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수련으로 심사에 응하라
이 규 호 (충북/ 8단 교사)
◆ 시작하며
검도 수련의 목적이 반드시 심사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험이라는 과정을 거치고자 하면 이를 계기로 누구나 더욱
열심히 수련하고 공부하게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꾸준한 수련보다는 승단에 즈음하여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준비를 하여 서둘러 응시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5단 이상의 고단자 승단심사에 응시하는 자세로는
평소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꾸준한 수련을 한 후에 그에 따르는
노력의 결과를 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결실의 계절이 시작되는
10월 1일 대한검도회의 추계중앙심사가 중앙연수원에서 실시되었는데,
나는 5단부 심사위원으로 위촉받아 2조에서 심사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나 자신도 금년 춘계중앙심사에서 승단하였기 때문에 아직 심사위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식견이 충분하지 못하여 배우는 자세로 심사에 임하였다.
심사 시작 전에 원장님으로부터 심사에 대한 유의사항을 전달받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강조하신 말씀이 “공정성과 신뢰성 있는 엄격한 심사”
였기 때문에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심사에 임했다.
이번 추계 5단부 중앙심사에는 총 150명이 응시하였으며 최종합격자는
60명(40%)이었고, 내가 담당한 2조에서는 50명이 응시하여
1차 합격자가 21명, 최종 합격자는 13명(26%)이었다.
그러면 내가 속한 2조의 심사 내용을 간략하게 피력하고자한다.
연격과 대련⋅본국검법⋅심판법⋅검도의 본 및 이론 심사가 이루어졌는데,
심사에 임하는 응시자들의 자세가 매우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가 역력하였다.
그 결과 훌륭한 자세와 기량으로
모든 평가항목에서 우수하게 평가 받은 응시자가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심사위원들이 아쉬워하는 말씀이
“훈련량의 부족으로 인하여 심사 기준에 미흡한 응시자가 많아 보인다.”
라는 말씀이었는데, 이에 나도 크게 공감하였다.
물론 개인마다 사정이 있기 때문에
검도 수련을 매일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나,
중앙심사에 응시하기 위해 그에 따르는 시간과 노력과 열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태도가 아니고는 우연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단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이번 심사에 합격된 분들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차후 심사에 응시하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심사과정에서 있었던 미흡한 부분들을 선임 심사위원들이 이미 기고하신
내용 중에서 공감되는 부분은 강조하는 뜻에서 거듭 언급하고, 그 밖
일반적인 것은 나의 소견을 덧붙여 간단하게 피력하고자 한다.
◆ 검도 용구의 올바른 착용
보호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은
수련자가 갖추어야 할 바른 마음과 준비자세의 표현이며,
검도 수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수행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 장구는 항상 단정하고 깔끔하게 착용해야 하며
바지의 길이는 너무 길거나 짧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호면 끈은
꼬이지 않게 매듭을 한 후 길이를 같게 하여 40cm 이내로 해야 하고,
그 밖에 호완끈⋅갑끈⋅갑상끈 등의 처리를 단정히 하여야 한다.
(지극히 초보적인 것이지만 다수 응시자의 모습이었음.)
또한 도복에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너무 큰 글씨로 썼거나
복잡하게 많은 내용을 쓴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 연격
격자거리에서 충만한 기세로 죽도의 격자부로 격자부위를
크고 바르고 정확하게 쳐야 할 것이며,
한 호흡에 연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응시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다음은 연격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첫째, 처음 머리 공격시 죽도를 들고 들어가 친다든지,
친 후에 왼발이 즉시 따 라 붙지 않는 것은 절대 주의하여야 한다.
둘째, 좌우면 공격시 큰 동작으로
왼손은 중심선에서 상하로 움직이면서 격자 부위를 바르고 정확하게 쳐야 한다.
셋째, 충실한 기합과 적정한 자세를 취하여
처음과 마지막 머리를 타격하여야 하 고 정확성과 강도가 있어야 한다.
넷째,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한다든지, 몸을 상하로 뛰거나
또는 앞뒤로 흔들어 가며 타격하는 것은 잘못된 동작이므로 고치는 것이 좋다.
기타, 연격은 고단자일수록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평소에 심사 보는 마음으로 가급적 많이 훈련할 것을 권장한다.
◆ 상호 대련
상호 대련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 꾸준하고 지속적인 수련만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기능의 향상이라는 것은
반복적인 훈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검도의 기능도 지속적으로 훈련해야만 비로소 기술이 몸에 배어
유사시 훌륭한 격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심사시 1분 30초의 짧은 시간 동안에 구사되는 기술이
응시자의 모든 것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평소 꾸준한 수련을 한 사람은
이때에 본인의 기술을 무리 없이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번 심사에서 훌륭한 점수를 받은 응시자가 많았으나
반면 평소 수련이 충분하지 못한 응시자의 일부는
자세가 불안정하고,
자신감이 없어 보였으며, 거리를 잘 맞추지 못하고,
상대의 공세에 놀라서 당황하여 흐트러진 모습이 다수 보였다.
5단 응시자는 고단자임을 인식하고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바른 응용기술을 표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수련은 물론
각종 강습회나 고단자들의 지도를 받아가며, 혹 자신이 잘못된
나쁜 버릇이 있다면 확실히 고친 후 심사에 응시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대련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준비 태세에서 적극적인 공격으로
충실한 격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공격을 받을 시는 즉시
반격을 해야 한다.
그 밖에 죽도는 올바른 파지법에 입각하여 바르게 잡고 격자해야 하며,
어지러운 난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 검도의 본
검도의 본은 진검으로 실시하므로 평소 진검 다루는 연습을 하여야 한다.
목검과 진검에는 감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황하여
가끔 실수가 발생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다음은 평소 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몇 가지 유의사항을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기본적으로 대도의 5가지 자세와 소도의 3가지 자세를 바르게 취한다.
둘째, 진⋅출입시 양발의 간격은 일정하여야 하며,
격자 후에 뒷발은 앞발에 즉시 따라 붙여야 한다.
셋째, 선도는 항상 후도의 준비상태를 확인한 후 움직여야 하며,
격자부위를 정확히 격자하여야 한다.
넷째, 충실한 기세와 기합을 구사하여야 하며,
칼끝이 등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다섯째, 상대의 눈을 놓치지 않고 확실한 격자와 존심을 구사하여야 한다.
여섯째, 격자 후 후도는 충실한 기세로 유형의 존심을 취하며,
이때 선도는 후도의 존심이 끝나기 전에 동작을 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 약속된 동작이지만 임기응변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고 충만한 기세로 당당하게 구사해야 한다.
◆ 심판법
일부 응시자 중에는 심판의 경험이 전혀 없는 듯한 응시자들이 다수 있었다.
4단 취득 후 검도 행사에 참가를 하지 않았는지 심판법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심사에 응시한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심판 자격시험도 있고, 심판 강습회도 있으니 자주 참석하여 심판실기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남의 실력을 잘 알아보는 것도 자신의 실력이기 때문이다.
◆ 맺는 말
두서없이 심사후기를 쓴 것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심사는 자신이 평소 수련한 결과를 평가 받는 것이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무리하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할 필요가 없다.
자신감을 갖고 평소 성실하게 꾸준히 수련하는 자세로 임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또 한두 번 떨어진다고 하여 낙심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평소의 수련 태도가 평가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심사가 자신의 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모든 응시자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