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침저녁으로 다소 선선한 가을 냄새를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을 문턱의 처서가 바로 오늘이니 말이다.
올 여름에는 비교적 비가 많이 내려서 이곳 근처 안양의 백운호수도
군포 수리산 자락의 반월 저수지도 저수량이 남실남실하고
저 곳 들판의 벼이삭에는 노랑 방울로 물들기 시작
황금 벌판의 길조가 여기저기 확연한 민심을 여유롭게 하는 대자연의 모습이다.
며칠 전 때로는 쏘나기 때로는 가랑비가 내리곤 하더니
석양쯤 서쪽에는 뭉게구름에 파란 하늘이 군데군데 이어지는 화려함이 연출된다.
난 오후 5시경 일찍 사무실을 나와 아내를 픽업,
인근 군포 수리산 도립 공원 자락의
반월저수지 호반의 비좁은 산책길로 향한다.
마침 수년 동안 보지 못했던 저 ~ 가득 찬 물의 울렁거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산세의 싱그러운 신록에
물위를 군데군데서 둥둥 떠 가는
3~4마리의 청둥오리 ..등
형용할 수 없는 어울러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우리네 마음도 풍만, 저물어가는 하루의 아쉬움도 달래진다.
우리 둘이는 곧장 바짝 다가서서 호반 산책길을 걷고 또 걸으며
남실거리는 저수지 물을 바라보곤
어린 시절 내 동네 앞 냇물의 홍수를 되돌려 보기도 하며
마냥 좋아 마주보며 속삭이며 미소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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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문득 제비꽃이 생각난다
수년 전 세상을 떠난 포크 음악의 별 가수 조동진 남긴 곡이다.
그는 우리와 거의 동년배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의 음악은 악으로 시를 써내려 간 아름다운 서정적인 멜로디가 주종을 이루며
우리들의 심금을 파고들었기 때문에 뇌리에 사무쳐 있겠지…
“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땐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을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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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얼굴엔 깊은 주름살 그리고
신체의 여기저기 활발치 못한 불편함과 아픔의 70대 중반 우리네 부부,
서로를 마주 보며 무언의 사랑을 속삭이며
젊은 날로 되돌아 가고픈 감성은
너도 나도 지금도 내년에도 변함 없겠지!
어두움이 짙어 가며 호수 건너 편엔
흐렸던 구름들도 어느 새 무 흔적 사라지고
하나둘씩 네온사인 불빛이 밝혀지는가 하면,
그 불빛이 호수 속에 확대 비쳐지는 찬란함에 도취,
우리 둘은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을 기약하고
비슷한 처지의 동기 친우들의 가정평안함을 기도하며
평상시 즐기던 시골밥상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광고17 친우들이여, 사랑해요
우리들은 서로가 내곁에 있음에 감사해요..♪
첫댓글 친구 철수 부부의 호반산책 글
실감나게 느껴지네요.
나이들수록 아름다운 동행이
더 멋 있어 집니다.
철수 부부의 퇴근 길 호반산책 노 부부의 처음 만났던 젊은 시절의
되돌림 사랑 추억, 멋진 시 훌륭해요.
천하에 치밀하고 착하고 성실한 우리 최회장님. 낭만주의 시인이 다된 자연과의 교감
마나님과 지극한 사랑의 속삭임을 배우고 싶습니다
연인과 함께 멋져요 부럽습니다!
한 컷 부탁해요
친우들 격려에 감사 감사
이제까지는 못했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해보는 반성문이라오
........근데 써놓고 보니 멋진 자연예찬문으로
내 마음에도 쏙 드네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