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10-01
존 경 과 배 려
박병민 목사(새터공동체)
우리 마을은 150여 집들로 구성 된 시골마을로써는 아주 큰 마을이다. 그래서 다른 이웃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고, 마을 입구에는 농협은행이 있고, 마을 가운데에는 보건진료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보건소에서 조금 떨어진 안쪽에는 마을만큼 이나 아주 커다랗게 능수버들처럼 가지를 길게 드리워져서 땅에까지 닿으리만큼 늘어진 은행나무가 굳건히 서있다. 그 가운데 보건진료소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즈음에 자리하기 시작하여, 그 소장님께서 30여년 가까이 되게 변함없이 지금껏 운영해오고 계신다. 그런데 그 보건진료소가 몇 달 전에 이웃면으로 이어지는 도로 옆으로 새로운 건물을 지어 이사하였다. 그 보건소에 방문하면 거실 정면 벽에“博愛仁術世齊(박애인술세제)”라 쓰여진 커다란 액자가 걸려있다. 博愛仁術世齊(박애인술세제)는“넓은 사랑과 어진 의술로써 세상을 가지런하게 하다.”라는 말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와 같은 마음씀씀이는 인술을 베푸는 의사선생님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제도(濟度)하겠다고 나선 성직자들이 또한 지녀야할 덕목이기도할 것이다. 그래서 교회의 성서에서도 이런 일에는 강유(剛柔)와 성심(誠心)을 다할 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격려하는 일이라면 격려하는 데 써야합니다. 희사(喜捨)하는 사람은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하고 지도하는 사람은 열성을 다해서 해야 하며 자선을 베푸는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로마서 12:8-공동번역성서)”
지난 12월 중순에 기업인, 대학교 교수님, 카톨릭 신부님 등으로 구성된“존경배려글로벌포럼”에서 성탄절 선물로 베푸는 성금을 카톨릭사회복지회와 우리 새터공동체가 각각 선사받았다. 존경과 배려, 우리는 존경 받는 어른이 많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말하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든 사람, 난 사람, 된 사람이란다. 든 사람은 머릿속에 지식이 많이 든 사람을 말하고, 난 사람은 재주가 있어 출세하고 이름난 사람이다. 된 사람은 인격이 훌륭하고 덕이 있어 됨됨이가 된 사람을 가리킨다. 전에 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Albert Arnold Gore Jr.)가 있다. 앨 고어는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밴더빌트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된 든 사람이다. 또 8년씩 하원과 상원의원을 거쳐 클린턴 행정부 시절 다시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총투표 수에서는 부시보다 54만3000여 표 앞섰으나 선거인단 투.개표 과정에서 정말 억울하게 대통령 자리를 놓쳤다. 2004년 대선에도 나서지 않고 칩거하던 그는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하자 직접 비행기를 전세 내어 이재민을 구하는데 나섰다. 그리고 물에 잠긴 병원에서 애타게 구조만을 기다리던 280여 명의 환자를 구출해 냈다. 비록 대통령 자리엔 오르지 못했지만 앨 고어는 진짜 된 사람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줄 수 있는 사람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특히 우리는 소위 약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넉넉한 삶일 것이다. 그래서 성서에서도“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로마서 12:10)”라고 하였다.
공동체 이야기 - 2010.1.11 충청투데이 - 사람 속으로
사랑하고 베풀 수 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뽀드득, 뽀드득’ 올 겨울들어 가장 많은 눈이 세상을 덮은 지난 5일 오전. 발목까지 올라오는 눈밭을 헤치며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동(冬)장군의 기세가 옷깃을 꽁꽁 여미게 만드는 날씨라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렘까지도 차디찬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흩어져버릴 것 같았다. 저 멀리 초라하게 세워진 단층 건물 외엔 주변은 온통 산과 들판, 그리고 눈뿐이었다.
대전에서 1시간여 차를 몰아 찾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 신평리. 맑고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시리는 시골에서도 산 중턱에 위치한 건물이 우리가 찾던 그곳이었다.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올 즈음, 건물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그가 보였다. 정갈하게 차려입은 옷차림에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그는 그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칠 법한 ‘아저씨’ 같았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따뜻한 그의 웃음보다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그는 팔과 다리의 거동이 불편하고 앞을 잘 보지 못했다. 그는 2급 장애인이었다. “안녕하세요.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적이 드문 날씨에 만난 낯선 손님이 반가웠던 걸까. 우렁차게 외치는 그의 첫 인사는 한 겨울 추위도 몰아낼 태세였다. 충청투데이가 연재중인 ‘사람속으로’의 세 번째 주인공은 새 희망을 꿈꾸며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복지시설 ‘새터공동체’를 운영하는 박병민(46) 목사였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사람
건물 안은 여느 주택과 다를 바 없었다. 커다란 거실에 몇 칸의 방이 보였고 주방, 화장실, 책장, TV, 라면박스… 다만 다른 것은 방과 거실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거실엔 대략 7∼8명의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장애인, 혹은 노인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와중에 20대로 보이는 한 명의 청년이 옆에 다가와 ‘헤헤’하고 밝게 웃었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라고 박 목사가 설명하자 청년이 더욱 밝은 미소를 띄우며 언뜻 알아듣기 힘든 인사를 건넸다. 거실 한 쪽에 마련된 식탁에 앉자 청년도 옆에 쪼르륵 다가와 앉았고 이야기가 피어났다. “1999년 7월 16일 이곳에 터를 잡았어요. 보통 노인·장애인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지역주민들이 싫어하죠. 제 고향이 이곳인데 고향분들의 도움과 이해가 없었다면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논산 벌곡에서 파송 목사로 복지 관련 일을 하던 박 목사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무일푼이었던 그가 ‘과한’ 욕심을 낼 수 있었던 건 “천막이라도 치고 살면 되지”라고 응원하는 동갑내기 부인 진선미 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복지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곳저곳 발품을 팔았지만 넉넉하지 않은 현실로 지쳐갈 즈음 고향의 한 지인이 반가운 소식을 들려줬다. 주변에 있는 기도원이 운영상 어려움으로 문을 닫게 됐는데 위치가 열악해 그대로 방치될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지니고 있던 그는 한걸음에 달려왔고 건물을 매입했다. 인가되지 않은 가건물이었기 때문에 저렴하기도 했지만 환경미화원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의 자금지원이 없었다면 버거웠을 일이었다. 이후 대전, 무주, 이천, 군포 등 전국 각지에서 장애나 나이를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모여들어 어느덧 10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얼마 전 인가된 새 건물을 짓고 열악했던 가건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새터공동체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사랑이 만든 결실이에요. 사랑을 만드는 건 사람이니까요.”
◆장애인을 돕는 장애인
평생 남을 도우며 산다는 건 비장애인에게도 힘든 일이다. 장애가 있는 팔과 다리로 인해 움직이기 어렵고 조금 멀리 떨어진 사물은 제대로 식별하지도 못하는 박 목사로선 더욱 고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도움을 많이 드리지 못하는 것, 그게 늘 우리 가족들에게 미안해요.” 그는 복지시설은 건강한 사람들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은 육체적인 도움을 주는 데 한계가 있어 비장애인들이 일해야 더욱 배려 깊은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가슴 한 편을 찌르는 가르침이었다. “어려운 사람을 더 많이 데려오고 싶은데 그런 한계 때문에 못 한다”는 그는 “그래도 비장애인인 아내가 목욕, 청소 등 많은 부분을 해결해주고 있어 이나마도 운영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타고났던 박 목사는 학창시절 남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내성적인 학생이었다.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항상 움츠러들었고 그런 만큼 활발하게 남을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컸다. 처음 목사란 직업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런 동경 때문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전파하는 목사가 대단해 보였어요. 그래서 대전신학대를 선택하게 됐죠. 대학을 가면서 성격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어요.” 대학에 입학 후 사람들과의 만남이 점점 활발해진 그는 차츰 자신보다 못한 소외계층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전 목동 빈민지역 아동들을 찾아가 공부방을 운영했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충북 옥천에 있던 한 교회에 근무하면서 부인 진선미 씨를 만났다. 봉사활동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진 씨의 모습에 따뜻함을 느꼈던 그는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을 결심했지만 그 후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진 씨 부모의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전 장애가 있고 아내는 비장애인이이기에 반대하는 건 당연했죠. 그래도 끈질기게 설득했어요. 아내에 대한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이뤄낸 사랑인데 요즘은 표현을 잘 못해 미안해요.”
◆“새해 소원은 우리 식구들 비행기 태우고 제주도 가는 것”
대부분의 복지시설이 그렇듯 새터공동체도 운영상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다. 10명의 식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주말에 오는 자원봉사자를 제외하면 일손이라곤 박 목사와 진 씨가 전부다. 매일 거동이 불편한 10명의 식구를 단 둘이서 씻기고, 달래고, 먹이려면 힘겨울 수밖에 없다. 단 한 명이라도 상주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지만 무료봉사자가 아니라면 지금의 재정으론 꿈도 못 꿀 일이다. 새터공동체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최소 월 400∼500만 원의 운영비가 필요하지만 지원금이라곤 군에서 나오는 연간 100~200만 원이 전부다. 나머지는 가족들의 기초생활수급금과 교회단체의 후원금으로 겨우겨우 메운다.
“근근이 생활하는 거죠. 식구들 데리고 야외활동도 나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전혀 못해요. 매일 안에서만 생활하는 거죠. 영화라도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박 목사는 “집에 가고 싶다”고 투정부리는 노인들을 바라볼 때 가장 가슴이 아파온다고 한다. 이곳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과 체험활동을 마련하지 못해 그렇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새해 소원은 남다르다. “우리 가족들 비행기 한 번 태워주는 거예요. 다 같이 제주도 놀러가서 한바탕 뛰어놀게 하는 것, 그래서 상처난 가슴 훌훌 털어내게 하는 것. 너무 큰 소망인가요? (웃음)”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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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이은주 김복순 지명수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2010년부터 오정교회(최세영 목사님)와 새터공동체가 서로 자매결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충전교회.동산교회.금성교회.정무래.최영애.라홍채.박종만.진영택.최성재.김정화.이은주.석봉교회(박한수).대전노회.수영교회.고희권(박승신).존경배려글로벌포럼(박재만.김영태.김석중외4인).장진성.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8인).채윤기(박현실).그리스도의집(옹인숙).김기홍.이선자.금계교회(국중영).금산군모란회(5인).장진성.시민교회(엄재용).추부제일교회.표순자.향림원푸드뱅크.충청지방통계청.김용환(최정숙).양오석.반석교회(2인).중부대학교(추부파출소).새희망교회(5인).산돌교회(최태준외2인).대전성남교회중등부(김영균외21명).그리스도의집(옹인숙).공주원로원.진명구.세광교회.윤정순.대전성남교회.대덕교회.임정순.주식회사EG(이광형).대전성남교회중등부(김영균외11명).비케이월드(김인숙).충청투데이(진창현.허창덕외1인).오정교회선교부(염진희.김인숙.서쌍식).대성교회(한윤형외1인).서달운.금산군모란회(5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