앞두고 마음 안 잡히고 다들 갈팡질팡할 때 열심히 하면 무조건 수시2차에 붙는다고 했잖아! 내 말이 레알이었지? 암튼 막판에라도 열심히 작품을 쓰고, 고치고 열심히 따라와준 덕분에 명전 한양여대 중복합격을 해냈네~~ 넘 축하한다 서현아. 앞으로 꽃길만 걷길 바라 ^0^
넵..ㅠㅠ 감사합니다... 같이 공부했던 수특산문A반 친구들 모두 합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더 열심히 썼던 것 같아요.. 많이 힘들텐데... 그나저나 쌤...정말 감사해요ㅜㅜ 전 진짜 쌤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지금쯤 수험번호가 헬리 혜성 2호가 되어 저 우주로 날아가고 있었을 거예요.. 저 정말 대학생 되어서도 가끔씩 선물 들고 찾아가도 되는거죠?? ㅠㅠ
@18박서현 그냥 와도 돼~~~ 종종 놀러와 ㅎ
@구름우유 입시 끝나기 전엔 그렇게 집에 눌러앉고 싶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고도가 계속 그리워지네요..ㅋㅋㅋㅋㅋ Ha... 사람 마음이 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걸까 싶어요..ㅋㅋㅋㅋ
서현 ! 축하해 vV
고마워 소담ㅋㅋㅋ 내가 워낙 학원에서 마이웨이를 달려서 그런가 너가 답글 남겨줄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뭔가 감동이다 야..ㅋㅋㅋ 소담!! 이번에 명지대 붙은거 완전 축하해!!! 나도 명전에서 열심히 학점 따서 편입...편입을 노릴 테니 먼저 가서 발판 닦아놓는 거 잊지 마!! ㅋㅋㅋㅋ
서현아 합격 축하해!!! 수시에 입시가 끝나서 다행이다ㅠㅠ
그동안 네 덕분에 카페인 충전 잘 했어 (๑˃˂๑) ~
감사합니다!! 학원 졸업하니까 후련하긴 한데... 그래도 뭔가 많이 서운한 건 어쩔수 없는거 같아요.. 앞으로의 제 인생에서 이번 입시 때만큼 열정적인 때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ㅋㅋㅋㅋ 암튼!!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 하시구 좋은 주말 보내세요!!
서현아 합격 축하해! 길에서 나 만나면 인사해 줘 ㅠㅠ 나는 아싸니까 ㅋㅋㅋㅋㅋ
서림이두 합격 축하해!! 나야 뭐 언제나 시간이 넘치니까..ㅋㅋㅋㅋ 심심하거나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해~~ 가끔씩 만나서 술 한 잔씩 걸치고 그러자ㅋㅋ 술은 내가 쏠게 '-^!!
우아아아 역씌 ㅎㅎㅎ 예전에 커피 잘 마셨어! 우리 오래오래 연락하자 ^^
물론이지~~!!ㅎㅎㅎ 그리구 커피 몇 잔 쯤이야 친구 사이에 당연히 사 줄수 있지!! 가끔씩 카톡으로 기프티콘 보내줄게. 아 맞아! 합격 후기에서 정시에 다시 도전한다는 소식 들었어, 그거 보고 서림이는 어디에 가더라도 당당히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더라.. 정말 멋있어 서림..ㅠㅠ 수시로 만족했던 나와는 다르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 정말 칭찬해!! 정시때 서울예대 도전한다며?! 뭔가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 화이팅 서림!! 언제나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