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을 1주일여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다큐멘터리 영화 '푸틴'이 나왔다. 우리 같으면 출판기념회 정도일텐데.. 거긴 아예 영화다. 그 내용에 대해 언론들이 달라붙는다. 완전히 불공정 대선 캠페인인데.. 현지는 크게 문제삼지 않으니 우리랑은 대선판 자체가 다르다
러시아는 여전히 이런 것들이 가능한 나라다. 오는 18일이 대선인데, 1주일여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인 푸틴 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푸틴'이 공개되는 일이 그다지 논란이 되지 않는 국가다. 그냥 다큐멘터리 영화이니, 푸틴 대통령이나 권부인 크렘린과는 관련이 없다고 우길 수 있지만, 이런 타이밍에 '대선 캠페인 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뉴스거리를 원하는 언론에게는 이 영화가 푸틴 대통령의 내면을 또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향후 국정운영을 짐작하는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고..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사진)은 11일 공개된 2시간짜리 영화 '푸틴'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의 반환은 절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주민 96.8%가 찬성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이로 인해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영화 '푸틴'을 제작한 친 푸틴 언론인 안드레이 콘드라쇼프는 ‘어떤 상황이라면 크림반도를 돌려줄 수 있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크림반도를 반환하는) 그런 상황들은 존재하지 않고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승객 110명이 탄 터키 여객기를 ‘잘못된 보고’로 격추시킬 뻔한 아찔한 사례도 공개했다.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임박한 2014년 2월7일, 터키 페가수스항공의 보잉 737-800편 기장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카르키프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던 중 승객 한 명이 폭탄을 소지한 채 항로를 소치로 변경하라고 한다’고 SOS를 보내왔다.
푸틴 대통령은 즉각 안보 당국자들에게 통상 이런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은 뒤 “계획에 따라 조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후 개막식장에 도착했고, 몇분 뒤 취한 승객의 거짓말로 확인돼 해프닝으로 끝났다. 자칫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항공기 납치범을 잡겠다고 민항기를 단번에 격추시킨다는 건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에피소드 공개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또 조부 스피리돈 푸틴이 레닌과 스탈린의 요리사였다는 집안 내력도 공개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모스크바 일대 저택에서 레닌, 이후에는 스탈린의 요리사로 일했다”고 말했다. 콘드라쇼프는 “스피리돈 푸틴이 1965년에 86살로 숨지기 직전까지 소비에트 창건자를 위해 일했다”고 말했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영화 속 그 정보는 정확하다”고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앙겔라’로 호칭하며 “가끔 라데베르거 (맥주) 몇 병을 내게 보낸다”고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이던 1985년부터 1990년까지 KGB(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동독 지부가 있던 드레스덴에서 근무했다. 당시 그가 현지 맥주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이 독일 언론의 전언이다. 메르켈 총리가 선물로 보내는 맥주 라데베르거는 드레스덴 인근 도시 라데베르크 양조장에서 만들어진다. 그녀 역시 동독 출신이다.
푸틴 대통령은 나치 역사에 관한 독일인들의 태도에 대해 "나는 독일, 유럽 전체, 그리고 전 세계가 (나치에 의해) 당했던 무서운 과거에 대해 독일의 모든 세대가 참회하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 맥주를 좋아하듯, 친 독일 성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는 '상남자' 답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로 “배신”을 꼽았다. 하지만 “아직은 배신이라 부를 만한 심각한 사건을 다룬 적은 없다”고 말했는데, '살아 있는(?) 권력'을 배신하는 이는 없다. 그 권력이 저물어갈 때 배신자가 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