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이집트 땅, 사람들은 여전히 들짐승을 쫓으며 떠돌아다니는 작은 부족 속에 살았다. 부족들 사이에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기억하라, 태양신 라가 오시리스와 그의 아내 이시스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와 살기를 명했던 것을.
그리하여 어느 날, 두 낯선 이가 나타났다. 남자는 속이 빈 대나무 조각에 구멍을 내어 연주하였고, 여자는 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 세상에 처음으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신성한 두 존재가 빚어낸 선율은 마치 하늘의 주문 같아, 사람들은 놀라움과 감탄 속에 귀를 기울였다. 오시리스는 무기를 들지 않았으나, 누구도 그에게 반기를 들지 않았다. 음악은 곧 평화의 방패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혜롭게 말했고, 부족 사람들은 곧 그들이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깨달았다. 마침내 부족들은 오시리스와 이시스에게 왕과 왕비가 되어 달라 간청하였고, 두 신성한 존재는 서로 싸우던 부족들을 하나로 묶어 다스리게 되었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흙벽돌로 집을 지었으나, 나일강의 범람을 피하기 위해 언덕 위에 세웠다. 오시리스는 밀과 보리를 심는 법을 가르쳤고, 아마를 재배하는 법도 알려주었다. 이시스는 아마로 실을 뽑아 옷감을 짜는 법을 가르쳤다. 남자들은 흰 아마포로 만든 킬트와 스커트를 입었고, 여자들은 몸에 꼭 맞는 긴 흰 옷을 걸쳤다.
오시리스는 나일강의 풍요로운 토양뿐 아니라, 인공수로를 파는 법도 알려주었다. 홍수가 지나고 강물이 다시 흐르면, 인공수로를 따라 물이 흘러들어갔다. 사람들은 양동이로 물을 퍼 올려 식물에 뿌렸고, 그렇지 않으면 태양의 열기로 말라죽을 것이었다.
그러나 오시리스가 가르친 것은 농사와 옷감만이 아니었다. 나일강의 갈래 사이 습지에 자라는 갈대, 곧 파피루스였다. 처음에는 쓸모없는 식물로 여겨졌으나, 오시리스는 그 줄기를 잘라 껍질을 벗겨내어 흰 조각을 꺼내는 법을 보여주었다. 그것들을 교차시켜 놓고 물을 붓고 두드리면, 거친 결의 종이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종이였다.
오시리스는 종이를 만든 뒤, 글을 쓰는 법을 가르쳤다. 그을음에 아교를 섞어 잉크를 만들고, 끝이 뾰족한 갈대로 글을 새겼다. 그러나 그 문자는 우리가 쓰는 문자와도, 바빌로니아의 설형문자와도 달랐다. 오시리스가 가르친 것은 신성한 문자, 히에로글리픽이었다.
이 상형문자는 오시리스가 가르쳤기에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히에로글리픽’이라는 말 자체가 ‘신성한 문자’를 뜻한다. 초기에는 일상적인 기록이 아니라 기도문이나 신들의 규율 같은 중요한 것들에만 사용되었다.
그리하여 오시리스와 이시스는 이집트에 커다란 축복을 가져왔다. 정확하고 공정한 법률, 평화, 그리고 현명한 왕과 왕비의 통치 아래 사람들은 행복과 만족을 누렸다. 그러나 선과 행복에 맞서는 악의 힘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존재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마침내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