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10월24일(日)晴 ▲지리산, 불무장등(2)(범왕리-토끼봉-삼도봉-불무장등-피아골,직전리)
해봉산악회(47명)
♧산행 코스
범왕리(11시25분)--참샘(12시50분)--토끼봉(14시10분)식사,--화개재(15시15분)--
삼도봉(15시45분)--불무장등 갈림길--직전마을(18시15분) 총6시간50분
☞☞새벽 6시경, 산행하겠다든 큰 처제로부터 전화가 왔다.
마음은 꿀떡 같은데 몸살 끼가 있어 산행을 포기해야겠다며 잘 다녀오라고 한다.
11월중에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량도 커플, 집행부 처녀총각을 비롯해 집행부 7명을 포함,
모두 47명이 참여 만원인 가운데 정시에 출발한다.
임 대장의 인사와 산행안내방송을 끝내고 지난번 산행의 비디오를 보며 달리는데 마산
T/G를 지척에 두고 전면의 먼 산자락이 운무에 휘감겨있다.
문산휴게소에 들리고 대진고속도로를 달리다 하동I/C로 빠져 섬진강을 왼편으로 끼고
달리다, 화계장터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쌍계사 십리 벚꽃 터널을 거쳐 산행기점인
범왕리 칠불사로 올라가는 산행들머리에 도착한 게 11시20분.
임 대장을 비롯하여 R회원, 집행부 은희양등 피아골로 가는 모양이고 뒤에 안일이지만
지난번 사량도 산행 시 급하게 내려오다 실족, 왼쪽 어께 연골이 금이 가 깁스붕대,
어께 걸이를 한 이진복 회원이 산행하려는 허 회원을 못 가게 실랑이를 하는 걸
바라보며 상견례도 없이
11시25분, 오른편으로 ‘토끼봉 반야봉 등산로 입구’ 간판이 걸려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밭두렁 길로 가다 비탈을 오르면서 한 회원이 어름나무에서 어름을 따 신기하듯 들여다본다.
작은 개울을 건너고
11시57분, 바위길 옆에서 첫 휴식을 취한다. 엄마를 따라온 꼬맹이가 있어 나이를
물으니 열한 살이라고 한다.
촬영하는 시간이 휴식시간이라 계속 올라가니 젊은 부부가 두 꼬맹이를 다리고 토끼봉
을 오른다는데 다섯 살짜리는 거느리고 세살짜리는 엄마가 아기플레임 배낭에 앉혀 짊어
지고 있다. 어디서 오느냐고 물으니 하동에 산다고 한다.
대단하고 모범적인 가족이다.
너들 길과 가파른 바위 길을 올라서니 집행부 제 군이 급체를 당해 바위에 걸터앉아
고통스러워한다.
버스 안에서 먹은 음식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해서 배낭에서 침통과 소독 통을 꺼내어
삼능침으로 비기맥을 사혈하는 응급처치를 하고 심호흡을 시킨다.
12시30분, ‘참샘1km 토끼봉3.1km'의 간이이정표를 거쳐 억새밭을 지나
12시50분, 참샘 간이이정표(신흥6km 범왕2.6km 토끼봉2.1km)에서 잠시 근처에 있는
참샘에 들려 바가지로 목을 축인다.
완만한 오름의 등산로를 타는데 시들기 시작하는 당 단풍이 그 붉음을 자랑한다.
우로 조망이 트이는 안부에서 2시 방향으로 장대한 백두대간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나무그늘에 앉아있는 장년회원 세 사람 중 한사람이
“이 사람이 쥐가 내려 꼼짝 못하는데 침 좀 놓아 줄 수 있습니꺼?”
한다.
좀 전에 집행부 제군을 응급치료해 주는 걸 본 모양이다.
다시 배낭을 내려 삼능침으로 담 기맥과 상응부에 사혈해 준다.
금방 장단지가 시원해 졌다며 신기해한다.
오늘은 웬일인지 환자가 많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는데 토끼봉 쪽에서 장년등산객 네 명이 내려와
“반갑습니다!”
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우측으로 큰 암괴 밑을 돌아 S자로 휘둘러 바위 길을 올라가는데 무전기를 든 제군이
세 여자회원들을 앞세워 쉬엄쉬엄 올라온다.
토끼봉을 지척에 두고 오른편 바위위에 올라 별도로 준비한 무거운 케논을 배낭에서
꺼내어
3시 방향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더욱 가까워진
백두대간 지리산 주 능선을 촬영하고 뒤돌아
삼도봉과 불무장등을 촬영한 뒤
14시10분, 해발1533m의 펑퍼짐한 토끼봉 정상에 올라선다.
이정표는 ‘천왕봉24.8km 노고단7.5km’라고 표시해 놓았는데
토끼봉이라는 명칭은 흔히 있는 산 모양에서 따온 게 아니고 전통적인 방위 개념에서
비롯됐다.
지리산의 상징적 봉우리인 반야봉 정상에서 정동 쪽에 위치해 있다는 뜻으로 24방위의
정동(正東)에 해당하는 묘방(卯方)이라 묘봉 즉 토끼봉으로 이름 지어진 것.
지난번 백두대간 종주 시, 밤 2시,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토끼봉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오늘은 한 낮에 올라온 샘이다. 느긋하게 준비해간 우유와 빵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14시40분, 집행부 김 성수가 후미 부녀회원들을 다리고 올라온다.
기다리다 지친 성질 급한 회원들을 먼저 보내고 근처에 떨어져 누워있는 ‘토끼봉 종합
이정판’을 앞에 세운 뒤 단체기념촬영하고
뒤돌아 반야봉을 촬영한 뒤
14시47분, 삼도봉 쪽으로 출발한다.
완만한 내림의 이끼 낀 고목과 뿌리 체 들어나 쓸어져 있는 소나무를 촬영하며 급한
내림을 거쳐
15시15분, 왼편 화개면에서 이름을 딴 해발1315m의 화개재에 내려선다.
왼편은 화개면의 목통골, 오른편은 산내면의 뱀사골로 뱀사골 대피소가 200m 거리에
있다고 표시해 놓았다.
널찍한 안부를 거쳐 곧장 삼도봉으로 오른다.
몇 년 전만 해도 가파른 너들과 바위 길에 산 꾼들을 지치게 했는데 얼마 올라가지
않아 원목으로 만든 계단에다 가운데 두터운 고무깔판까지 만들어 놓아 이건 완전히
고급호텔의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다.
뒤따라 아가씨 회원이 올라오는데 그 중 한 아가씨가 특이하게 두 팔을 동시에 흔들며
올라간다.
얼마가지 않아 자가발전기소리가 들리는가했더니 곧 계단공사를 하고 있는 현장을
비켜 올라가다 그 현장을 촬영하니 작업인부들이 곱지 않는 시선으로 왜 찍느냐고 한다.
“수고합니다! 여러분들이 자연보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세상에 알리려고
그럽니다!”
했더니 곧 표정이 풀린다.
우측으로 암벽을 끼고 돌아 올라
15시45분, 삼도봉 이정표(반야봉1.5km 노고단5.5km)앞에, 일명 날라리봉에 올라선다.
정상 부분의 바위가 낫의 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해서 낫날봉으로 불렸고 낫날이
란 표현의 발음이 어려운 탓에 등산객들 사이에선 '낫날봉'이 '날라리봉'이라
불려졌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리산 일원에 이정표를 세우면서부터 행정구역
경계지점으로 정해 삼도봉으로 명명됐다.
뒤돌아 토끼봉과 저 멀리 천왕봉을 촬영한다.
황동으로 만든 피라미드 형 경계비에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를 표시해 놓았는데 집행부
이 동희군이
김 전무, 이사장, 김 양과 함께 서게 하고는 자동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해준다.
큼직한 까마귀 한 마리가 먹이를 찾는지 근처 소나무에 앉아 주변을 살핀다.
위험표지 판이 세워져 있는 동쪽방향으로 불무장등 밋밋한 능선을 촬영하고 시간에
쫓기어
16시5부, 부녀회원들을 앞세우고 불무장등 위험하고 급한 바위 길로 내려간다.
불무장등, 특이한 긴 이름의 산명유래가 궁금해 경상남도청에 문의했더니 장시일 후
아래와 같이 e-메일로 회신이 와 그대로 옮겨 적는다.
(전략)
귀하께서 문의하신 지리산 삼도동에 위치한 "불무장등"의 높이는 1,446m이고 반야봉에서
높이 솟아 남쪽으로 탑리까지 이어진 능선을 "불무장등능선"이라 합니다. "불무장등"의
한자표기는 "不無長嶝"이나 "仏母長嶝"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不無長嶝"이라 표기한
경우는 불무장등의 산세가 대장간의 화로인 불무와 같은 형상으로 생겼다하여 생긴
지명이나 이는 지명의 유래나 뜻을 잘 알지 못하고 적은 잘못된 표기입니다.
올바른 표기는 불교에서 최고의 지혜를 뜻하는 단어인 반야(般若) 또는 불모(仏母)란
용어를 사용하는데서 유래한 것으로 불모장등은 반야봉에서 시작한 반야장등에 있는
가장 높은 산인데 반야라는 중복된 글자를 피하고 같은 의미인 불모장등(仏母長嶝)이란
표기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仏母"는 불무로도 읽어 현재의 "불무장등"이란 표기를 사용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하께서 제안하신 우리도내의 유명산과 지명 등의 유래가 정리되는 데로 게시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략)
처음 보게 된 부녀회원들은 거의 신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키를 높이기 위해 두터운 밑창 신발을
신었는가 하면 운동화를 신고 온 아주머니도 있다.
10여분 간 왼편으로 벼랑을 끼고 급 비탈을 이 동희군의 도움을 받으며 내려가고 우측
암벽에서 넘어진 고목 밑을 통과하여 20여분 간을 밋밋한 산죽 군락지를 휘파람 불며
내려가다
1445봉 바위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가씨들에게 지금까지의 산행소감을 물으니
“너무 힘들어요....”
“빨리 내려가고 싶어요.”하는 소리에
“조심해서 천천히 내려가야지 급하게 내려가면 사고가 나니까....”
라며 안전산행을 당부한다.
바위틈사이에 뿌리내린 노송을 거쳐 변색되어가는 단풍이 애처로운데 우측 노고단
능선 쪽으로 기울어가는 해님이 진분홍으로 물들어 곧 어두워질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고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통곡봉, 피아골 갈림길을 언제 지나쳤는지 가파른 바위길이 생소하고 오른쪽으로 피아골
이 보인다.
바위위에 김 전무와 이 사장, 김 양이 환상적으로 발갛게 물들어가는 노을의 흠뻑 빠져
있다 이걸 촬영하라고 한다.
곧 어둠이 닥쳐오면 뒤에 있는 부녀회원들이 걱정되어 빨리 내려가 집행부에 랜턴을
준비시켜 올려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계속 잰걸음으로 내려간다.
18시5분, 이동통신 중계탑이 보여
“해봉! 해봉!”
을 외치며 김 양과 내려가는데 저만큼 아래에서 집행부 제 군이 랜턴을 비추며
올라온다.
“위에 아가씨등 5,6명이 있는데 어서 올라가봐!”
하고 재촉한다.
뒤에 안일이지만 후미담당 김 성수도 랜턴을 갖고 있었다고.
18시15분, 공중전화 부스가 있는 직전마을 주차장 도착. 6시간50분의 산행이 끝난다.
주점 안에는 산행을 안 한, 기분 좋게 취한 허 회원과 R회원이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고 산행 중 쥐 내린 장년회원이 동료들과 술잔을 나누다가 침을 놓아주어 고맙다며
소주잔을 건넨다.
땀이 전신을 적셨지만 근처의 식당에 들려 찬물에 머리를 감고 기분전환을 한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아 있는 두 아가씨회원에게 산행소감을 물어본다.
양팔을 나풀대며 올라가든 아가씨가
“내려오면서 힘이 들어 길만 보고 내려온 게 너무 아쉽고 다음에 힘을 보강하여 산도
보고 나무도 보겠어요.”
“단풍을 기대를 많이 했는데....”
하며 단풍을 재대로 못 본 걸 아쉬워한다.
19시35분, 이 동희군이 발목을 삔 아주머니회원을 비롯한 3,4명이 오르고 뒤따라
이 진복 회원 부부가 오른 뒤 김 성수군이 오르면서
19시38분, 예정시간 보다 1시간38분 늦게 관광버스는 출발한다.
뒤에서 이 회원의 독특한 목소리의 농담 섞인 소리가 크게 들린다.
“...저거들 끼리 묵어버리고, 이다음에 한번 보제이~”
임 대장 대신 집행부 제 군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 방송을 한다.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넘게 늦게 출발합니다만 회원님들이 아무도 불평을 안 하시고
아무런 사고 없이...
오늘 추억에 남을 회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 올라가면서 체해가지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버스 안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사량도 산행비디오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달린다.
남해고속도로의 정체로 법수I/C에서 국도로 달리다 산인휴게소에 들려 둥근달을 촬영한다.
마산에서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
23시39분, 서부산T/G를 빠져나와 마지막 지하철을 이용하여 귀가하여 목욕하고 식사 후
새벽3시에 취침하였으나 그 이튼 날 별로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 건 지리산의 정기를
듬뿍 받은 탓인가.
산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