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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스 요새에서 바라본 절벽 풍경
오미스 항구..해변의 길손이 되어...
스플릿 밸타워 광장의 야간 노래공연....맥주를 쟁반에 돌린다
크로아티아 여행기 (스플리트 편) / 이비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한동안 잔상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곳곳에 자연 형성된 폭포수들, 거울같은 호수 수면에 어리는 단풍숲, 해맑은 산공기,
죽기 전에 가봐야 될 곳으로 선정되었다는 곳인만큼 감동의 여운이 길었다
산악지대인 플리트비체가 점점 멀어지면서 단풍빛도 엷어져 갔다
잠시 한국의 단풍도 이곳 못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단풍만 보려면 우리집 옥상에서 보는 뒷산도 얼마나 예쁜가
위도상으로는 같은 선상이라 비슷한 기후겠지만 평지로 갈수록 늦여름이다
그런데 멀리 떠나와 보니 단풍도 더 예쁘고 비행기에선 세상일들이 아주 작아 보인다.
내게만 있는 현상일것 같은데 탑승 전 체기가 있어 속이 불편했다가도
고도가 높아지면 명치가 시원하게 뚫리는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곤 한다
그러면 기내 음식을 싹싹 비우고 여행 내내 잘 먹어서 준비해간 소화제나 청심환이 필요없다
그이에게 이번에도 체한게 내려갔다고 말했더니 비행기 체질인가 보라고 하는데
사실 장시간 비행기 타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집에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내가 이처럼 해방감을 느끼다니
알랭드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을 읽지 않더라도
내 소견으로 여행은 다닐 수 있을 때 무조건 떠나고 볼일이다
산길을 달리면서 창문을 조금 열어 놓았다
나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홍하의 골짜기"를 노래 부른다
빛나는 골짜기 찬란한 빛
우리들 다같이 거닐던
눈부신 그대여 떠나가면
정다운 미소를 그리리
이리와 앉아서 말해주오
추억의 아름다운 골짝....
"노래를 잘 부르시는구만"
평소 칭찬에 인색한 그이가 한마디 했다
그이의 마음도 한 템포 넉넉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바위산이 연달아 나오면서 터널도 많이 지나고 있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산이 나오고 세 시간 달렸을까
멀리 해안선을 끼고 스플릿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스플릿은 크로아티아에서 두번째 큰 도시로 경제,산업,문화의 중심지라고 한다
스플릿은 우리가 흐바르 섬에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라고 할 수 있다
스플릿 시내로 진압해서 해안선 쪽으로 더 들어가니까 숙소 근처이다
오늘은 네비가 원활한 편이라 숙소 근처까지 무난히 안내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엔 주인에게 전화가 걸리지 않는다
내가 차에서 내려서 현지인 같은 두 부인에게 주소를 물었다
두 부인은 얼마나 친절한지 주소를 받아들고 오던 길을 다시 가면서 건물을 손으로 가르켜 주었다
그런데 내가 건물 호수를 못 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헤메니까 그이가 차에서 내려 지나던 청년에게 다시 물었다
그 청년은 전화가 안 걸리는 이유를 설명한 뒤 전화번호 앞에 붙이는 숫자를 더 알려주었다
우리 전화를 받고 숙소 주인이 건물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어디서 왔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요란하게 달려왔는데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
사십대 후반은 돼 보이는데 이름이 "라도" 라고 하면서 내게는 찡긋 눈인사를 곁들인다
아파트먼트 5층으로 라도가 우리 트렁크를 번쩍 들고 성큼성큼 올라간다
계단이 대리석으로 된 오래된 아파트인데 현관문들은 엔틱스런 나무 문이다
우리 숙소 옆집 문패를 보니 "닥터" 누구라는 명패가 달려있다
라도가 안내한 숙소는 작은거실이 있고 룸이 세 개 있는데 그 중 한 방을 쓰는 것이다
현관 열쇠와 룸 열쇠 두 개를 받았는데 식탁에 환영주 와인과 바나나 쵸콜릿이 놓여 있었다
라도가 냉장고 음료는 무료이고 내일 아침식사를 갖다 주겠다면서 인사를 하고 나갔다
숙소는 실내 장식이 독특한 분위기이다
침대는 하얀색 시트가 아닌 붉은 계열의 아라베스크 문양이었고 벽면에 장식물이 있다
다락위에는 조명이 되는 아로마 향을 피워 놓았다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싱크대와 그릇들,욕실은 넓은 편이다
욕실 용품도 갖추어 놓고 야자열매 성분의 영양크림도 있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방인데 나는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산뜻한 느낌이 없어서인가 보다
우리는 먼저 다락에 올라가 아로마 향을 핀 전원을 꺼버리고 환기를 시켰다
장롱을 열고 사용하지 않은 흰색 시트가 보이길래 붉은색 시트에 덧대어 깔았다
저녁에 이 방을 예약해준 딸에게 숙소가 어떠냐고 카톡이 왔다
나는 딸이 미안할까봐 마음에 쏘옥 든다고 하였다
그런데 젊은 배낭여행객들이 오는 곳 같다고 하니까 센스 빠른 딸애가 알아듣고
인터넷 평이 좋던데 이상하다고 했다
딸애는 우리가 주소를 찾기 쉽고 주차도 편리하고 항구가 가까운 곳을 우선 찾았다고 했다
그렇다. 첫 집에서 워낙 쾌적한 집에서 묵어서 비교가 되었는지 모른다
항구가 가깝고 중세 유적지가 있는 구시가지 숙소를 정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여긴 개성이 다를뿐 편리한 점이 더 많은 건 확실하다
우선 저녁을 해 먹기로 하고 가까운 마트에 가보았다
두터운 소고기 한 팩과 채소를 좀 골랐다
계산대에 줄을 서 있는데 앞에 서 있는 크로아티아 여성이 말을 건넨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남한이냐고 먼저 묻는다
그녀는 스플릿에서 자랐는데 자그레브에서 공부하고 직업이 교수라고 한다
우리가 계산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더니 좋은 여행 하라면서 인사했다
동양에서 온 사람들과 말을 하고 싶었던건지 어쩌면 저렇게 개방적일까
숙소로 돌아와 소고기를 보니 뼈가 붙어있는 두툼한 티본 스테이크 용이었다
프라에팬이 늘어붙는 거 같아서 아예 남비에 삶아냈다
국물이 빠져서 맛이 없을줄 알았는데 연하면서 한우 못지 않은 맛이 난다
우리는 샴페인을 따서 여행 두번째 밤과 멋진 여행을 위해 건배했다
저녁을 먹은 뒤 내일 흐바르 섬 배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항구에 나갔다
항구 가까이 큰 재래시장 같은 천막들이 보였는데 아침에 문을 연다고 했다
우리는 기차역을 지나 항구의 요트와 크루즈 배들을 보면서 걸었다
바다에 크루즈 선박들이 육지의 화려한 빌딩처럼 닻을 내리고 서 있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정박해 있는 배들과 밤의 항구를 보니 여수가 느껴졌다
우리는 하루밖에 머물지 않는 이 도시를 잘 보기 위해서 더 돌아다녔다
항구 옆 재래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중세시대 건물과 길목이 보였다
허물어진 궁전과 대성당 앞의 광장과 벨타워가 있다
밤이기 때문에 종탑을 올라갈 수 없고 성당 앞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광장 앞 술집에서 가수가 기타를 치며 칸소네를 부르고 관객들이 광장 계단에 둘러 앉아있다
웨이터가 쟁반에 맥주잔을 들고 다니면 원하는 사람들이 맥주를 주문한다.
나는 좀 구경하다가 옆에 벤치에 앉았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스스럼없이 안겨온다
한국에서 길냥이 캣맘인 나를 알아보는 고양이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어 미안했다
이튿날 아침 흐바르 섬에 가는 일정을 오후로 늦추고 오미스를 들리가로 했다
배표를 둘이 80쿠나에 예매하고 숙소로 오면서 문을 연 재래시장에 들렸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들이 가득한 시장은 활기가 넘쳐났다
거봉 포도보다 알이 크고 모양은 자두 같이 생긴 과일을 샀는데 달콤했다
해변길로 드라이브를 즐기듯 삼십분 정도 가니 절벽으로 된 작은 도시 오미스가 보인다
스플릿에서 삼십여분 걸리는 오미스 항구는 세계 10 미항에 든다고 한다
오미스는 여행 일정에 없었는데 남편이 사진 촬영을 위해 일정을 추가한 것이다
주차를 성당 주변에 하고 성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오미스 요새의 절벽이 보이는 곳으로만 가면 될 것 같다
그이는 사진을 찍느라 뒤쳐지고 나는 햇빛이 눈부신 부둣가를 따라 걷는다
옥빛 해수면 가까이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해변의 길손이 되어 바닷가를 마냥 걸어간다
여러 종류의 배들이 오가는 항구는 삶의 애수가 깃들어 있다
그이를 기다려서 중세골목으로 들어가 절벽을 향해 올라갔다
오미스 요새 입구에서 문지기 아저씨가 책상 하나 놓고 입장료 20쿠나를 받고 있다
나는 고공 공포증이 있어서 남편만 올라가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나는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더니 나는 좋아라 요새 쪽으로 들어갔다
요새로 오르는 길은 아주 좁고 절벽 사이로 천길 낭떨어지가 보였다
까마득한 낭떨어지를 보니까 아찔한 공포심이 들면서 도저히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가파른 계단에 비켜서서 외국 여자가 아기를 안고 올라가는걸 경이로움으로 바라보았다
독일에서 패키지 온 여행객들도 줄줄이 올라가고 있었다
요새를 정복한 그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내가 있는 자리도 도시와 항구가 한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나름 오미스 항구의 미를 부감한다
항구에서 강줄기를 따라 험준한 절벽에 호텔이 보이는데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라고 한다
그이가 내려와 무섭지 않았냐고 물으니 다리가 후들거려서 몸을 벽에 기대고 찍었다고 한다
올라가서 보니 절경이 많이 보여서 안 올라갔으면 안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요새를 내려와서 햇살이 밝은 옥외 레스토랑에서 옥돔구이와 해물요리를 먹고
두시에 예매해 둔 흐바르 섬을 가기 위해 다시 스플릿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이 아까부티 이상한 차가 계속 따라오는데 경찰 같다고 한다
죄회전 신호가 없는 곳에서 직진 차량을 보고 죄회전을 했는데 그때부터 따라 오는 것 같다
돌아보니 경찰차는 아닌데 자동차 안에 경광등이 깜박거리고 있다
숙소가 있는 주차장까지 뒤따라 오더니 경찰관도 함께 내리는 것이다
그러더니 신호위반 했다고 남편에게 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한다
남편은 변명하지 않고 면허증을 주었다
그 순간 라도가 어디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더니 경찰에게 현지어로 뭐라고 말을 한다
경관은 면허증을 다시 보더니 남편에게 돌려 주었다
라도가 잘 해결되었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흐바르 섬 다녀올때까지 차를 잘 봐주겠면서
내겐 찡긋 눈인사를 던지고 오토바이를 타고 휘리릭 사라졌다.
내가 그이에게 면허증을 왜 그렇게 쉽게 내주었냐고 물으니
봐줄 사람 같으면 사정 안해도 봐주고 안 봐줄 같으면 사정해도 안봐준다고 한다
라도가 나타나서 한마디 거들어 준 것과 흐바르 섬에 다녀올때까지 차를 봐주겠다는 것도 고마웠다
우리의 편의를 봐주는 라도가 생색도 내지 않고 간 걸 생각하니 평이 좋은 이유가 있었다
고마운 표시와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스플릿 항구의 크루즈 선박들
첫댓글 숲속님, 님의 글, 다 읽고 그 경치들을 그려봅니다. 참 글을 잘 썼어요. 나도 동행해서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바위산들, 물과 절벽..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친절했군요. 나 북미주에서 살 때 동유럽에서 이민온 사람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지요. 모두 좋은 사람들이에요. 님의 이 글을 이메일과 카페에 옮겨 전송합니다. 님의
전번 글도 그렇게 전했는데 많이들 읽었어요. 관광지의 자연과 사람들도 좋지만 님의 글이 엇지고 아름다워서.....
네..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더군요..
대체로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편리했어요..
선생님께서도 캐나다에서 사제직에 계실 때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고 사목했을 것입니다
그 많은 인연들과 사연들이 소설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설정되기도 할테니
소설가는 폭넓은 경험이 자산입니다..
문학자산이 많으신 향강선생님의 성원에 힘 입어서 이렇게 연속 쓰게 됩니다..^^
기온이 뚝 떨어졌네요..건강관리 잘 하세요 선생님..~
숲속님.. 마우스 드래그가 금지 되었다고... 옮겨갈 수가 없군요.
스크랩 복사 다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