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농가월령가 / 머리노래
M 본디 이 노래는 열두 달로 나뉘어져 있으며, 서두에 머리 노래가 따로 있습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계속되는 농가의 행사와 그 풍속(風俗), 범절(凡節) 등을 읊은 소위 월령체(月令體) 가사(歌辭)인 것입니다. 12월령의 뒷부분을 맺는 노래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지은이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2남인 정학유(丁學游)라는 것이 통설입니다. 필사본으로 전해오다가 조그만 인쇄본으로 나온 것이 1934년경의 일이고, 해방 이후에는각종 고문책(古文冊)에 실렸고, 교과서에도 실려 국민들에게 널리 애송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듯 농사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곤두박질침에 따라 이 노래도 점차 잊혀져 왔거니와 창작 당시와 격한 200년 세월이 농사의 내용과 방법을 달리하게 함으로 별 도움이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지은이가 누구인지 불확실하지만 농민 자신이 직접 읊은 땀의 노래가 아닌 것만은 확실한 만큼 너무 교훈적으로 흘러 고리타분한 느낌도 있습니다.
한자어의 한글 풀이에 주력했으며, 월령 안에서 구분한 문단은 유열 저(著) ≪풀이한 농가월령가≫(한글사 간, 1948년)에 따랐습니다.
머리노래*
천지 생겨 갈라질 때 해 달 별들 비쳤겠다.
해와 달은 도수 있고 별들은 제 길이 있어,
일년 삼백육십일에 제 도수** 돌아오매,
동지 하지 춘추분은 해 도는 걸로 추측하고,
상하현 보름 그믐 초하루는 달의 차고 기울기라.
땅위에 동서남북 곳을 따라 다르기에,
북극성을 보람하여*** 원근을 마련하니,
스물네 절기를 열두 달로 나누어서,
달마다 두 절기씩 보름 간격 두었도다.
춘하추동 오고가면 자연히 한 해가 되고,
요순같이 착한 임금 역법을 새로 열어,
자연의 때를 밝혀내어 백성을 맡기시니,
하 나라 오백년은 인월을 첫 달로 삼고,
주 나라 팔백년은 자월을 새로 정했지.
오늘날 쓰는 역법은 하 나라 법과 같아.
춥고 덥고 따뜻 서늘 계절에 맞으므로,
공자도 자연스럽게 하 나라 역 행했지.
* 머리노래는 정월, 2월, 3월 중 어디에도 속하지는 않지만, 농가월령가의 출생 과정을 정리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 度數 : 거듭하는 횟수. 각도, 온도, 광도 따위의 크기를 나타내는 수. 일정한 정도나 한도.
***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